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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las Aug 03. 2024

스눕독이 덕질하는 한국인 아티스트 - 디케이(1)

괜찮아요, DeeKay가 있잖아요

NFT아트는 많은 분들에게 아직 생소한 예술 영역입니다. NFT아트를 설명하는 것조차 여러 난관에 부딪치곤 해요. 블록체인 얘기를 하면 흥미가 떨어지고 유명 아티스트들의 아트 프로젝트들을 얘기하자니 장황해지죠. 그럴 때마다 전 DeeKay의 작품을 들이 밀곤 합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귀여워서 NFT아트가 낯선 분들에게 상대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NFT 아트 분야에서 레전드로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한국인 아티스트라는 점도 관심을 끌기 좋습니다.

DeeKay는 애니메이션(모션 아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테크닉과 대중성을 기반으로 엄청난 팬덤을 보유하고 있어요. NFT아트가 낯설게 느껴지시는 분들이 있다면 DeeKay의 작품으로 감상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린아이부터 성인들까지, 국내에서 해외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요. 

Verified

DeeKay의 한국 이름은 권동욱인데요,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현재까지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구글과 애플에서 일하며 실력과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었는데 당시에도 멋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으로 이미 유명했다고 합니다. 구글과 애플에서는 같은 분야의 계약직으로 일했는데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게 됩니다. 하지만 DeeKay는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일만이 아닌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창작열이 꿈틀대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던 중 NFT아트를 먼저 시작한 그의 친구 Gavin Shapiro의 소개로 NFT아트를 접하게 됩니다. "자 그럼 이제 NFT를 시작해볼까?"라며 바로 뛰어들었을까요?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낯선 분야는 그에게도 금방 와 닿지 않았습니다. '처음'이 낯설기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테니까요. 하지만 친구의 디지털 아트가 NFT로 지속적으로 판매되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나 봅니다. DeeKay는 자신이 만들어 두었던 짧은 디지털 영상을 NFT마켓플레이스에 시험삼아 올립니다. "설마 누가 사겠어?"라면서 말이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며 예상보다 빠르게 그리고 높은 가격으로 첫 작품이 판매됩니다. 


인생을 바꾼 작은 믿음

DeeKay는 이제 호기심을 넘어 자신의 작품을 보다 많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컬렉션 공간으로 NFT를 인식하게 됩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작품을 소유하길 원하는 컬렉터들에게 판매하면서 지속적인 창작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죠. DeeKay는 높은 수입과 안정성이 보장된 애플에서의 일을 그만두고 2021년 NFT에 올인합니다.  'NFT아티스트' DeeKay가 탄생한 순간입니다. 사실 DeeKay가 NFT아트에 전념을 다하겠다고 마음먹은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Mondoir’라는 한 예술 수집가의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Mondoir는 DeeKay가 NFT시장에 막 들어온 2021년 초부터 그의 작품을 구매하고 소통하며 꾸준히 관심을 보입니다. 작가에게 작품이 판매되는 것보다 더 기쁘고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 있을까요? 

Mondoir가 보유하고 있는 Deekay의 레츠워크 작품들

당시 DeeKay는 NFT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아 극소수의 팬만 알고 있던 때였는데, 작지만 확고한 어떤 이의 믿음이 DeeKay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다. 구매자를 찾지 못해 스스로 작품의 가치마저 부정하고 자괴감에 빠졌던 위대한 예술가들은 이중섭과 고흐를 제외하고라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예술가를 예술가답게 만드는 데는 컬렉터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보고 좋아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요. DeeKay에게 Mondoir는 고마움을 넘어 NFT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은인과도 같은 존재일지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Mondoir는 오늘날 독보적인 대중성과 위상을 지닌 NFT 아티스트 브랜드 ‘Deekaymotion’을 만든 일등 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23년 8월 'the art of connectivity'라는 이름의 NFT아트 관련 책을 출간할 정도로 열정적인 NFT아트 팬이기도 하죠.

Deekay 후드티를 입은 Mondoir(트위터)


걷자! LET’S WALK!

이제 작품들을 살펴볼까요? DeeKay의 작품 컬렉션은 크게 LET’S WALK 시리즈, 1 OF 1(단일 에디션), 한정 수량 작품(에디션)으로 나뉩니다. 레츠워크는 약 1년 7개월간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된 총 100개의 캐릭터가 걷는 모습의 애니메이션인데요. 한 시즌에 9개씩 총 11번의 시즌을 통해 99개의 레츠워크 캐릭터가 창작되었고 마지막 시즌인 ‘시즌 11’에는 10개를 출시해 총 100종의 캐릭터가 완성됩니다. 시즌마다 새로운 캐럭터들이 공개되면서 많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고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그만큼 구매 경쟁도 치열해 졌습니다. 

LET'S WALK 캐릭터

캐릭터는 DeeKay자신을 비롯해 슈퍼마리오, 로보캅, 이순신, 에어조던, 손오공, 2PAC, 타이거 우즈, 메시, 다프트 펑크 등 게임, 만화, 스포츠 선수, 가수 같은 다양한 분야의 인물과 캐릭터를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수많은 캐릭터 중에 자신이 아는 캐릭터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DeeKay 혹은 NFT와 관련 있는 캐릭터들에 대해 미리 알고 보면 좀 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레츠워크와 모티브

위 그림에서 가장 왼쪽의 NFT Guild는 앞에서 언급한 DeeKay의 팬이자 작가이기도 한 Mondoir가 만든 NFT를 기반으로 한 작품입니다. Mondoir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의 표시겠죠. 또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있는데 손에 비트코인을 상징하는 코인을 들고 있습니다. 상승장과 하락장을 의미하는 Bull Market(상승장), Bear Market(하락장)을 황소와 곰에 빗대어 NFT시장의 상황을 나타낸 캐릭터인 Space Bull과 Space Bear도 보이는군요. 

레츠워크와 그 모티브가 된 NFT

위의 레츠워크는 유명 NFT프로젝트와 인물을 모티브로 삼은 레츠워크 중 일부입니다. 왼쪽의 Seerlight는 파스텔톤 분홍과 파랑의 색 조합으로 화려하고 예쁜 NFT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로 Seerlight의 캡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레츠워크로 표현했습니다. 가운데 DEAD FELLAZ와 DOODLES는 멋진 아트워크와 NFT 대표 블루칩(우량 NFT)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때 엄청난 인기를 끌며 NFT시장의 상승장을 이끌던 프로젝트들이었죠. 특히 Doodles는 Burnt toast(Scott Martin)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디자인한 귀여운 캐릭터들로 구성되었는데 DeeKay는 그 색감을 그대로 살려 Doodles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 Cozomo de’ Medici는 NFT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 중 한 명으로 DeeKay와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뒤에 이어 그 인연의 씨줄과 날줄을 알아보겠습니다.


걸어서 소더비까지

Let's Walk 시리즈를 100개로 마무리하면서 이를 기념해 단일 에디션인 ‘Let’s Walk Finale’를 제작했는데 이는 소더비에서 경매되었습니다.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초일 뿐 아니라 한국인 NFT아티스트 중에서도 최초로 소더비에서 경매를 진행한 것입니다. 이제 소수의 NFT아트 팬만이 아닌 주류 예술계에서도 인정받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아티스트가 된 DeeKay.

소더비에서 경매된 Let's Walk Finale

그런데 이 작품 누가 구매했을까요? 바로 Mondoir입니다.

2022년 11월에 진행된 경매에서 Mondoir는 이 작품을 214,200달러(한화 약 2억 5천만 원)에 낙찰받게 됩니다. DeeKay를 처음부터 응원해 왔던 팬이 결국 레츠워크의 최종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을 얻으며 팬과 아티스트의 진한 유대감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Let's Walk Finale

또한 작품을 사랑해 주고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 가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 NFT시장에서 겪은 커다란 위상의 변화, 팬들과 함께 보낸 시간과 경험들이 100종의 워크들로 담담히 표현되어 아티스트 자신과 팬들 모두에게 남다른 감회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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