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재 국회 정보위원장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하반기 원구성에서 바른미래당은 위원장 자리 두 곳을 받은 것이라 상식적·정치적 도의상으로는 내려놔야 마땅하다. 진영 국회의원도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적할 당시 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정보위원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것은 ‘정보위원회’가 가지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정보위원회는 ‘국가정보원’만 전담하는 상임위원회로 1994년 6월 28일 국회법 개정으로 신설되었다.
국회의 정보위원회 신설은 1988년 민주화 이후 국회의 권한강화 및 정보기관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생긴 산물이다. 정보기관의 ‘비밀성’이란 기본원리에 의해 운영되다보니 매 정권마다 각종 문제가 발생했고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것이 국회 내 정보위원회라는 전담 상임위원회 설치에 해법이다.
정보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상설소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두는 규정이 없다. 공청회, 인사청문회의 경우 위원회 의결로 공개할 수 있다. 정보위원회 위원 및 소속공무원에 대한 제약사항이 많다.
정보위원회 위원 및 소속공무원은 직무상 알게 된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항을 공개하거나 타인에게 누설을 금지하는 국회법 제54조의2 제2항 조항과 위원회 소속 직원에 대하여 국가정보원장에게 신원조사를 의뢰하는 국회법 제54조의2 제3항의 조항이 있다. 국가정보원의 예산심의는 비공개로 하되, 위원은 국가정보원의 예산내역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가정보원법 제12조 제5항의 조항도 있다.
주로 누설을 금지하는 쪽으로 방향이 맞춰져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정보위원과 소속공무원들에게 ‘국가정보’ 관련 민감한 사안들이 전달된다고 볼 수 있다. 정보위원회가 국가정보원만 전담하는 기관임을 따지자면 국가정보원에 대한 기본적인 통제 권한이 정보위원회 위원들에게 주어져있고 그 수장인 정보위원장의 소속 정당이 바른미래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바뀌었다는 건 나름의 큰 의미가 있다.
이학재 위원장의 당적 이적은 단순히 먹튀 논란에서 그칠 게 아니라 국가정보원에 대한 기본적인 통제를 자유한국당이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복수의 정보기관 관련 연구문헌들에 따르면 정보기관의 활동범위가 특정국가 및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인 방첩활동에서 정보통신망을 사용하는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말한다. 이에 따라 의회의 정보기관에 대한 감독과 통제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이들 연구의 공통적인 결론이다.
그럼에도 언론과 정치권이 이학재 정보위원장의 당적 이적에 대해 먹튀 논란으로만 대하는 것은 1차원적인 사고다. 정보위원장이라는 정보기관의 통제기관의 장은 위원들이 의원 개인이 단순하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정보위원회 위원은 국회법 제48조 제3항에 따라 타 상임위원회와 다른 추천·선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추천해서 부의장 및 교섭단체 대표의원 간 협의를 거쳐 의장이 선임하는 구조이며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정보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 된다.
위원 추천·선임방식마저 남다른 정보위원회에 바른미래당 몫으로 위원장이 된 이학재 정보위원장이 당적을 옮기면서 위원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개인영달의 수준을 뛰어넘어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을 의회가 통제하는 권한의 변화까지 야기한다. 정보위원회의 설치목적인 “국가정보업무에 대한 국회의 효율적인 통제와 국가기밀보호의 상호조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학재 위원장은 정보위원장직을 유지해야 하는지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