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소소하지만
퇴사하고 싶지는 않아요

우당탕탕 신입사원 성장기, 직장인으로서 '나'를 만들어 가는 시간

"안녕하십니까, 0000지역본부 000 입니다."


꿈같은 신입사원 연수가 끝나고 나서 내가 가장 처음 배치 받은 부서는 지역본부였다.

지역본부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지점/대리점과 본사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office이다.

쉽게 말해 해당 지역의 판매 거점들을 관리하고 차량 구매-출고 단계를 control 하는 곳이다.

그 당시, 신입사원들은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목적 하에 입사를 하면 대부분 현장 판매와 관련된 지역본부로 배치되었고, 나 역시도 그 중 하나였다.


처음 한 달은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내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 지경이었다.

옆에 앉아있는 천사 같던 C 대리님은

'넌 전화만 똑바로 받아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거야' 라며 나를 다독였다.



나의 신입사원 첫 1년을 되돌아보면,

갓난아기가 목을 가누는 법을 배우고 걸음마를 배우는 그것과 같았다.

복합기 쓰는법, 스캔 보내는 것부터 하나씩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당시 나를 제외한 모든 지역본부 분들이 40-50대 이상의 분들이라

25살의 삐약이 신입인 나를 거의 육아하는 수준으로 돌봤던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해서 그 생활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처음 접하는 계출 시스템에, 복잡한 현황에 밤늦은 야근을 하기 일쑤였다.

자동차도 잘 모르는데, 차량 상품교육 자료를 만들라고 하니 막막했다.

월마감 회식을 하면 12시까지 집을 가지 못하는 일도 예사였다.


그 시절의 나는 직장인으로서의 맷집을 길렀던 것 같다.

한달동안 몰래몰래 팀장님이 준 계출 기본 서적을 달달 외울 때까지 봤고,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지면서 자동차를 공부했다.

어떻게든 야근을 덜하기 위해 엑셀 단축키를 눈감고도 칠 수 있게 되었다.

매 주말마다 본부장님 팀장님과 등산을 가고 낯술을 마실 때면 현타(?)가 오기는 했지만,

그 또한 같이 일하는 분들과 친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버텼다.



정말 안타깝게도, 내가 입사한 그 해부터 차량 판매가 안되던 시기라

내가 수많은 밤을 야근한 것 대비 성과급은 소소한 수준이었다.

높은 성과급을 바라고 왔던 몇몇 동기들이 그 당시 떠났다.


나 또한 수 많은 회식과, 야근, 수직적인 문화가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시기에는 퇴사를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내가 아직 업무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 했었기 때문이고,

현장에서 차량이 판매되는 모든 프로세스를 경험해본 것이

언젠가 다른 업무를 할 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나는 꽤나 욕심이 많았다. 일을 잘하고 싶어서 누구보다 노력했고

나중에 지역본부를 떠나기 직전에는 눈감고도 현황을 만들고 계출을 줄줄 읊을 정도였다.

아직 내가 가지고 있던 일에 대한 욕심과 성장의 높이를 달성하지 못했기에 퇴사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같이 근무했던 지역본부 분들과 같은 고충을 겪고 있던 동기들이 날 지탱해준 힘이었다.

항상 날 챙겨주던 천사 C 대리님과 오후 4시에 사무실에서 몰래 나가서 오뎅을 먹고 돌아오는 시간,

전국 지역본부에 흩어져서 오전 11시, 오후 2시만 되면 차량 판매 현황을 찾아

메신저로 불이나게 연락하던 동기들과의 순간,

나와 성이 똑같았던 A차장님이 맨날 '우리 딸~' 이라면서 업무적으로 모르는 걸 물어볼 때마다

진짜 아빠처럼 친절하게 알려주던 그 순간도...

별 것 아닌 그 순간들이 나를 버티게 해준 힘이었다.



1년 반의 지역본부에서의 첫 직장 생활은,

내가 꿈꾸던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우아하게 사원증을 목에 걸고 출근하는 세련된 직장인의 모습은 아니었다.

투박했고 억척스러웠지만 츤데레 같은 정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직장생활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절대 돈 때문에 직장을 때려칠 사람은 아니란 것을.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6년 뒤, 나는 퇴사를 했다. 정확히 돈이 아닌 다른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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