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블론디의 음악과 상징적인 유산처럼 우리의 예술을 시대를 초월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블론디와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밴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아니라 음악과 예술의 역사와의 콜라보레이션입니다.
기술의 확장과 발견은 앤디가 그랬던 것처럼 항상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나는 Hackatao와의 협업으로, 올해 앤디의 생일에 그와의 추억을 기념하기 위한 이 아이디어가 아주 맘에 듭니다.
그렇습니다. 기타리스트인 크리스 스타인도 만약 앤디 워홀이 살아 있었다면 NFT를 만들었을 거라고 얘기할 정도로 앤디 워홀은 예술에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술가 중 한 명입니다. 앤디 워홀은 당시 광고 업계에서 대량생산을 위해 사용하던 실크스크린 기법을 미술에 적용하면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돈 밝히는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죠. 미술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고 사람들이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예술가들은 크나 큰 비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혁신성을 띈 예술들은 시간이 지나 재평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예술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젖히곤 했습니다. 마네와 뒤샹 그리고 앤디 워홀처럼 말이죠.
최근에는 그 비난의 화살이 NFT아트로 향하기도 했는데요. 누구나 저장이 가능한 파일 조각이 무슨 대단한 가치가 있냐는 것입니다. 저장뿐만 아니라 복제도 가능한데 말이죠. 세계적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도 "NFT아트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NFT아트 투자에 앞장선 사람들을 '국제적 사기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복제를 통해 작품을 대량생산한 앤디 워홀에게도 똑같이 적용해 볼까요?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같은 이미지를 수 차례 반복해서 복제한 - 기술적으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 앤디 워홀의 작품은 왜 오늘날 현대미술의 대표아이콘으로 추앙받는 걸까요? 반면 무한히 복제가 가능하고 누구나 저장이 가능한 NFT아트는 왜 같은 이유로 '사기'와 '거품'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려는 걸까요? 앤디 워홀은 복제를 통한 대량생산으로 미술의 신기원을 펼쳤는데 NFT아트는 예술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많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생각하든 모두 괜찮습니다. 우리는 작품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들으며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니까요. 이 작품들의 배경 음악에는 데비 해리가 직접 쓰고 말한 시와 크리스 스타인의 반주가 포함되어 있으니 소리를 들으며 감상해도 좋습니다. HACK THE BORDERS는 니프티 게이트웨이라는 NFT 아트 플랫폼에서 총 3개의 컬렉션, 12종의 NFT로 만들어져 당일 모두 판매되었는데, 현재 가장 저렴한 작품은 1,200달러, 가장 비싼 작품은 5백만 달러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해커타오는 정치, 사회, 환경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특히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 살면서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곰, 사슴 등 자연을 소재로 여러 작품들을 만들었어요. 예쁜 사슴이 등장하는 SPIRIT FOREST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전시 당시 해커타오는 한국을 직접 방문했었고 한국을 아주 좋아합니다. 여담이지만 해커타오에게 이 글을 영어로 번역해 보내주었는데, 자신은 한글이 좋다며 한글 원문으로 보고 싶으니 다시 보내 줄 수 있냐고 하더군요. 이런 요구를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한글을 읽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의아해하면서도 보내주었는데요. 해커타오는 한글로 쓰인 글을 스크롤하며 보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더군요. "한글은 어찌나 아름다운지!"라는 문구와 함께 말이죠. 예쁜 한글을 알아봐 주는 해커타오의 감성에 오히려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해커타오는 크립토 아트의 본질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실험적인 아티스트 그룹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NFT아트 세계의 진정한 ‘오리지널 갱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오지 아티스트들은 철저히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심지어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노출하지 않습니다. 온라인으로 대화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Sandy라는 대리인이 참석해 대신 이야기를 하죠. 해커타오의 이미지와 철학을 온전히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NFT아트의 큰 재미 중 하나는 현존하는 작가들과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해커타오는 목소리나 얼굴을 노출하지 않을 뿐이지 작품에 관심 있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소통하기를 꺼리지 않습니다. 직접 말을 걸어 보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알아가면 어떨까요? 아주 간단히 GM(Good Morning)만 해봐도 좋습니다. 해커타오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디스코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에서 직접 얘기를 나눌 수 있으니 아래의 링크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