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모든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퇴사는 나 조차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2016년. H자동차에 입사를 했다. 그 어렵다는 취업난을 뚫고 대기업에 합격한 딸을 자랑스러워하며
친구들에게 밥을 사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 앞에 선연하다.
나에게 첫 직장은 꽤나 행복한 기억이 많은 곳이었다. 25살에 입사해 밥 먹듯이 야근을 해도 팀원들과
수다 떨며 보내는게 재밌었고, 내가 만든 첫 보고서에 뿌듯해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한 달간의 그룹 연수에서 형제를 넘어 전우가 된 듯한 동기들과 메신저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배울 점이 많은 선배들
밑에서 사원 대리 시절을 보낸 것도 나에게는 매 순간이 참 값진 순간들이었다.
그랬기에, 나 역시도 그 회사에서 평범하게 과장을 달고, 팀장을 달고, 보직을 바꾸고 정도의 꿈을 꾸었지,
내 스스로 퇴사를 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23년 1월 새롭게 발령받은 팀에서 상사로부터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고, 내 모든 가치관이 한 순간에 흔들리게 되었다.
내가 이 회사를, 조직을 위해 무언가를 실행하고 바꿀 수 있는 부서라 생각해서 이동해 왔는데 실제로는 가장 고여있다 못해 썩어 있던 곳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실망감이였고, 두 번째는 TV에서만 보던 직장내 괴롭힘, 상사의 괴롭힘이 내 일이 되고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끔찍했다는 것이다. 아침 출근해서 인사를 하면 인사한 걸로 혼이 났다. 야근하다 저녁을 먹고 왔다고 혼이 났다. 나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옥죄었다.
7년의 직상생활을 하면서 고과 한번 깔아본적이 없는 나였다. 맞추기 힘들다는 현장 영업직들 성격도 잘
맞추며 버티던 나였기에, 특 S급 직원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오만함은 부리지 못하지만 적어도 1인분은 하는 직장인이라고 줄곧 생각하며 나의 몫을 다해왔다. 그런데 출근길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숨이 막히고 눈 앞이 하얘지는 순간, 공황장애 초기라는 진단을 받은 순간, 퇴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때 마침 S그룹에서 이직 제안이 왔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사를 했다.
정확히 7년 1개월을 채운 퇴사였다.
첫 번째 직장에서 나의 20대 열정을 모두 쏟아부은 탓일까,
아니면 직장과 직장인은 분리된 존재라는 걸 깨달은 탓일까,
2번째 회사에서는 큰 애정을 가지고 일하지는 않았다. 성과급을 잘 받을 퍼포먼스만 내자. 딱 그정도.
평온했다. 일도 쉬웠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성장에 대한 갈망,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2번째 회사의 퇴사이유이자,
미국 MBA 진학 이유가 되었다.
서른 중반에 접어들어 학생으로 돌아간다는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아직 스스로에게 확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지난 9년간의 직장생활을 한 페이지씩 써내려가면서
내가 걸어온 길, 가지 않았던 길, 앞으로 가야할 길을 숙고해보자 한다.
그리고 나의 이런 개인적 고민이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공감과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