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101 ~ 110

101 아무것도 실감 나지 않을 때, 무언가 들어오고 식도를 타는 건, 거대한 카타르시스야. 마치, 처음 느껴보는 감각인 거 같지. 뜨거운 물은, 그만큼 인상적인 자극이었어. 이제야 잠에서 깬 거 같은 감각이야. 내 안에 무언가 구르고, 흐르는 게 느껴져.


102 하……. 팝콘 먹으려고 영화관 가는 멍청이가 우리 중에도 있다니!


(중략)


아니, 푸른스. 우린 모두, 팝콘 먹으려고 영화관 가는 멍청이야. 사람이 몰려있으면, 팝콘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심보지.


103 “편리 담당이 뭔데?”

“말 그대로야. 모두가 편리하기 위해 있는 거지.”

그럼,

“팝콘 같은 거?”

“바로 그거야!”

“뭐야, 그게.”


(중략)


“둘 다 내 말 들어! 우리 중에 남을 위해 편리한 일을 해주는 녀석 따윈 없었지. 다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녀석들이니까. 하지만 무언가가 운영되기 위해선, 그런 존재가 꼭 필요한 법이야.”

그랬어?!


“왜 편리라는 게 필요한 거야?”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지. 인간은 항상 편리해지길 바라는 동물이야. 언제나 게으르거든. 모든 중요한 일들이 간단해지길 바라지.”

정말 맘에 안 든다.


104 아무 데나 나다니면서 입 터는 걸, 역할이라고 하진 않아. 식객이라고 하지.


105 꽤 재미있어. 밤은 내 얘길 잘 들어주거든. 아무도 이 기분을 모른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야.


106 우린 필요하다고 느낀 걸 가질 수 있지. 머리로는 알 수 없는 지식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 급하지만 않으면 말이야.


107 난 원래 감정에 충실하거든?!


(중략)


애초에 심술부리는 건, 남자든 여자든 똑같아. 인간이란 건 원래, 심술을 심하게 부리는 종족이야.


108 “아마 신경 쓰여서 물어본 거야.”

?

“어떤 게 신경 쓰인다는 걸까?”

“보라가 항상 해온 게, 뭐라고 생각해?”

“응? 음……. 꿈을 꾸는 거?”

일단 그렇겠지?


“좋아. 그건, 어떤 꿈이었지?”

“옛날 일을 돌이켜보는 거야. 후회되고 아름다웠던 날을 돌려 보면서, 향수에 빠지는 일이지.”


“정답이야. 내가 아는 한, 보라는 항상 그렇게 지내왔어. 아쉽고도 좋았던 기억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을 치유하면서도 책망하는 거지.”

“흠, 그래. 확실히, 그 정도로 멍청하고 어이없는 친구지.”


(중략)


“우린 그럴 때, 일부러 평소와 다른 행동을 취해보는 스타일이잖아? 저질러놓고, 관찰하고, 실험해 보는 거 말이야.”

워우,

“듣고 보니 그러네. 우리의 몇 안 되는 장점이라 생각해. 물론 겉멋 든 행동이고, 단점도 확실하지만.”


그래. 이거인 거 같아. 녀석도 초롱이의 변화를 느끼고 있어. 정말 많이 변했지. 이번엔 할 수 있을까?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서로 짜증이 좀 나도, 이해하면서 살자고~. 어차피 한배를 탄 셈이니까.”

보라를 미워하는 상태로는 안 돼. 넌 모두를 사랑할 수 있으니까. 단 한 명도 빠져선 안 돼.

“어어, 무슨 말이야? 난 이미 잘하고 있거든?! 너나 잘하지 그래? 넌 짜증만 내면서!”


“보라도 그랬던 거 같아. 그냥 과거를 보는 것에 벗어나서,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실험해 보기로 한 거지. 널 통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 거야.”


(중략)


“지금 걜 만나면 어떨까?”


109 우리가 자주 그러는 것처럼, 잊고 싶어서 다른 상상을 하는 방식도 나쁘진 않잖아? 중요한 건 다음으로 미뤄버리자.


110 무엇이든 실제 언어가 되는 순간, 전혀 다른 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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