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관음의 탄생] 의 미션 임파서블, 안락국태자경변상도 구하기
브런치에 자주 글을 올릴 방법으로 "편집 비하인드 스토리'를 기획했다.
내가 자주 고민하는 이야기를 써야겠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편집장이니 그에 관한 이야기를 써야겠구나 싶어서.
나는 페미니즘 도서 전문 출판사의 편집장이다.
2017년에 어쩌다 출판사를 설립하고 (자발적으로) 등 떠밀려 편집장이 되어 일한지 벌써 3년이 지나고 있다. 그 새 책을 여덟 권이나 출판했다. 제작비가 늘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지경이라 텀블벅 펀딩 플랫폼을 이용해서 매번 겨우겨우 출간에 성공하지만 나는 그 성공에 힘입어 존재하는 중이다.
여덟 권의 책을 만들면서 각각의 책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차고 넘치지만 현재 진행형인 것들부터 여기 브런치에 우선 옮겨보기로 한다. 아래 글은 그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 중 지금 진행중인 [여성관음의 탄생 - 한국가부장제와 석굴암 십일면관음]의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한국의 여신신앙에 대한 아주 설득력 있는 정보와 굵직한 메시지가 있는 이번 책 [여성관음의 탄생]은 원고 자체가 워낙 완벽해서 편집자에게 아주 훌륭한 출간건수가 되지만 어느 책이나 그렇듯 한 가지 어려움 정도는 갖고 있는 법인데, 그 어려움이 바로 '이미지'였다.
'이미지'로 편집자가 고민할 수 있는 문제도 여러가지 인데 그 중 첫 번째 관문인 '구하기' 자체가 미션인 책이 이번 책이다. 책의 성격상 자료사진이 꼭 들어가야는데 그 이미지들이 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나는 이번 책을 편집하면서 공문작성의 달인으로 거듭나는 중이고, (이미지 사용 허락을 구하는 공문을 돌리고 허락을 받고 이미지 사용을 위한 서약서까지...하나의 이미지를 구하기 위해 공문은 꼭 필요한 절차라서) 한국 불교역사와 일제강점기 때 벌어진 만행을 현장 진행형으로 겪는 중이다.
모두 종교 하나씩은 갖고 계시죠?
종교가 없어도 종교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한번씩은 해봤을텐데요.
저는 이번 책을 편집하면서 우리나라가 오랜 불교국가였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 깨닫는 중이랍니다. 뭐 학교 다니면서 국사 시간에 배웠고 국토의 70%가 산이면서 그 산 골짜기 골짜기 사찰 하나씩은 꼭 있다는 정도 쯤은 체감하고 살았는데요. (사찰여행 너무 좋잖아요~^^*)
그런데 이 [여성관음의 탄생]이 관세음보살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라 관련 이미지가 꼭 들어가야 해서 알아보니, 불상이나 불화들이 일본에 정말 많이 넘어가 있더라구요. 여기까지는 저도 줏어들었던지라 완전 모르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요.
그렇지만 이 책에 꼭 들어가야 한다는 판단이 너무나 확실하게 드는 그림이 있어요.
그게 바로 '관음'의 전생이야기 "안락국태자경"을 그린 "안락국태자경변상도"인데요.
정말 그 이야기 자체를 한 폭의 그림에 다 담았고 그림 속 장면에 한글로 설명도 넣은 아주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림이에요. 국립국어원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한글을 그림에 넣은 케이스로 알려져 있고 그런저런 가치가 어마어마한 그림이랍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일본의 청산문고에 있고 저작권도 일본에 있어서 그림을 함부로 썼다가는 일본에 고소를 당한다는 거에요.
그 그림을 제가 이 [여성관음의 탄생]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은 제가 일본의 청산문고에 직접 가서 찍어오거나 그들에게 사용료를 주고 사야 하는, 이런 상황인거죠. 우리 그림인데 (여기서 우리,는 너무나도 민족주의적인 느낌이라 정말 사용하기 싫은데 딱히 대안은 없고 그런 복잡한 우리...ㅜ,,ㅠ) 돈을 주고 쓰거나 못 쓰거나...뭐 이런 경우가 있나, 했는데 이런 경우가 엄청 많더라구요.
이런 소중하고 열받는 경험을 하게 되는 이 책이 이제 첫 번째 교정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기대와 후원 그리고 응원을 보내주신 후원자님들에게 부응할 수 있는 책으로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열받고 우울하지만 또 하루 힘을 내서 살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관음의 축복을!!!
(아래 사진설명 : 왼쪽 이미지가 안락국태자경변상도의 일부이고 오른쪽은 그 중 한 장면을 확대한 거에요. 한글 보이시죠? 저거 너무 읽고 싶어요!!! ㅜ..ㅠ)
https://www.tumblbug.com/ifbooks09/
+ 텀블벅 주소는 잊지 않고 반드시 꼭 넣는다. 아직 텀블벅이 진행중이라는 이야기다 ^^;
>>> 이번 책의 텀블벅에서 특별굿즈는 "관음 나무책갈피"로 기획했다. 언젠가는 텀블벅 굿즈 기획하기에 대한 글도 써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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