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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일규 Dec 02. 2018

예산안 처리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이용호 국회의원(무소속)의 소소위에 대한 1인시위 모습 / 출처 : 뉴시스

 올해도 예산안이 ‘2년 연속’ 처리시한을 초과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회법 제85조의3에 따라 2019년 예산안은 2018년 12월 3일에 통과되어야 하지만 통과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예산안을 다루는 여야의 관점이 처리결과보다 과정에 중심을 뒀으면 한다.

국회법 제85조의 3은 일명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로 불리는 조항이다. 85조의 3 1항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의 심사를 매년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 2항의 내용은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 다음 날에 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고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지만 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를 예외로 둔다.

예산안은 12월 1일 0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달 28일 지정한 28건의 내년도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정부제출 17건, 의원 발의 11건)도 같이 자동부의 됐다.

국회법 제85조의 3은 국회선진화법의 주요조항 중 하나로 2014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국회선진화법이 전반적으로 야당 교섭단체들을 위한 것이라면 이 조항만큼은 여당과 집행부를 위한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예산안 심사‧처리시한을 못 박고 있으며 실제로 예산안을 야당이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해를 넘기기 직전에 통과시키거나 해를 넘겨 통과시키는 경우를 최소화시켰다. 예산안 자동부의제도가 도입된 후 2018년 예산안이 가장 늦게 통과됐는데 4일 지각 통과한 ‘2017년 12월 6일’이었다.

올해도 이 제도 아래 예산안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처럼 2019년 예산안을 장기화시키는 국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안상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도 2일 뉴스1과 통화에서 “심사는 국회 회기 전까지 마무리될 것”이라 말했다. 국회 회기는 12월 9일까지이니 9일에 통과된다고 한들 7일 지각 통과다.

문제는 과정에 있다. 국회법 상 근거도 없고 속기록도 없는 편법‧불법적 요소가 많은 ‘소소위’로 넘긴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20대 국회 들어와서 교섭단체가 3~4곳으로 구성되다보니 예결소위에서 소소위로 넘기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번 소소위가 교섭단체 3당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3당 간사로 구성된 6명의 비공식 협의체로 구성된 것도 법적 근거가 없다.

예결소위가 감액 심사만 마치고 쟁점 예산들은 보류 결정을 통해 증액 심사와 함께 소소위로 넘긴 것은 예산안을 심의하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원인이 사실에 가까울 수 있다. 회계연도 시작 약 8개월 전인 2월 첫째 월요일이 내년 예산안 의회 제출 기한인 미국의 사례(회계연도 시작일 10월 1일)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예산안에 대한 짧은 심의기한은 아무리 전문가라도 예산안의 문제점을 전방위적으로 제대로 짚어낼 수 없다. 예산안에 대한 심의기간이 길어질수록 깊이 있는 예산안 심의가 가능하며 편법‧불법적 요소의 소소위가 불필요해진다.


KNS뉴스통신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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