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신입사원 연수는 처음이지?
드르륵...드르륵....
일주일 치 짐을 캐리어에 담고, 어색한 까만 정장을 입고서
지하철을 타고 압구정 H백화점 주차장으로 새벽부터 향했다.
H 그룹 공채 신입사원 연수의 출발지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야외주차장이었다.
가파른 압구정역 출구 계단을 캐리어를 영차영차 끌고 올라가니
나와 똑같은 모나미 정장을 입고 있는 200명 남짓의 동기들이 와글와글 했다.
그렇게 나의 첫 직장 생활이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연수원에서 매일 아침 5시에 운동장에서 구보를 뛰고,
그룹의 역사를 담은 뮤지컬을 연습해서 신입사원들이 공연을 펼쳤다.
자동차의 구조에 대한 시험을 보고, 지리산을 등반했다.
남자 동기들은 재입대 한 느낌이라고 농담삼아 말하기도 했다.
나도 전우애라는게 왜 생기는 건지 아주 어렴풋이나마 느낄 정도였으니까.
그런 신입사원 연수 기간을 2달이나 보냈다.
연수원에 갇혀있었을 뿐인데, 첫 월급이 통장에 꽂혔다.
비록 수습 기간이라 정식 급여 대비 80% 수준이었지만, 왠지 모를 희열이 느껴졌다.
월급이 들어온 첫날, 동기들과 연수원 1층 자판기에서 과자를 flex하며
술 대신 포카리스웨트로 건배를 했다.(신입사원 연수에서 음주는 금지였다)
그렇게 천천히,
우리는 파란 피를 수혈 당하고 있었다.
기억의 미화가 만들어낸 감정일 수도 있겠지만
그 때의 나는 꽤나 행복했다.
단순히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 뿐만이 아니라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을 동기로 두게 되었다는 소속감과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달간의 연수가 끝나고 현업으로 배치된 후,
나는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신생아 직장인이란 걸 깨닫는 데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