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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인간극장 May 24. 2016

윤미네 집

성인챇방

<윤미네 집>은 고 전몽각 교수의 사진집으로 큰 딸 윤미가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담아낸 한 가족의 기록이다. 렌즈 너머로 사랑을 전하는 작가는 평범한 '아빠 사진사'다. 소문만 듣던 이 책을 시립 도서관 구석에서 발견했을 때 빨간 표지가 어찌나 반갑던지, 나는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는 이 기록이 바로 우리 사는 이야기임을 느꼈다. 딸이 간난 아기일 적에는 조금의 변화라도 포착하려 아버지는 늘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윤미가 사춘기에 접어들고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아버지와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함이 참 솔직하다. 점점 줄어드는 사진은 현실 속 부녀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어엿한 숙녀가 된 윤미가 연애할 때, 예쁜 모습 담겠다고 졸래졸래 데이트까지 따라간 아버지를 보면 주책없다 싶다가도 그 사랑에 미소 짓게 된다. 미국으로 시집 간 딸을 배웅한 다음 날 쓴 수기를 읽으면 헛헛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내가 다 눈물이 난다. 배경으로 담긴 1960~90년대 한국의 모습은 정겨움을 더한다. 사진집에 담겨 있는 구체적 현실에 대한 관찰은 보편적 진실에 가 닿는다.     


고향에 내려가면 가끔 어릴 적 앨범을 들춰보곤 한다. 기억나지 않는 까마득한 어린 시절도 아버지가 누른 셔터에 고이 포착되어 있다. 사진 속에 담긴 피사체는 나지만 사진에서 느껴지는 건 아버지의 사랑이다. 짧은 휴가라도 다녀올 참이면 꼭 슈퍼마켓에 들러 일회용 카메라를 사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다. 봄이 가기 전에 아버지께 <윤미네 집>을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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