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타오는 부부 아티스트 팀입니다. 모두 이탈리아 태생으로 밀라노에서 만나 알게 되었는데 둘 다 광고업계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HACKATAO란 이름이 상당히 독특한데요. HACK과 TAO를 합한 말로 HACK은 말 그대로 ‘해킹’을 의미하는데, 현상의 내부에 숨겨진 것을 발견하고 예술로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는 뜻이라고 해요. TAO는 ‘도(道)’의 영어식 발음으로 스스로를 음과 양의 조화와 역동적인 균형 안에서 존재한다고 생각해 붙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같은 업계에서 만나 같은 일을 하며 지금까지도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음과 양의 조화를 몸소 보여주는 듯합니다.
해커타오 전시
크립토 오리지널 갱스터(Crypto Original Ganster)
오리지널 갱스터(Original Gangster/OG)는 본래 어떤 분야의 창시자를 지칭하는 속어인데,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처럼 암호 화폐를 창시하거나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일반적으로 오지(OG)라고 짧게 줄여 말합니다. 크립토(NFT) 아트 분야에도 마찬가지로 초기에 진입해 명성을 날리고 있는 크립토 오지(Crypto OG)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아티스트가 해커타오(Hackatao)입니다. 유명한 OG아티스트에는 X-copy, Joe Looney, Pascal Boyart 등이 있는데요, 우리나라 미술로 비유하자면 근현대 한국의 추상 미술을 대표하는 김환기, 유영국 화백과 같이 이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어요.
본래 디지털 아트를 해오던 해커타오는 NFT시장규모가 통계에 잡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했던 2018년에 NFT를 시작했어요. 2018년 통틀어 전 세계 NFT 아트 거래량이 26만 달러로 2023년 환율 기준 약 3억 4천만 원이었고 거래 작품 수도 2천 개 수준이었습니다. 2022년 국내 미술시장 매출이 1조 원 이상인데 전 세계 NFT아트 거래가 그 정도였으니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NFT작품을 판매할 공간도 마땅치 않았던 때죠. 이런 시기에 크립토 아트를 시작한 해커타오는 독특한 콘셉트와 단단한 철학을 바탕으로 인기를 끌며 크립토 아트 시장을 선점하게 됩니다.
측정이 어려운 2018년 NFT 시장규모
슈퍼레어 최초 민팅 아티스트
해커타오는 즐겨보던 'The sciences'라는 과학 잡지에서 블록체인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이를 예술과 접목할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큰 관심을 갖고 구글링을 하던 중 제이슨 베일리(Jason Bailey)라는 블로거의 ‘크립토 아트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접하고 전율을 느낄 정도의 큰 영감을 받습니다. 해커타오는 제이슨에게 곧장 연락했고 대화가 잘 통했는지 제이슨은 당시 NFT마켓 플레이스 론칭을 준비 중이던 '슈퍼레어'측과 해커타오를 연결해 줍니다. 슈퍼레어는 현재 가장 유명한 아트 플랫폼이 되었지만 해커타오를 소개했던 당시에는 제대로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고 해요. 어쨌든 제이슨의 소개로 해커타오는 슈퍼레어에서 작품을 판매한 1호 아티스트가 됩니다. 그야말로 NFT아트 역사의 또 다른 한 페이지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죠. 해커타오는 이전부터 예술, 과학 분야에 관심과 지식이 있었던 데다 곧바로 필요한 일을 찾아 진행시키는 추진력까지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운도 따랐겠지만 블록체인과 예술의 접목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안목이 오늘날 해커타오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해커타오가 읽은 Jason Bailey의 블로그 글
디지털 아트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NFT로 만드는 것을 ‘민팅’이라고 하는데요. 슈퍼레어 최초로 해커타오가 민팅한 작품은 ‘Girl next Door’라는 제목을 갖고 있어요. 해커타오, 슈퍼레어 그리고 팬들 모두에게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Girl next Door는 사람 얼굴 안에 마치 타투를 하듯이 다양한 그림과 문자들을 새겨 넣었는데 이는 해커아토의 전형적인 크립토 아트 스타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슈퍼레어는 최초 민팅 이후 Xcopy, OSF 등 수많은 스타 아티스트들을 배출하며 대표 NFT아트 플랫폼으로 거듭납니다.
Girl next Door
조각에 내러티브를 입히다
해커타오 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아트스타일은 초기 조각 작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패션과 예술의 도시인 밀라노에 살던 그들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탈리아 북동부의 작은 마을로 이사를 합니다. 아이들에게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해커타오는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 ‘Potmork’라는 이름의 귀여운 조각품으로 탄생합니다.
Potmork
4cm 크기의 이 작은 예술 작품을 만들고 주위의 아트 갤러리와 디자인 숍 등에 전시했는데 금방 매진되었다고 해요. 시장 테스트 완료! 이후 이를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Potmork의 두개골과 사람의 얼굴을 합성해 현재 해커타오의 트레이드마크 디자인이 탄생했는데요. 사람 얼굴 윤곽을 한 명이 디자인하고 그 얼굴 안에 들어가는 그림들을 다른 한 명이 그려 넣으며 역할을 분담해 작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음과 양, 안과 밖, 이미지와 내러티브. 그리고 조화. 해커타오의 일관된 철학이 엿보입니다. 이 재미있는 발상이 어떻게 NFT로 재탄생하게 되었는지 알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