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and Everyday Life 11주차 리딩로그
‘뉴 미디어, 올드 뉴스’ 라는 이 책의 제목은 매우 간결하게 책의 요지를 정리하고 있다. 명시적으로는 뉴 미디어로 인한 저널리즘의 변화가 낙관적일지 비관적일지를 속단할 수 없다고 반복하여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장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논지는 바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저널리즘의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미디어 환경은 새롭게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데, 오히려 저널리즘 실천의 방식의 변화는 기술 낙관론을 입증하는 방향 대신 기존의 ‘저널리즘 악습’의 구도를 더 강화하고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모습들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과도한 희망이나 과도한 걱정을 하던 시기를 지나 이것을 어느 정도 길들인(domesticated) 상황에서 디지털시대의 저널리즘에 대한 ‘이 정도의 의견은’ 학계의 중론인 듯하다. 오늘날 직업 저널리스트들이 그들 산업의 변별되는 지표로서 언급하는 객관성, 불편부당성, 공공의 이익에의 관심 등은 사실상 오늘날의 뉴스 생산 구조에 의해서 제약되고 있는 저널리즘 실천의 측면이다(Fenton & Witchge, 2010). 인터넷은 의사소통 질서의 변화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미디어 소유권 집중의 위험성에 관련해서는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위 매체 집중도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극심하다(Baker, 2006).
책에 제시된 것은 영국의 사례이지만, 한국의 맥락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인터넷신문법 개정안이 위헌 결정나 다행히 계속해서) 인터넷언론으로 등록되어 있는 ‘고함20’이라는 인터넷언론에서 2009년부터 활동해 왔다. 고함20은 콜드리의 개념으로는 ‘소스-행위자’ 혹은 ‘저작자-수집자’에 어느 정도 해당하는 행위자라고 할 수 있다. 영리기업의 형태로 운영되는 언론사는 아니지만,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20대들이 나름의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해서 취재 및 편집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저널리즘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하지만, 이론과 실천은 항상 괴리되어 왔다. 먼저 2009년부터 2016년 사이 빠르게 변화하는 뉴스 유통과 생산, 소비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 급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9년에는 포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블로고스피어를 바탕으로 활동할 수 있었지만, 2011년부터 급격하게 뉴스 유통이 SNS 중심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취재 결과를 표현(representation)하는 전통적인 방식 – 글쓰기 – 에서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2014년에는 카드뉴스가, 2015년에는 동영상뉴스가 새로운 ‘대세 콘텐츠’로 업계에서 이해되어 왔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실험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요새 온라인 미디어들은 애초에 개발자를 채용해야 한다 혹은 기자들 자체가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담론까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게다가 본문에서도 지적된 시간과 돈이라는 자원의 문제 때문에 디지털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는 저널리즘 실천을 행한다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함20 구성원들이 언론고시를 통과해서 기성 제도권 언론에 취업했을 때 각자가 원래 생각했던 ‘이상적인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함께 활동했던 친구들은 다양한 언론사에 입사했는데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저널리즘 실천의 어려움과 직업적인 회의감을 표출하곤 한다. 제도권 언론에서 그들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고함20 때보다 많아졌지만 오히려 노동환경이나 노동관행에서의 문제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원칙과 소속된 조직의 관행과 이해관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타협하는 실천을 하고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저널리즘 원칙들이 제도권 조직에서든 아니면 신생 온라인 매체들에서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직업 저널리스트와 비전문적 저널리스트와 같은 경계가 ‘하향 평준화’의 형태로 무너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텍스트에 드러난 디지털 시대에 변화하고 있는 저널리즘의 어두운 면들이 대부분 현실의 저널리즘 변화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두 가지 면에서는 조금 보탤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하나는, 텍스트에 드러난 시각이 디지털 시대나 뉴미디어의 맥락을 강조함으로써 저널리즘이 근본적으로 빠져 있는 ‘자본주의 함정’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7장에서 에어런 데이비스는 이 점을 조금 더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텍스트에서 논의하고 있는 저널리즘 주체들은 주로 회사 조직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매체들에 한정되어 있다. (많은 저자들은 어쨌든 끝끝내 ‘새로운 주체’들을 기성 언론의 기자들과 구분하지 않는 것을 거부하는 듯하다.) 그런데 현재 저널리즘의 장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저널리즘이 기업의 형태와 결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하에서 저널리즘이 미디어기업의 형태를 갖게 되면, 이것은 필연적으로 저널리즘의 원칙과 영리기업의 원칙에 동시에 종속되는 미디어기업의 이중구조(dual structure)와 연결되는데, ‘기업형 저널리즘’이 아니라 ‘저널리즘 기업’인 한 영리의 원칙이 더 근본적이고 우선적인 원칙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시대가 저널리즘의 질적 저하를 가져 왔다는 식의 논의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들은 저널리즘의 질적 측면을 비교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상호작용의 두께, 상징성 등)을 들여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기업이라는 역사적 형태가 가진 근본적인 모순부터 짚지 않게 되면 마치 과거에는 이상적인 저널리즘이라는 게 존재했는데 이것이 기술적 변화와 함께 몰락해가고 있다는 식의 해석으로 빠져 버릴 위험이 있다고 여겨진다.
다른 하나는, 저널리즘 연구도 그 자체가 자본주의(혹은 기업적 형태) 바깥의 저널리즘 실천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저널리즘 연구의 ‘자본주의 함정’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주로 대량생산-대량소비 메커니즘을 취하는 매체(행위자)들을 위주로 보기 때문에, 또 저널리즘이나 공론장 전체에 대한 논의를 결국 미디어 집중도가 높은 몇몇 매체들을 통해서만 보려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나비 효과’의 근원이 될지도 모를 작은 대안적 움직임들이나 자본주의 바깥에서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실천들은 놓치게 되는지도 모른다. 예컨대, 옥스퍼드 대학교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켈리 리오르단이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물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온라인 매체들의 실험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행위자들이 하이퍼링크 사용을 통한 투명성 확보, 더 많은 맥락 정보의 제시 등을 통해 정확성, 독립성, 불편부당성 등 기존의 저널리즘 원칙들을 실제로 디지털 맥락에 맞게 실현해나가고 있는 사례들이 등장한다(Riordan, 2014/2015). 대안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논의 지형에서는 대안미디어의 존립을 위해 자본주의적 시장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자들도 있지만 반대로 대안미디어는 경제적 이익창출이 아닌 공공영역과 참여의 활성화 등 다른 가치를 중시하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흥숙, 2014).
참고문헌
Baker, E. (2006). Not a real problem: the market or the internet will provide. In Media concentration and democracy: Why ownership matters.. (pp. 88-123). Cambridge University Press.
Fenton, N. (ed.) (2010). New media, old news: Journalism and democracy in the digital age. 이인희 옮김 (2011). <뉴 미디어, 올드 뉴스: 디지털 시대의 언론과 민주주의>. pp. 3-72, 177-249.
Fenton, N. and T. Witchge. (2010). Comment is free, fact are sacred: journalistic ethics in a changing mediascape in Meikle, G., & Redden, G. (2010). News online: Transformations and continuities. (pp. 148-163). Palgrave Macmillan.
Riordan, Kellie (2014). Accuracy, Independence, and Impartiality: How legacy media and digital natives approach standards in the digital age. 양정애, 김선호, 박대민 (역) (2015).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원칙: 정확성, 독립성, 불편부당성>.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고흥숙 (2014). 대안언론 운영의 한계요인에 관한 연구: 1989년 동독 정치개혁 이후 등장한 <다른> 신문들의 폐간원인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58(2), 3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