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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박선영 Mar 22. 2016

절약은 외롭다!

경제활동과 단절된 전업주부의 유일한 경제활동? 절약에 대해...

절약모드...절약은 외롭다.                   

언제나 그랬다. 늘 돈이 없었는데도 풍족하게 돈을 쓰고 다니는 듯 보였고, 겉으로는 그렇게 생각없이 쓰는 듯 보여도 마음과  머리 속으로는 이제 좀 그만 써야는데...했었다.
결혼 전이든 후든, 아이를 낳기 전이든 양육하고 있는 지금이든...
태어나서 한 번도 돈이 넉넉했던 적이 없었다.
정말 너무 돈이 없어서 비참하고 비굴한 생각이 들 때도 왕왕 있었다.
그렇게 돈이 없어서 누군가의 경제력이 기대어야 할 때는 온 몸과 마음을 다해, 비굴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노력하곤 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그건 강박증인지 결벽증이었는지 헷갈린다.

어쨌든...어떤 일이든 내 비록 경제적으로는 거들수 없어도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채워주는 사람, 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게 내 인생에서 아니 나에게 피해의식으로 다가왔느냐... 재미있게도 그건 또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기에 어디가든 무슨 일이든 제법 잘 해내는 사람이 되었다.
당장 돈이 없어도 어디 가서 굶어죽을 것 같지 않은 자신감도 생겼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사용해서 어떤 노동력 혹은 서비스를 채우길 바라기에...
난 그걸 하면 되는 거였다. 풍족하진 않아도 부족한 걸 때우고 살아가기에 나쁘지 않은 삶이었다.
나의 결혼 전 경제생활은 그게 전부였던 것 같다. 
넉넉하진 않지만 매달 그럭저럭 잘 메우면서 살아가는...

그런데 문제는 결혼 후 나에게 경제력이라는 게 아예 없어졌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구조의 살림살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절약'이라는 것이 문제 아닌 문제다.
내가 벌어서 내가 쓰는 구조에서는 때워도 메워도 어떤 자책이나 조바심이 없었다. 결국 내가 떼우고 메우면 되니까...
그런데 내가 절약하지 않아서? 생긴 경제적 구멍?을 남편이 대신 떼우고 메워야 하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자책하지 않을 수 없고 매달 조바심이 안 날 수가 없다.
그러지 말고 당당하라고 하는데...대체 무슨 수로 그럴 수 있을까?
돈을 버는 역할과 쓰는 역할이 분명하게 나뉜 상황에서 어떻게 쓰는 사람이 마냥 당당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별로 인간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자책감과 조바심을 없애려면 
내 한 몸 움직여 삼시세끼 365일 외식 하지 말고 네 식구 손수 차려 먹여야 하고, 
저렴한 쇼핑을 위해 24시간 인터넷과 모바일 앱을 뒤져야 할 테고,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경험을 내 손수 지도해야 할텐데... 

그럼 일은 언제 하나? 

아니 지친 내 몸과 마음은 대체 누가 아껴주나?

대한민국에서 주부로 절약하며 산다는 건 엄청나게 외로운 일이다.
오로지 가족들을 위한 철저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나를 위한 시간과 에너지 따윈 바라지도 말아야 한다.
그걸 모두 가족들을 위해 바쳐야 완벽한 절약이 실현된다.

이래도 절약할래? 할 수 있겠어? 라는 마음 속의 소리가 은근히 들려온다.

(사진설명 : 둘째 아들이 하도 피클과 단무지를 좋아해서 피클을 직접 담궈먹게 되었다. 좋은 꿀이 선물로 들어와서 레몬 좋아하는 아들 위해 레몬청을 담궈 탄산수랑 같이 레몬에이드를 해먹는다. 아이들도 건강해지고 나도 뿌듯해서 좋긴 한데..,매번 내 몸이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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