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판타지와 지배 - 소설

서론: 어떻게 성과 판타지를 엮어서 생각할 수 있을까? 성이란 무엇일까? 그건 분명, 우리가 존재하는 하나의 방식이야. 예외야 있지만 종과 종을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지. 생식에 대한 모든 것이, 성이야.


모든 생명에게 성이란 뭘까? 그건 본능이라는 이름의 불가항력이야. 우린 유전자라는 우리의 설계도에 따라, 자기를 복제하고 싶어 하는 존재지. 고로, 성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거야. 이건 비단, 이성애적 생식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야. 현대 사회의 다양한 섹슈얼리티만큼, 자연계에 존재하는 자기 복제의 모든 방법을 말하는 거지.


이건 이성애이기도 하고 동성애일 때도 있어. 다자애일 때도 있고 자기애일 때도 있지. 놀랍게도 무성애나 형제애도 자기 복제의 전략일 수도 있단다. 어쩌면 성애란 건, 가능한 모든 것이라고 할 만한 거야.


반면에 판타지는 뭘까? 판타지는 한 마디로, 상상 속의 다른 세계야. 즉, 비현실적이라는 건데. 이건 곧, 지극히 인간적인 개념이라는 말이야. 오직 인간만이 상상 속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지.


물론 다른 동물들도 무의식이 만드는 ‘꿈’이란 걸 꿀 거야. 비현실적인 세계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세계란, 중요하지 않아. 으레 그러하듯이 꿈에서 깨면, 순식간에 잊거나 흐릿해져서,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 사소한 현상에 지나지 않다고. 하지만 우린 그것을 전혀 다르게 활용하고 있지.


정말 많은 활용 예시가 있겠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그걸 기록하고 기억하며 정신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거야. 남에게도 그 정체를 표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거지. 특히 판타지가 성과 관련된다면, 은밀하고 정신적인 작용일 경우가 많아. 왜 그러냐고? 인간이 자연과 선을 그으면서 만들어진, 중요한 차이 때문이야. 대부분 이런 표현을 싫어하겠지만, 인간 사회는 자연 상태보다 금욕적으로 설계되어 버렸거든.


아까도 얘기했지만, 인간 외의 생명에게 판타지 세계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 긴장해야 하는 세계 속에서, 온 생명을 바쳐야만 하니까. 그들은 우리처럼 나체 상태를 부끄러워하지 않아. 물론 잠과 섹스를 전혀 다른 세계 속에 보존해 줄 정도로 푸근한 침대나 이부자리 같은 것도 없지. 그들의 섹스란, 정말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배변을 보는 거와 진배없이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본능의 일종일 뿐이야. 아! 오해할까 봐 덧붙이는 말인데, 그렇다고 그들이 로맨스를 모른다는 얘기는 아니야. 모든 생명에겐 생식 활동과 육아에 이르는, 고유의 절차란 게 있으니까. 다만 우린, 그런 것 이상의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말이지.


우리에게 성욕은 어떨까? 적어도 다른 모든 생명에 비해, 금욕적인 제한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본능이야. 교육을 통한 일종의 교화로, 우리의 ‘이성(理性)’이 이런 상태를 받아들이게 할 수는 있어. 하지만 사회적인 의미의 ‘이성’은 많은 면에서 형식적인 법이야. 우리의 육체와 정신마저 그런 금욕에 동의하게 만드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말이지. 그야, 우리 종과 육체를 알려주는 설계도(DNA)의 주장과는 많이 모순되는 시스템이니까.


한마디로 거의 모든 사람이 성적 불만족을 해소할, 별개의 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거야. 오늘은 그중 하나인, 성적 판타지를 얘기해 보자는 거지.


(중략)


사랑: 좋아! 그럼, 우리부터 시작하면 되겠네?


초롱: 먼저 남자의 성적 판타지를 얘기해 보면 좋을 거 같아. 내 생각에, 여자보단 훨씬 이 주제에 노골적이라고 생각하거든.


사랑: (조금 곤란해하며) 어…, 물론 남성들이 노골적인 변태들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야. 다만, 초롱이가 말하는 부분은 이런 거 같아. 아까 얘기했듯이 모든 인간에게 성욕이란 금욕적이지만, 역사적으로 여성에 비해선 남성이 그런 금욕에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생각된다는 거지.


사과와 푸른: 동의해.


초롱: 어떤 면에서 그렇다고 볼 수 있는 거야?!


사랑: 역사적으로 사회는 거의 언제나 부계사회였거든. 이건 명백한 진실이야. 즉, 역사적으로 일상적인 도덕률이나 규정들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 거야. 우린 아버지가 얘기했던, 남성적 사고와 여성적 사고를 분리해 버리는 중요한 요인이 여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중략)


초롱: ?? 잠깐. 그럼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 사실, 서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이런 토론을 하고 있으면서도?


사랑: 내 경우를 얘기하자면, 그래. 어떤 의구심이 드는 건지 알아. 뭐 쉽게 얘기하자면, 나의 직관이라는 고집은 굳이 남자와 여자로 인간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는 오기를 부리고 있다는 거야.


초롱: 뭐, 알았어. 계속하자면, 난 남성이 좀 더 노골적으로 성욕을 표현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 이건 자주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지. 남자끼리 모이면, 외설적인 얘기가 핵심이 될 정도야. 여자는 여우라지만, 남자는 늑대라고 하지. 누가 만든 표현인지는 몰라도, 참 탁월한 거 같아. 사람들이 이 주제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가장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으니까.


푸른: 그 표현을 가져온 건, 괜찮은 생각이네. 우린 이른바 ‘바람직한’ 남성의 성욕이나 이미지를 어느 정도 야성적으로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지. 어쩔 때는 ‘짐승남’이나 ‘마초’라는 표현을 사용하니까.


사과: 게다가 그런 주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호기심과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인 거 같아. 단순히 야동을 검색하는 사람들의 성비만 봐도 알 수 있는 문제지. 아니, 포르노들이 겨냥하는 성별이 주로 어떤 건지만 보면 될 일이야. 압도적이지.


사랑: 내 생각엔, 그런 성향을 보인다고 기대되는 부분도 있는 거 같아. 성별의 차이로 발생하는 성적 호기심의 정도란, 뭘 의미하는 걸까?


(중략)


초롱: 흠, 그럼 남성에게 성적 판타지란 뭘까?


사랑: 글쎄? 공공연한 바램? 이건 물론 내 생각이지만, 성적 판타지를 바라가나 과대평가해 보는 정도 자체는 모두에게 별 차이 없을 거라고 봐. 다만, 남성이 좀 더 욕망을 표출하는 데 있어 자유롭다는 차이가 있다는 거지. 그 이유는 아마, 인류가 역사적으로 관련한 이미지들을 많이 생산해 왔기 때문일 거야. 일부다처제나 여성성매매 같은 것들이 지금은, 하렘이란 이름의 판타지에 적잖게 영향을 줬다고 봐.


사과: 좀 논리비약인 거 같지만,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봐.


푸른: 뭐, 나도 비슷하게 생각해. 거기에 한 가지 더 살펴볼만한 가설이 있는 거 같아. <체체파리의 비법>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지.


사랑: 오우! 흥미로운 소설이지만, 과연 그게 적절할까?


푸른: 내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해보기 전엔 아무것도 모르지 않아?


초롱: 그게 뭐야? 난 몰라.


푸른: 네가 동면하고 있을 때 읽었던 소설이야. 매우 끔찍하고 씁쓸하지. 가능한 짧게 얘기하면, 남성이 성행위를 하거나 생각할 때, 대상인 여성에 대한 폭력성이 증폭되는 전염병이 전 세계에 퍼져서, 모든 여성이 죽는다는 얘기야.


초롱: 흐에! 그게 뭐야…….


푸른: 덧붙여서, 여성 다음엔 어린아이들이 희생당했지. 주제랑은 관련이 없겠지만, 중요한 부분이야. 인간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다루는 ‘제대로 된 소설’이나 ‘실화’는 전부, 그런 구도를 보여주거든. 우리가 모든 통제력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파괴되는 사람은 여성과 아이처럼 약자들일 거라고…….


사과: 우린 <체체파리의 비법>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지. 성행위에 있어서, 수컷에게 다소 폭력적인 본능을 일깨우는 메커니즘이 분명 존재하겠다고 말이야.


초롱: 그건 또, 무슨 끔찍한 말이니?


푸른: 말 그대로야. 작가는 체체파리 수컷의 번식기를 보여주면서, 남성의 성행위와 폭력성을 연결하는 시도를 하지. 체체파리 수컷은 발정기가 되면, 암컷뿐만이 아니라 수컷이나 다른 종의 파리에게 무차별적으로 교미를 시도한다고 하지.


사과: 게다가 생식기로 대상의 온몸을 마구 찔러대지. 녀석들의 성기는 우리 입장에선, 매우 굵은 주삿바늘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온몸에 어떻게든 정액을 뿌리려 하지. 게다가 우연히 생식기끼리 만나길 기대할 필요도 없어. 그런 수컷의 습성 덕에, 암컷들도 어디에 삽입을 당하든 수정이 되도록 진화했거든.


초롱: !!!! 사랑아, 그게 정말이야?


사랑: 정확하게는 몰라. 적어도 우리가 흐릿하게 기억하기로는 그렇다는 거야.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맘대로 짜깁기되는 건 사실, 여러 번 발생하는 일이니까. 그럼에도 중요한 건, 우린 어떤 모기나 파리가 이런 교미를 행한다는 글을 읽은 일이 있고, <체체파리의 비법>의 묘사가 그 기억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거야. 아직도 싫다면, <체체파리의 비법>의 작가가 수컷이 교미 시에 보이는 폭력성을 보여주고자, 이 글을 썼다는 ‘명백한 진실’이 있어.


초롱: 뭐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결국 확실하지 않다는 거잖아. 그런 걸 사실인 것처럼 얘기하는 건, 결코 좋은 습관은 아닌 거 같아. ‘명백한 진실’만으로 얘기를 해도 충분했어.


푸른: 너한테 이런 말할 줄은 몰랐는데, 네 말이 맞아. 더 주의하도록 할게.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요점은, 남성의 성욕과 폭력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넘어가 봐야겠다는 거야. 물론 남성의 성인식이 반드시 파괴적이란 말은 아니야. 과연 정말로 그러한지의 여부를 얘기해 보자는 거지.


사랑: 그건 정말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제대로 하자면 좀 방대하지 않을까? 적어도 공공연하다는 특징이랑 연결시키는 방향으로 생각해봤으면 하는데.


푸른: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게 그런 거야. 남성의 성욕이 공공연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거 같거든.


사과: !! 그건 나도 흥미로운데?


푸른: 그야 그렇겠지. 네가 할 일을 내가 대신해 주는 격이니까. 아무튼 내 생각을 말해볼게. 먼저, 남성이든 여성이든 혹은 다른 성별이든, 성과 관련된 행위에 이끌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초롱: 음, 아기를 낳는 거? 그러니까, 자기 복제를 해내는 거지.


푸른: 타당하지만 부족해. 그건, 유전자의 입장에 가깝지. 좀 더 성행위를 좋아하게 되는, 일차적인 원인에 가까워져야 해.


사과: 왜 굳이 질문으로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답은 본능적으로 쾌락을 주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지. 엔도르핀이나 도파민같이, 모든 감정적 물질은 유전자가 우리에게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하는, 유인제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사랑: 야, 왜 정답을 말해주고 그래?! >< 푸른이가 일부러 초롱이가 맞춰보라고 낸 문제잖아~.


사과: 아, 그런 거였어?!


초롱: 근데 문제는, 난 답을 들어도 뭔 말인지 모르겠는데?


푸른: 사과 말대로야. 쉽게 말해 섹스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우리에게 당근이라는 거지. 유전자라는 기수의 의도대로라는 거야. 물론 유전자에게 의도가 있단 건 아니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에 대해선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믿어.


초롱: 당근과 기수까진 좋았거든? 근데 또 무슨 소린지 모르게 됐어.


사랑: 아, 이건 괜찮아. 지금 넌 충분히 이해했어.


초롱: 그래? 오케이! 천만다행이다…….


푸른: 아무튼 여기서 대부분의 성행위에 대해, 물리적으로 고찰해 볼 거야. 즉, 보통 암컷과 수컷은 어떻게 교미하지?


초롱: 그건 나도 알아! 그러니까, 수컷의 돌출된 성기가 암컷의 구멍모양 성기에 삽입한 후, 피스톤운동을 하는 거야.


사과: 정확해! 푸른이가 말한 ‘물리적 고찰’이 뭘 뜻하는지, 잘 캐치했네. 전혀 감정적인 해석을 하지 않았어.


푸른: 그래, 차마 직접 하기 힘든 칭찬을 대신해 줘서 고맙다. 아무튼, 그런 물리적인 행위 자체만으로는 유전자가 원하는 만큼 자기 복제하기 힘든 건 자명한 일이야. 고로, 그런 물리적 행위와 ‘당근’을 어떻게 연결하는지가 중요해지지.


사랑: 음! 이제 좀 알 거 같아. 좀 많이 돌아왔지만, 오해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구나!


사과: 분명 그런 거 같아! 사랑아, 이거 우리가 한 방 먹었는데?


푸른: 그래, 낯간지러운 칭찬도 고맙다고 해 둘게.


초롱: 그래서? 그 둘은 어떻게 연결되는 거야?


푸른: 그건 우리의 유전자가 ‘당근’과 행위를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내서 활용하고 있었다는 거야. 감각세포들을 이용한다는, 놀라운 아이디어였지. 모든 생체신호 시스템을 성적으로도 사용한 거야.


초롱: ……. ????


푸른: 한 마디로 감각 세포들이 성적 신호를 감지하면, 뇌에서 쾌락을 유발하는 물질을 만들어내도록 한다는 거야. 그 가장 강력한 신호는 인간과 인간의 매끄럽고 은밀한 살갗들이 비벼지는 거겠지? 수많은 종류의 애무가 그렇고, 성행위 자체도 그런 거야. 넌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그걸 처음 경험하기 전엔, 그 엄청난 실감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환희였어.


초롱: 아, 그때구나! 정확하겐 몰라도, 언제인진 알 거 같아. 너무 강렬해서, 나도 그걸 느낄 순 있었어. 오랜만에 잠에서 깬 느낌이었지.


사과: 그래? 흠, 그랬군.


사랑: 뜻밖에 좋은 일인데! 물론 모두의 역할이 좀 틀어진 거지만, 이건 말로 설명하기 많이 힘드니까.


초롱: 글쎄? 난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건 사랑하는 존재들과 살을 비비는 것과 비슷한 거야. 부모님과 볼을 비비고, 강아지랑 부둥켜 노는 거 말이야. 다만 좀 많이 사랑한다는 것뿐이지.


나머지 셋: ……. ??


초롱: ?? 왜들 그래? 틀린 거야?


사랑: 아니, 초롱아. 그게 맞는 말이야! 워~~~~낙 심오한 단계의 연결고리라서, 남성팀 애들로썬 쫌~~(남자팀 인원 둘의 눈치를 살핀다.) 무리일 거야~~~~.


푸른: 뭐라… (사과의 만류에 말이 막혀버린다. 그의 손에 입이 막혀버린 것이다.)


초롱: 그, 그래? 헤헤(쑥스러워한다.)…….


사과: (좀 과장된 목소리로) 나~~~~ 참~~~! 여자팀은 고상한 척은 다 한다니까! 사실 별 거 없으면서~~~.


초롱: 얘, 아니야~~. (여전히 쑥스러워하고 있다.)


푸른: (사과의 제제에 벗어나며) 여전히 지들끼리 쿵짝이 잘~~~~ 맞는구나! 니들끼리 잘~~~~ 해봐라!


사랑: 노, 노! 그건 안 되죠, 푸른 교수님. 아직 수업중이시잖아요~~. ^^


푸른: 에고, 에고. 지랄헌다.


초롱: 푸른아~~, 계속 얘기해 주라~. 나 궁금해!


푸른: …….(꽤나 뜸 들이다) 하, 그래~~. 아무튼 내 얘기는, 성적 행위들이 우리에게 좋은 ‘당근’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동일하고 거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거야. 암컷은 삽입당하는 행위에 더 감수성이 유발되었고, 수컷은 삽입하는 행위에 더 지배적이고 공격적이 될 수 있었을 거라는 주장이야.


사랑: 별로 맘에 안 들지만, 참 흥미롭네.


초롱: 너무 섣부르지 않아?


사과: 사실 이런 주제를 정확하게 아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고로 의미가 큰 가정이라고 생각해. 여성에 비해 남성의 성욕이 더 공공연한 이유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고 말이야. 여성은 그 특별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고, 남성은 돌출된 욕망덩어리와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는 거지.


푸른: 생각보다 더 처절하게 이해해 줘서 고맙네. 맞아, 방금 사과가 한 말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어. 사회적으로 남성의 성욕이 더 공공연한 이유는 어쩌면, 성행위 자체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야.


사랑: 좀 길었지만, 좋은 의견인 거 같아. 결국 우리가 하는 행위들이 우리의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거지.


초롱: 음……. 여자팀인 내가 말하긴 그렇지만, 이 가설을 납득하려면, 남성의 성욕이 폭력적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니야? 정말 꼭 그렇다고 볼 수 있는 걸까? 난 좀 납득이 되진 않아.


사과: 무슨 기분인지 알아. 우리 모두, 그거 자체에 불편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양심적으로 생각했을 때, 적어도 우리의 성적 판타지가 상당히 폭력적이고 지배적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거 같아. 그지, 푸른아?


푸른: 이걸 갑자기 나한테? 음…, 물론 그래. 상상은 자유라고, 우리의 성적 판타지 세계는 우리의 폭력적인 변태성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지. 물론 우리 모두가 그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상이라도 하는 거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큰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된다면 우린, 우리의 신념을 저버리게 될 거고,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비겁한 지배자가 될 거야.


사랑: 호~. 정말 훌륭하네. 물론 나도 동의하지만, 다들 오늘의 롤플레이를 잊고 있는 거 같은데. 무슨 고해성사하는 거 같다고 할까?


푸른: 하지만 너도 알잖아. 사실은 사실인걸.


사과: 그렇지. 다른 모든 존재들에 대한 추측들은 틀릴 수 있어도, 우리 자신에 대해선 가차 없이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사랑: 하지만 그래선, 우리가 이 토론을 기획한 의의가 사라지고 말잖아! 적어도 한 가지는 더 얘기해야 해.


사과: 음, 그건 맞아.


푸른: 꼭 거기까지 가야 해?


초롱: 또 나만 모르는 얘기야?


사랑: 오우! 미안해. 음~…. 내 말의 요점은 남자팀만 고해성사해서, 여자의 성욕에 대해 말할 기회를 잃을 순 없다는 거야.


초롱: 아! 그렇구나! 그건 안 될 일이지!


사랑: 그럼! 고로 우리도 고해성사를 해 보겠어. 물론 역으로 우리에게 불리해진 거지만, 우린 항상 준비되어 있거든!


초롱: 그럼! ……? 그런 거였어?


사랑: 아하하! 그럼~~~~.


사과: 풉!


푸른: 니들 내 말 하나도 안 듣는 거 맞지? 제발 니들끼리 유치하게 쿵짝 맞는 뻘짓은 안 하면 안 되니?


사랑: 당연히 안 되지~! 녀석, 질투하기는~.


푸른: 하…….


초롱: (속삭이며)아이 꼬셔라~.


사랑: 좋아. 그럼, 여자 팀의 고해성사를 시작해 볼게. 초롱이 빼곤 아마 기억하고 있을 거야. 우리가 서양식 스탠딩코미디에 푹 빠졌던 시기 말이야.


푸른: 오우! 물론이지. 그거야말로 판타지스러운 꿈을 꾸던 시기였지. 흑역사라고도 할 수 있고.


사과: 처음 유튜브의 매력에 빠진 시기이기도 했고! 우린 솔직 담백한 코미디들에 감탄하고 있었어. 한국 공중파 개그 프로랑은 다른 것들이었지. 입담만으로 신랄하게 암울한 현실을 들추는 사람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어.


초롱: 우와! 그건 노래가 참 좋아했겠다. 따로 설명 안 들어도 알 거 같네. 너희들이 맨날 말하는 걸, 재밌게 풀어내는 장르였구나. 그 놀랍게도 능청스러운 실력들에 반해버리곤, 감히 그런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거지?!


푸른: ……. 정말 부끄럽지만, 그 말이 맞아.


사과와 사랑: 으하하하!


사랑: 와우! 푸른이가 그런 걸 인정하는 날이 오다니! 나, 너무 감격이야~.


사과: 그러니까! 아하하하!


(그렇게 셋이서만 한참을 웃었다.)


사랑: 아무튼 계속하자면, 그 시절에 봤던 영상에 대해 얘기해 볼 거야. 놀랍게도, 여성의 성적 판타지에 관한 내용이었지.


푸른: 오우, 뭔지 알 거 같네. 뭔가 굉장히 냉철하고 영리한 남자의 코미디였지. 코미디라기보다는, 사람들을 엿 먹이는 거였달까? 아니, 그런 거야말로 코미디라고 해야 할까? 뭔가 좀 건방진 태도였지.


사과: 그지. 특히 특정한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고 비판받는 거에 개의치 않는 사람인 거 같았지. 아무리 거센 비판이 있어도, 그게 자기가 생각하기에 정답이니, 아무런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거야.


초롱: 그래~, 우리들이 그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했다는 건 잘~~~~ 알겠으니까, 사정을 하나도 모르는 나한테도 설명을 좀 해줘!


사랑: 그래, 초롱아. 애들이 말한 대로, 그런 남성분이 여성의 성적 판타지에 대해서 논하는 내용이었어.


사과: 그는 이렇게 시작해. 젊은 백인 남성들이 힙합을 하는 게 흥미로웠다고. 그들이 흑인 갱단을 모방하려는 광경이 황당하고 엽기적으로 느껴졌대. 본인 생각엔, 힙합이 그들에게 매력적인 공격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본대.


푸른: 또한,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고 하지. 그런 공격성은 현대 백인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에 도전하기 때문에 말이야. 그는 정말 이런 덕목이 말이 안 된다고 해. 여자들은 절대 해 끼치지 않는 남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또 초롱이가 이해하기 힘든 전개지만,(사랑이를 보며)


사랑: 즉, 여자들은 ‘위험하지만 길들여진 남자’를 원한다는 거야. 그리고 그들을 길들이고 싶어 한다는 거지. 그걸 그분은 ‘미녀와 야수 구도’라고 하더라고.


초롱: 와우! 그냥 모르는 얘기다 싶었는데, 결론은 정말 강력하네.


푸른: 뭐, 그래서 우리가 서양식 유머에 빠져들었던 거겠지? 항상 이런 양식으로 사람들의 의표를 찌르거든.


사과: 정말 불편하고, 아프지.


사랑: 그래서 매력적이고.


초롱: 우리가 한 때 빠졌던 그 스탠딩 코미디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이제 알 거 같네. 역시 뭐든지 들어봐야 알 수 있다니까.


사랑: 좋아, 그는 다음으로 구글 엔지니어들이 발견한 사실들에 대해서 얘기해. 온라인으로 포르노를 볼 수 있는 기술 덕분에, 사람들의 은밀한 성욕들을 계산 가능한 데이터로 만들 수 있었던 거지.


푸른: 그건 꽤나 중요하고도 새로운 현상이었어. 요즘은 은밀한 비밀들을 손쉽게 수치화하고, 분석할 수 있단 거니까!


사과: 덕분에, 아까 우리가 얘기했던 지점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지. 남성이 더 성적 판타지를 많이 찾고, 공공연하며, 폭력적이라는 거였지. 또 수컷의 욕망은 이해하기도 쉽고 간단하며, 보통 시각적으로 자극을 받는다는 점도 발견했다고.


사랑: 하지만 여자들은, 좀 더 얘기가 복잡했지. 여자들의 포르노 사용은 글 중심적이라고 했어. 구글 엔지니어들이 조사한 결과는 정말 재밌었지. 할로퀸(harlequin) 로맨스, 뱀파이어, 늑대인간, 백만장자, 외과의사, 해적.


초롱: ???? 뭐?! ㅋㅋㅋㅋ


사랑: 그게 여성 포르노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들이었어! 매력적인 처녀 여성이 야성적인 남성을 길들이는 내용이지.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본성을 지닌 존재들을 길들이는 성행위를 말이야!


초롱: 풉! 아하하하하! ><


사과: 풉…, 그래. 영상의 관중들도 그렇게 웃었어. 남자 여자 가릴 거 없었지. 그런 게 코미디니까.


푸른: 정말, 머리가 번쩍하는 내용이었어. 덕분에 우린 머리를 깨고, 새로운 앎에 도달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었지. 노래는 그런 코미디들 덕에 더 자기 일을 잘 해낼 수 있었고. 정말 다시 생각해도 황당할 정도니까 말이야. ㅋㅋㅋ


사랑: 맞는 말이야. 여태 여성의 성욕에 대해선 무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간접적인 지식들 덕분에 인간의 성적인 판타지들에 대해 훨씬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어. 덕분에 나랑 사과가 많은 도움을 받았지.(사과를 그윽이 바라보며)


사과: (끄덕거리며) 그럼, 그럼.


초롱: 아~~~, 정말 실컷 웃었다. 노래가 하고 싶었던 게, 이런 코미디를 만들어보는 거였구나! 왜 우린, 이렇게나 좋은 코미디를 더 빨리 알 수 없었던 걸까? ㅠㅠ


푸른: 너도 알겠지만, 우리가 좀 많이 고지식하잖니……. 노래 녀석도 다음에 만나면, 한 탕 날뛰어 보길 벼르고 있을 거야. ㅋㅋ


초롱: 오케이, 오케이. 웃는 건 이쯤 하고, 할 말은 해야겠어, 사랑아.


사랑: ? 뭐든지 얘기해, 우리 이쁜아.


초롱: (기뻐하며)ㅎㅎㅎㅎ. 정말 재밌고 탁월한 내용의 코미디였어.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야. 화자는 청자가 서양인이라고 상정해서 얘기하고 있어. 뭐, 당연한 일이지. 서양 어느 나라에서의 스텐딩 코미디일 테니까. 하지만 키워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엔지니어들이 알아낸 그 키워드들은 철저히 서양 문화권에 적합한 것들이야. 그걸 모든 암컷에게 적용해서 여성의 성적 판타지라고 하는 건, 섣부를 수도 있을 거 같아. 적어도 동양은 어떤지를, 우린 알아야 해.


푸른과 사과는 매우 놀란 눈치다.


사랑: 와우! 정말 좋은 지적이야! 그래,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어. 게다가 과학적으로 그 내용을 딱하고 증명하기도 힘들 거 같아. 아직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진 못했으니까.


초롱: 그래? 그건 좀 아쉽네.


사랑: 하지만 과학적인 걸 조금만 포기한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서양과 동양의 여성 중에, 더 포르노 검색에 적극적이고 접근성이 높은 건 어느 쪽일까? 우린 심증으로 서양권일 거라고 생각하게 될 거 같아. 여성의 성에 대해 더 많은 족쇄가 있는 쪽은, 동양일 가능성이 높을 거니까. 당시의 구글 접근 인구 비율도 생각해 보면, 서양권 인구가 압도적일 거라 예상되고.


사과: 그…럴까?


푸른: 난 합당하다고 봐. 물론 많이 서두르는 거지만, 동양의 많은 나라들이 여성의 정갈함(?)을 지향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지.


초롱: 흐에! 고로 엔지니어들이 모을 수 있는 견본엔, 동양 여자들의 데이터가 너무 적다는 거구나!


사랑: 바로 그거야. 과연 그런 ‘미녀와 야수’ 성적 판타지가 서양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건지 아닌지를 분간하기 힘들 수 있다는 거지.


초롱: 하지만 우리가 내린 결론은 좀 다르겠지? 그래서 이렇게 자신감 있게 얘기를 꺼낸 거 같은데?


푸른: 호~.


사랑: 맞아. 우린 우리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어. 이미 동양권 여성들의 ‘미녀와 야수’ 판타지에 대한 증거는 많다고 생각하거든. 물론 우리가 경험한 한국 문화만을 얘기하긴 하지만,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를 거 같진 않아. 아, 이 경우엔 ‘온달과 평강공주’ 판타지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지도?


사과: 푸! ㅋㅋㅋㅋ


푸른: 그거 말이 되긴 하네.


초롱: ㅎㅎ 그래서, 그게 뭐야?


사랑: 왜, 그런 현대 드라마들 있었잖아. 도깨비가 훈남으로 나오는 ‘도깨비’나, 미남 외계인이 나오는 ‘별에서 온 그대’ 말이야.


초롱: 우왓!


푸른: 나름 괜찮은 지적이야. 물론 전혀 질펀한 포르노는 아니지만, 오히려 동양의 경우에 그건, 절충된 해소점 일지도 몰라. 우리가 알기론, 두 드라마는 꽤 인기작이기도 했고 말이야.


사랑: 이 정도면, 여성의 성적 판타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얘기한 거 같아. 남성은 비교적 공격적이고 공공연한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거 같아. 여성은 그런 야성미 있는 남성을 컨트롤하고 싶은 판타지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고. 물론 후자는 추론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겠지?


초롱: 그건 그래……. 흠…….


사과: 뭔가 맘에 안 드니, 초롱아?


초롱: 아냐. 그런 건 아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야. 뭔가 결과가 여기서 만족될 수는 없는 거 같아. 이건 직감이지만, 너희들도 이런 결과는 싫지 않아? 이건 뭔가… 전혀 우리답지 않아.


푸른: 역시 초롱인 여태 없을 정도로 성장한 거 같아.


초롱: ??


푸른: 초롱아, 걱정하지 마. 얘들은 널 한 번 시험해 본 거야. 그리고 나도 그러고 싶어. 네가 생각하는 답이 뭔지 알려줄 수 있을까?


초롱: 걱정 말라고? 방금 네 말이 몇 배는 더 걱정되고, 신경 쓰이거든!


푸른은 묵묵히 얘기해 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사랑과 사과는 다음 대화를 기다리는 눈치다.


초롱: 후, 그래~ 알았어. 내 생각에, 이번 토론의 결론은 좀 다른 거 같아. 남성은 직관적으로 여성은 감성적으로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양쪽의 목적은 타인을 지배하는 거 아닐까? 그 방식이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는 폭탄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어.


사랑과 사과: !!


푸른: 기대 이상이야. 계속해줘.


초롱: 무슨 오디션 보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경험상 남성은 육체적으로 여성을 이기는 이미지에 매료되는 거 같아. 물리적인 성행위 방식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성욕이 시각적인 이유도 그런 거에 상통하지 않을까? 자신의 강력한 힘과 육체로 가정과 여성 잘 통제하고 있다는 안심을 얻고 싶은 것만 같아.


사랑: 그리고?


초롱: 여성은 그런 남성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야. 동시에 비슷한 지배욕을 가진 인간이지. 여기서 중요한 건, 좀 마음에 안 드는 현실일 거야. 모든 의식이란 걸 가진 존재란, 자신이 이기는 이미지를 좋아하기 마련이니까. 엄, 물론 다음에 얘기해야 할 주제겠지만.


푸른: 당연하지. 지금 해버리기엔 아쉬운 주제야. 시간은 따로 많으니까.


초롱: 그래. 아무튼 우리 생각에 의식이란 건, 자존감의 본체 같은 거니까. 아무리 부계 사회라고 해도, 여성이라는 존재에게 평생 이기는 이미지를 부여하지 않을 수는 없는 거야. 게다가 성이란 영역은 가장 근원적인 욕망 중에서도 가장 예민하고 심오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더 그럴 거야.


사랑: 사실 부여했다 보다는, 아귀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세상엔 의식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놀라운 효과에 우연히 기대는 시스템이 많은 편이니까. 정말 신기한 일이야. 사실 뭐가 어떻게 굴러가든 다들, 나름 나쁘지 않은 결과에 도달하는 게 진리의 시스템일지도 모르는 일이야.


사과: 으, 흠! 사랑아.


사랑: 알았어, 미안. 사설이 길었어.


푸른: 이미 다 말해놓고, 뻔뻔하긴…….


초롱: ㅎㅎ, 아니야~. 사랑이 말처럼 정말 놀랍게도, 여성들도 자신이 이기는 이미지들을 찾기 마련이란 거야. 그게 가장 은밀한 잠자리와 근접하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고. 정말 놀라운 일이지. 우린 육체적인 성행위 양상 그대로, 사회에서도 실현하고 있는 거야.


사과: 이를테면, 다세포 유전자의 가장 치밀한 자기 복제 발명품과 인간 사회 밤 문화 사이의 무성생식이라고도 할 수 있지.


초롱: 뭐 난 모르는 말이지만, 언젠가 얘기해 볼 주제겠네? 게다가 우리 셋이 짜기라도 했나? 다들 한 마디씩 모르겠는 말만 하고 말이야…….


푸른: 그 이유도 언젠간 전부 알게 될 거야.


초롱: 아, 네 명이었네.


푸른: 부탁이야. 날 바보 그룹에 묶지 말아줘…….


초롱: 아무튼, 인간도 성행위와 유사한 방식으로 삶이란 걸 살아가게 되어 있어. 다만 다른 모든 것들처럼, 그들의 성이 지식의 방식으로 전승될 수 있다는 게 달랐지. 여성은 다른 모든 세상 속에서 최강자인 남성을 잠자리 속에서 컨트롤하고 지배할 수 있는 감수성을 사용한 거야. 강인한 지배자를 지배하는 거지.


푸른: 결국엔?


초롱: 그 폭력의 양이나 질, 방향이나 시시비비 같은, 뭐 여러 가지 알 수도 없는 성질들이 각각 다른 성적 판타지들이지만, 결국엔 ‘나’라는 자아가 소중한 동시에, 필요한 ‘너’라는 자아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서로를 예속시키는 거대한 시스템 같다는 거야. 정말 살벌하게 들리는 이야기지만, 어린 왕자가 여우와 얘기했던 ‘길들인다’의 정의와 거의 일치하는 시스템이지.


사랑: 결국은?


초롱: 뭐 나도 잘은 모르겠는 얘길 해버렸지만, 대충 요약하면 이래. 결국 모든 존재는 다른 존재를 예속시키고 싶어 하고, 그건 쌍방의 화학작용이야. 서로가 서로를 예속하는 거지. 수컷은 비교적 전통적이고 눈에 보이는 의미의 지배에 익숙하도록 진화한 편이라면, 암컷은 비교적 정신적인 지배를 중요시한다는 거야. 지배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다면, 예속이라고 해도 좋아. 성역할이라는 말은 싫어하지만, 적어도 이 지점까지는 여성과 남성을 분리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봐.


푸른: 정말 허점도 반박거리도 많은 말이지만, 네가 한 말 중에 가장 괜찮은 거 같네. 확실히 이번이 가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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