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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일규 Mar 24. 2018

4인 선거구 쪼개기, 자유한국당 얼마나 유리하게 되었나

3~4인 선거구를 2~3인 선거구로 회귀시키는 것은 '사다리 걷어차기'다

     안일규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경남시민주권연합 정책위원장)     


  자유한국당 경남도의원들(이하 자유한국당)은 3‧4인 선거구 8곳을 2‧3인 선거구로 축소시켰고 12개의 3‧4인 선거구를 25개의 2인 선거구로 쪼갰다. ‘쪼갰다’는 표현에 자유한국당은 동의하지 않지만 공직선거법 제26조 4항에 따르면 “하나의 시·도의원지역구에서 지역구자치구·시·군의원을 4인 이상 선출하는 때에는 2개 이상의 지역선거구로 분할할 수 있다”라고 하고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분할한 것이니 쪼갰다는 표현은 적절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고성 가, 나, 다 모두 3인 선거구였으나 가 선거구만 놔두고 나, 다 선거구를 나, 다, 라 선거구로 쪼개서 2인 선거구로 만들기까지 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구별 의원 정수를 축소하여 획정한 지역구는 총 31곳이다. 선거구별 의원 정수를 축소한 내용은 2014년 선거구로 되돌렸다고 보면 된다. 2014년 67명의 당선자 중 새누리당이 46명으로 68.7%, 무소속 15명(22.4%)의 세 배에 달한다. 새정치민주연합 4명, 통합진보당 2명에 그친 것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양산과 사천, 통합진보당은 창원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게 끝이다.


 2014년 이들 지역 중 27곳의 선거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를 내지 못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후보를 내고 있지만 서부경남에서의 자유한국당 아성은 여전히 견고하다. 서부경남에서 도전자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후보를 낸다고 하더라도 당선이 쉽지 않다. 3~4인 선거구가 2~3인 선거구로 회귀하면서 선거구획정위에 의해 완화된 장벽이 다시 높게 올려졌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성공한 2014년으로의 선거구 회귀는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the Ladder)’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Friedrich List)가 제시한 것으로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을 자유무역으로 만드는 것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현한 문구로 현재의 선진국들이 현재의 지위를 독점하기 위해 자신들이 타고 올라온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을 말한다.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모습은 사다리를 걷어차는 현존 선진국들과 다르지 않다. 걷어차기를 통해 자유한국당은 서부경남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유지 및 독점할 수 있어도 서부경남 시‧군의회의 다양성 보장 및 확대에는 역행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서부경남이 동부경남에 비해 감시자 및 견제자가 적은 상황에서 시장 혹은 군수를 견제 및 감시하는 시‧군의회를 다양한 정당의 당선자로 구성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는 ‘사다리 걷어차기’는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정치 퇴행이다.


 2014년 산청 나 선거구, 산청 다 선거구, 거창 라 선거구 3곳은 무투표당선이었다. ‘산청 다 선거구’는 무려 3인 선거구였음에도 새누리당 후보 3인만 모조리 당선하는 기염(?)까지 토했다. 산청 나‧다 선거구가 선거구획정위 획정안에 통합되어 4인 선거구로 되었지만 자유한국당은 역시 이 지역구를 원상복구시켰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부경남에서 산청 나‧다 선거구 사례처럼 소수의 의견이 반영될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로 선거구 획정부터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들의 ‘사표 유발’ 및 ‘투표 거부’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누구를 위하여 정치를 하는지 되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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