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수렴 시리즈는 대안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총 100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019년 Kate Vass Galerie에서 실물 작품과 디지털 작품이 동시에 전시되었습니다. 이 전시의 큐레이터는 초기 크립토 아트를 세상에 알렸던 유명 블로거 제이슨 베일리(Jason Bailey)였습니다.
노르웨이 출신인 클루게는 노르웨이 TV 프로그램 'Who Killed Birgitte?', 'Mullaen &Meling'의 사운드 트랙을 만든 작곡가이기도 한데요. 클루게의 음악 본능은 NFT를 통해 본격 발휘됩니다. 그의 NFT는 니프티 게이트웨이에서 2022년,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Minuets'시리즈와 'Reflected in the Closed Eye'라는 컬렉션으로 민팅되었습니다. 두 시리즈 모두 초상화 드로잉과 음악을 연동한 작품들로 클루게 고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각적 요소와 음악을 결합하기 위해서 두 작업을 각기 따로 해야 했는데요. 우선 시각은 초상 사진, 손으로 그린 라인 초상화(83개), 에스펜의 머리를 모델링한 얼굴 캡쳐 모델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음악적 요소는 음표의 길이, 시간상 위치, 음의 값 등 모든 음악적 변수를 통해 생성-조합된다고 합니다. 작품 하나하나에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 색과 선들이 음악의 선율과 박자에 맞춰 춤을 추며 축제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단 하나도 같은 그림이 없으며 음악 없이 선과 색들의 모양만 보아도 세련되고 아름답죠. 그림들이 계속해서 율동하며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진 배경음악은 폭발적인 서정성을 담아 관객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듭니다.
에스펜의 작품은 시각과 청각의 자극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추상화의 선구자인 칸딘스키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요. 칸딘스키는 한 가지 감각 요소로 다른 감각을 동시에 느끼는 공감각자였을 것으로 자주 회자됩니다. 그의 공감각을 예로 들면 '솔'이라는 음을 들으면 빨간색이 보이는 식인데요. 칸딘스키 본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모스크바에서 바그너의 오페라를 감상하던 중 공감각을 발견하게 됐다고 합니다. 공감각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2%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감각이 없는 사람이라도 에스펜의 작품을 통해 공감각 간접체험을 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클루게의 NFT작품들은 모두 사람의 얼굴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클루게는 두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얼굴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꼽습니다. 인간은 얼굴을 인식함으로써 잠재적인 적과 친구를 구별하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다는 점에서 삶의 의미 있는 측면을 탐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는 얼굴을 선과 색으로 단순화하고 왜곡하고 과장하고 음악까지 곁들여 하나의 놀이로 만들고 관객은 놀이터를 뛰어다니는 아이처럼 즐거운 무도회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이 놀이의 핵심은 일종의 상호 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스펜이 특허를 낸 실시간 키보드 연주-키보드, 서정적 수렴 컬렉션-대안 컬렉션, 초상화-음악은 상호 작용을 바탕으로 구성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그 상호작용 사이에 약간 예측하기 어려운 무작위성까지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항상 결과가 정확히 예상되고 변수가 없다면 그저 지루한 영화의 결말과 다름없겠죠? 관객들에게 감흥을 주는 예술, 신기하고 새로운 재미가 느껴지는 예술, 누구나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예술. 에스펜 NFT 작품의 특징입니다.
클루게의 작품은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한 NFT예술 중 가장 기발하고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클루게 자신도 "NFT는 확실히 저에게 더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습니다."라고 할 정도로 NFT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합니다. 초기의 2D이미지 생성에서 3D모션에 음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며 기술적으로도 성숙해지고 있죠. 사실 그는 오래 전 조울증을 앓았던 적이 있는데 예술 작업을 하면서 치유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을 접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포근해지는 것 같지 않나요? 드로잉으로 만들어낸 선의 형태들도, 음악들도, 쩍쩍 갈라진 삭막하고 걍팍한 마음을 달래주는 호수의 물줄기처럼 느껴집니다.
• 니프티 게이트웨이 https://www.niftygateway.com/marketplace/artist/espenkluge
• 서정적 수렴 작품 공간 https://lyricalconvergence.art/
• 오픈씨 https://opensea.io/collection/drawingsbyespen
• 웹사이트 https://www.espen.xyz/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espenkluge/
• 트위터 https://twitter.com/espenklu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