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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인간극장 Oct 02. 2018

성인챇방 스물다섯번째 달맞이

성인챇방


함께 읽은 책이 열 손가락을 넘어가면서부터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한 권에서 두 세권. 그렇게 2년이 넘었다. 멤버 중 한 명이 꼭 군인이었고, 그가 제대한 후 합류한 새 멤버는 또 군인이었다. 그래서 우린 늘 그의 휴갓날 모였다. 아까운 휴가 쪼개 참석한 그도, 그의 일정에 무조건 따른 나머지 멤버들도 참... 기특하다(나 포함). 그리고 다음달엔 드디어 다섯명 모두 민간인이다.


골고루 읽자고 몇 번 다짐했지만, 서로의 다짐을 확인만 하고 우리는 또 소설을 읽었다. 매번 다른 나라에서 다른 시간에 쓰인 글을 찾아 읽으려고 신경썼지만, 어쨌든 검증된, 그래서 안전한 소설들이었다. 좋은 부분을 공유했고, 와... 어떻게 이렇게 쓰지,하고 감탄했다.


그 안정감 때문에 불안했다. 어릴 적에 나는 우물이나 호숫가에 가면 한참 그걸 들여다봤다. 물에 빠지면 어떻게 되려나 수십번 상상한 뒤에야 물러설 수 있었다. 무서웠고, 동시에 이끌렸다. 이런 걸 설명하는 용어가 있던데... 까먹었고 하여튼! 현실에서 우물에 빠질 수야 없으니 소설에서는 빠지고 떨어지고 찔리고 그러고 싶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소설집 두 권을 골랐다. '문제적 소설이라니 이거 골때리겠구나'하는 기대였다. 아쉽게도 기대는 빗나갔다. 문제소설 열두 편에 젊은작가상 일곱 편은 생각보다 무난했고 비슷했다. 열일곱 개의 역을 무궁화호를 타고 지나온 느낌이다(두 편의 소설이 겹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그래도 난 기차여행을 좋아하니까, 꽤 재밌는 여행이었다. #낙천성연습 #문상 두 편에 애정이 가고, #눈으로만든사람은 팔 수록 이야깃거리가 나오는 우리들의 '화제작'이었다. #불안 #내용과형식 등의 키워드가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데, 아마 그것들이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다음 달에는 오랜만에 소설을 쉬어 간다. 존 버거의 #글로쓴사진 과 #우리가아는모든언어 를 읽는다. 데리다의 #시선의권리 도 여력이 되면 읽어 보기로 했다. 쓰고 보니 '쉬어 가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더 새로운-그러니까 더 이상하고, 어색하고, 머리아프고, 황당한- 소설을 찾아보자, 하고 약속했다.






201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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