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이 알론조(Noe Alonzo/이하 노이)는 어릴 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풍경 사진을 기반으로 합니다. 원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가공해 보다 역동적이고 화려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진은 일부가 움직이고 불빛도 번쩍거립니다. 사진으로 만들었지만 파일형식은 동영상이고 그렇다고 완전히 동영상이라고 하기에도 어렵습니다. 사진에 일부 영상 효과를 넣은 작품들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돌아다녀야 하니 자연스레 여행을 많이 다녔던 것으로 보입니다. 노이는 미국인인데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은 아시아 지역, 그중에서도 한국, 홍콩, 일본 등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장 많습니다. 처음 본 노이의 작품에도 한국어가 있어 왜 한국어가 NFT작품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한국에서 12년 전부터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일본에 먼저 갔었는데 당시 일본의 물가가 높아지며 한국으로 옮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일본, 홍콩, 중국 등 다른 국가로 이동하기에 지리적으로도 좋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맺은 한국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이의 컬렉션은 크게 낮(day)과 밤(night)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중 밤(night) 컬렉션은 도시 밤거리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들로 가득합니다. 밤이 깊은 시각에도 화려함을 잃지 않은 한국의 야경이 매력적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지만 미국인에게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나 봅니다.
대부분의 야경은 빌딩과 골목에서 찍었는데 유난히 비가 오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는 비가 거리의 불빛을 반사해 화려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합니다. 빛과 물의 만남이 만든 고유의 색감과 환영처럼 어른거리는 불빛의 번짐이 노이 작품에서 자주 관찰되는 특징입니다.
위의 작품은 Hangukgwan으로 '한국관'을 영어 발음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분주한 서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밤샘 촬영을 하는 노이에게는 한국관처럼 24시간 영업을 하며 밤을 밝히는 곳이 더욱 반가운 광경이었을 겁니다. 오랜 촬영과 빗속에 지친 몸을 녹이며 따뜻한 아침 식사를 하지 않았을까요?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작품이 한국의 고유이름을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영어로 옮긴다는 것입니다. 불조심을 'Bul Josim'으로 표기하는 식입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의미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겠지만 한국어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이 중 성공시대(오른쪽)라는 작품은 도시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성공시대라는 간판의 불이 꺼져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화려하게 초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의 경제 상황 아래 그늘진 단면도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합니다.
도시는 개인들의 삶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곳입니다. 때로는 가뿐 숨을 몰아 쉬며 상대의 호흡을 듣고 나의 숨소리를 상대에게 노출시킵니다. 나의 날숨을 너의 들숨과 교차해야 하는 도시 숲에서 예술은 차분히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도록, 때로는 숨을 보듬고 때로는 대신 숨 쉬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