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삭감하지 말아 주십시오. 부처 충돌 때 조정하는 건 저희 업무여서 관련된 용역 등은 저희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2019회계연도 청와대 예산안 심사에서 답변한 내용이다. 이 답변에 웃음이 터졌다고 하니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특수활동비 부정집행이 다시 떠올라 짓게 된 실소가 아닐까 한다.
국정원을 제외한 부처별 특수활동비는 2018년 예산 617억3200만원에서 2019년 예산안 453억5000만원으로 증감률 -26.5%를 기록했다. 그러나 청와대 특수활동비는 변함없었다.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96억5000만원), 대통령경호처(85억)은 2018년 예산과 동일하게 편성됐다.
임 비서실장의 토로처럼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인 2018년 예산에 들어 전년(2017년) 대비 53억 원 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국방부‧대법원‧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공정거래위원회‧방위산업청이 특수활동비 전액을 삭감했고 국회 -84.4%, 경찰청 -55.2%, 해양경찰청 -54.9%가 50% 이상을 삭감했다. 절대다수의 부서들이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거나 스스로 감액하는 마당에 청와대는 왜 모범이 될 수 없었는지 되묻고 싶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8월 “기밀 유지 등 최소한의 경우 외엔 특활비를 대폭 삭감하고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음에도 청와대는 왜 특수활동비를 그대로 유지하고 비서실장이 삭감하지 말아달라고 당당하게 국회에서 말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특활비 때문에 (전 정권에서) 감방에 몇 명이 가 있느냐”고 말했을 정도다.
특수활동비는 정권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성격의 예산이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고시한 특수활동비 정의는 ‘정보수집과 사건수사 및 이에 준하는 국정 활동’에만 쓰이는 비용으로서 정부기관 중 국가정보원, 사법기관 정도 외엔 특수활동비가 필요 없다.
특수활동비가 정말 필요하다면 영수증 처리를 하고 감사원 사후감사 등을 받아야 한다. 예산의 원칙상 영수증 처리가 되지 않는 예산은 최소화되어야 할 것이며 그 조건으로 필요한 예산을 국회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 투명하지 않은 청와대 특수활동비는 여전히 적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