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론 시작 - 소설

‘아무리 견고한 게임이론을 강구해도, 현실과 게임은 달라. 우린 적어도, 재미로 게임을 선택하지. 선택하지 않은, 혹은 못한 게임이 있다면, 그것이 현실이야.’


“그래, 오늘은 게임에 대해 배우러 왔다, 이거지?”

“예압.”

?

“푸른아, 초롱이 왜 이러니?”

“내가 왜?”

“흠, 좀 복잡해. 그냥, 요즘 미드를 너무 많이 봤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 같은데?”


ㅎ!

“아, 그래. 그건 매우 잘 알지.”

“왜 니들끼리만 납득하고 넘어가는 거야?!”

“갑자기 게임은 왜 궁금한데? 물론 내 영역이긴 하지만, 너랑은 가장 먼 주제인 거 같은데,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아니야?”

아! 이러면,

“오와! 네가 남 생각을 해주는 녀석인 건, 처음 알았는데?”

그래, 푸른이가 가만 안 있겠지.

“너무하네. 나도 가슴 따듯한 사람이라고. 무려, 웃음을 연구하는!”

“ㅎㅎ, 둘 다 귀여운 건 알겠으니까, 거기까지만 해.”

엄청 단호해졌네?


“게임이라고 해도, 대략 뭘 알고 싶은 건지 얘기해 줄래? 의외로 너무 방대한 주제라서 말이야.”

“오, 알아. 그냥, 우리에게 게임이 어떤 거였는지 얘기해 줬으면 해. 내가 자리를 비워서 놓친 것들 말이야.”

허!

“그래. 이제 알겠네, 푸른아.”

“…….”


우리에게 게임은 삶의 중요한 일부라고 할 수 있어. 역할이 아주 많은 취미지. 때론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연관되어 있고, 때론 조절해야 하는 중독이야. 때론 삶의 가벼운 간식이자 활력소고, 때론 응어리져서 형체조차 알 수 없는 감정들을 녹여주는 염산이야. 음~ 생각해 보니, 사람이 스트레스를 느끼고, 무언가에 중독되는 거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


“그 말은, 우리가 게임을 안 좋게 보고 있다는 거야?”

!!? 아니, 사실 절반만 그래. 게임이 아니어도 무언가에 중독되는 건, 좋다 안 좋다를 따지기 힘들거든. 두 글자론, 중용이라고 하는 거지. 뭐든 과하지 않아야 하고, 너무 부족해서도 안 되는 거야. 우린 적어도 무엇에 중독되든, 가장 기본적인 도덕이나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전부 양날의 검이라고 해석하는 주의지. 특히나 우리에게 게임이 중요한 이유는, 게임이 우리에게 중독을 대하는 올바른 철학과 태도를 가르쳐줬다는 거야.


(중략)


“오와! 계속해줘.”

재밌어하는 거 같아서 다행이야. 내 생각에, 우리가 최초로 중독된 건 게임이었어. 아마 최초의 취미였을 거야. 우리가 어떤 아이였는지 기억나니? 우리가 가장 좋아하던 놀이는 뭐 뭐였지?


“오! 나도 그건 기억나. 우린 가위바위보랑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그리고 블록놀이를 제일 좋아했어!”

맞아! 잘 기억하고 있구나.


“둘이 재밌게 얘기하는 걸 방해하려는 건 아닌데, 좀 많이 돌아가지 않아? 조금 더 요점을 얘기하면 어때?”

“야! 한참 잘하고 있거든?! 답답하면 한숨 자고 오지 그래?”

워우! 초롱스, 너 되게 강해졌구나?

“흠, 흠! 내가 원래 이쯤은 하지!”

“…….”

!!!! 아하하하! 아~주 마음에 드네.


아무튼, 우리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놀이엔 공통점이 있어. 바로, 잠깐이라도 생각을 해야 하는 것들이었지. 우리가 가장 재미를 느끼는 건, 복잡한 걸 생각해 내거나, 다른 친구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는 것들이었어. 물론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항상 뭔가 생각하게 해주는 걸 찾아다녔지.


“하지만 친구들이랑 하는 놀이는 완벽하지 않았어. 그건 서로서로가 놀아주는, 소통이니까. 언제나 생각하는 거랑은 거리가 있었지. 내 정당한 승리를 양보해야 할 때도 있었고, 부당한 승부에 억지로 어울릴 필요도 있었어. 내 승부욕은 점점 갈 곳을 잃었고, 자연스레 혼자 노는 아이가 되었지.”

오! 푸른이가 전략을 바꿨나 보네.


“와우!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런 거 같아.”

맞아. 우린 주로 놀이시간에 혼자 앉아선, 블록놀이를 하는 친구가 되었지. 하지만 그것도 좋지는 않았어. 우린 공간지각능력에 있어선, 창의력이 많이 부족했거든. 매일 새로운 걸 만들기보단,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조립방식을 반복하면서 수정하는 게 전부였어. 한 마디로 혼자서 노는 데다 조용하기까지 한 아이였지.

“!!!! 우린 그랬구나…….”

어, 어우. 이걸 혼자 진행하긴 좀 힘들겠는데, 푸른아?


“그래, 너도 걱정될 거야. 그런 아이는 많이 골칫거리지. 정말로 못 말리는 사고뭉치 아이들보다 아득히 높은 레벨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 노련한 인생을 살지 않는 한, 그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안다는 건, 상당히 힘들지. 한 마디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돌봐주면 좋은 아이일지 모르는 상태에 이르는 거야.”

그래, 네 전략 잘 알았어.


푸른이 말이 맞아. 우린 이거 때문에 어머니도 울린 적이 있었지. 우리를 걱정한 어린이집 선생들이 우리에게 유아용 인지능력 검사를 제의했거든!

“세상에!”

그래, 맞아. 다행히도 네가 기억하는, 그 기억이야. 우리가 어떻게 했는지, 혹시 기억이 나니?

“우린…….”

괜찮아, 초롱아. 천천히 해도 돼.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한 기억일 수도 있으니까. 오히려 우린 운이 좋은 편이었지.


“하…, 네 말이 맞아. 우린 그게 우리를 테스트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 버렸어. 좀 화가 나버려서, 일부로 그들이 바라지 않는 것에 체크하기도 했어. 때론 지나치게 솔직하게 답변하기도 했고.”

맞아. 우린 그만큼 머리를 굴리는 습관이 들어 있었지. 우리가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것도 그때 즘의 일이니까.

“!! 그건 또,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그래, 뭐든지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 법이 없으니까.


“그래서, 게임 얘긴 언제 시작하는데?”

“아 그래, 그래. 네가 원하는 파트, 이제부터 제공해 줄게.”

‘초롱이가 푸른일 잠깐 노려봤어. ㅎㅎ.’

하지만 우린, 스스로도 문제가 많았어. 어느 정도 그걸, 자각하고 있었지. 놀이 시간인데 조금도 재미가 없다는 건, 누가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우린 또 운이 좋았어. 블록 보관함 옆에 있는 책장들이 우릴 구해줬거든.

“아! 그 동화책들!”

“어, 어. 아직도 게임 얘긴 시작도 못한 거 같은데?

성격 급하네~. 좀만 날 믿고 들어줘봐~.

“그래, 푸른아. 노래도 얘기하게, 좀 들어줘라~!”

킼킼! 쌤통이다~.


“우린 그때부터, 독서와 문학을 시작할 수 있었어. 혼자서도 거뜬히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은 거지. 게다가 그건, 우리에게도 잘 맞았어. 늘 생각하고 있는 것에, 책은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있었거든. 곧 우리는, 언젠가 이런 책을 자신도 쓸 날을 꿈꾸는 소년이 되었지. 맞아, 우린 그때부터 그냥 혼자 노는 아이에서, 혼자서도 잘만 노는 아이가 된 거야. 사람들은 여전히 우릴 꺼리고 있었지만, 책에 대한 신뢰 덕분에 우린, 거의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혼자 놀 수 있었어.”

“하…….”

‘아, 참.’

“엄, 정말 놀랍고 좋은 얘기야. 근데, 푸른이 말처럼 아직도, 그게 게임이랑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어.”

‘내 정신 좀 봐. 혼자 신나 버렸네.’


미안해. 내 말의 요점은, 우리 삶의 가장 큰 목적을 찾는 과정이 놀이와 매우 관련 있었다는 거야.

“오! 확실히, 그렇게 생각해 볼만해. 물론 푸른이 말처럼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우린 뭔가 생활이 비어있다는 생각에 좋은 놀이거리를 찾아 헤맸고, 결국엔 문자로 지식을 전하는 행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니까!”

바로 그거야! 이해해 주니, 정말 고마운걸!


“그럼, 나도 기대를 저버리진 않을게. 네 생각에도, 참으로 억지스럽지 않아?”

넌 진짜, 하나도 안 고마워.

“그래서 놀이를 바라는 게, 우리한테 뭐야? 아직 하나도 정리가 안 됐거든. 놀이를 찾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도 된다는 거야?”


놀랍게도 난, 그렇게 주장할 생각이야.

“하! 배짱도 좋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야?”

우리가 다른 고민을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야. 다른 말로, 우린 어느 순간부터 더 많은 목적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거지.


“힝…, 난 또 모르겠어…….”

“초롱아, 조언 하나 해줄게. 애들이 네가 모를 말을 한다면, 논리적 비약을 사용해서 네 판단을 흐리려는 거야.”

“정말?! 아냐, 애들이 그럴 리가 없거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야.

“정말 정말이라고?”

그래. 하지만 논리적 비약을 쓰는 이유만큼은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 초롱아, 우린 네가 없는 동안,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의문들 속에 내던져졌어. 답이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우린, 직관에 많이 의지해야 했지. 우린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만들어내는 현실에, 비약이라도 사용해서 설명하는 시도를 해야 했어. 그게 이제는, 하나의 습관이 되어버린 거야. 합리적인 추론만으론 도달할 수 없는 설명을 해내기 위해서 말이야.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건 우리가 싫어했던 목적론과 같은 짓을 하는 것만 같아. 단순히 실수를 반복하는 중일지도 모르는 거지…….’


아, 몰라! 하지만 여전히 놀이를 찾는 건, 인간의 본능이 맞아. 아니, 정확하겐 모든 생명의 본능이라고 봐.

“하……. 그래, 그거라도 설명해 봐.”

“지금 이걸 넘어가기야? 너, 나중에 설명해야 할 거야!”

“그래, 그래.”


다른 동물들을 생각해 봐.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거 같아? 아니, 모든 존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거 같아, 초롱아?

“!? 글쎄? 난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 거 같아. 다들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알기도 전에,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

“갑자기 들은 질문 치고는 정말 잘 대답하네, 쓸데없이.”

“우리들 사이잖아? 어디 덧나?”

자~, 자. 진정하고…….

“너도 그래. 내가 누구 땜에 이런다고 생각해?”


아하하……. 아무튼 초롱이 말처럼, 모두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소홀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거 같아. 모든 생명은 자신의 삶이란 걸 이어가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고, 동시에 저장하고 있어. 그건 반드시 인지의 영역은 아니야. 우리가 본능이라고 부르는 힘이 우리에게 삶이란 걸 가장 절박하게 느끼도록 하고 있어. 그 사실을 알든 모르든, 그건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아니야.

“그래, 뭐. 당연한 거지. 그래서?”

“넌 참, 항상 그렇게 새침해야 하니?”

“넌 항상 가만히 있지를 못하지?!”

“그럼~! 20년 동안 잠만 자서, 아주 그냥 몸이 쑤신다, 어쩔래! 네가 뭐 보태준 거라도 있냐?!!”

“……. 내가… 미안.”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만…….’


흠흠. 아무튼 난, 본능에 쓰는 것 이외의 시간에 집중해 보기로 했어. 까놓고 말해서, 동물들이 생존 이외에 하는 것엔 뭐가 있을까? 그들이 하는 행동에 생존과 존속 말고, 다른 목적이 있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음. 사람을 생각 안 해도, 반려 동물들은 우리랑 놀거나 산책을 하지 않아? 게다가 우리 때문이 아니어도, 새끼 사자들은 서로 장난치면서 놀고 그러지!”

“너 치곤 좋은 반박이네.”

“반박한 게 아니라 대답을 한 거야, 이 냉혈한아.”

‘으에~. 오늘 계속 저러네, 쟤들. 또 싸울라.’


물론 그런 경우들이 있을 거야. 그리고, 나도 왜 그런 건진 잘 몰라. 그걸 따지는 건, 내 역할은 아니거든.

“엥? 김빠지게 그러기야? 그럼 누구한테 물어봐야 해?”

“흠, 이건 아마 보리네로 가야겠네. 아무튼 감싸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쟤 말이 맞아. 쟨 그런 건 잘 몰라.”

아우, 아주 고마워~ ^^.

“으!!!! 다들 자기 편한 대로야. 정~말 우리답네!”


내 생각에 우리가 다른 동물들과 유별나게 다른 점은, 삶에서 얻은 에너지를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월등히 많다는 거야. 물론 거의 모든 사람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가 걸고 있는 것은 당장의 목숨과 직결된 건 아니니까. 한 순간의 실수로 상위 포식자에게 모든 것을 뺏겨야 하는 식은 아니라는 거니, 오해 않길 바라.

“흠. 우린 여전히 치열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선택하진 않는다? 아니, 그렇기에 다른 중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좋은 말이야! 우린 처음으로 삶의 많은 부분을 생존 이외의 것으로 채울 수 있다는 거지! 우린 모두 취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거야. 당장의 생존이나 생식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지만, 남는 시간을 보내게 할 수 있는 무언가 말이야.


“한 마디로 우리가 특별한 이유는, 시간적 여유 덕분에 취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거네? 맞는 말이야.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교환할 수 없는 거니까.”

바로 그거거든! 난 그중에도 오락에 대해서 얘기하려 해. 오락은 분명, 가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여가야. 시간에 조금이라도 빈 공간이 생기면, 우린 어떤 방식으로든 오락거리를 찾고 있거든!

“시간이 좀 뜨니까, 좀 놀고 싶은 거야. 가장 단순한 감정일 수 있겠어! 우린 모두 엔돌핀이나 도파민의 노예잖아?!”

“어…, 너도 그런 말 할 수 있었어?”

“뒤진다.”

“가만히 있을게.”


아하하하, 초롱이 말이 맞아. 이런 식이라면 난, 놀이를 찾는 것이 거의 본능적이라고 생각해. 생명은 삶에 시간적 여유만 생긴다면, 가장 먼저 놀이를 만들어낼 거라고 가정하는 거야. 하지만 지구상에 그런 걸 해낸 존재가 인간뿐이라서, 그게 인간만의 전유물로 보인다는 건 안타깝지.

“엄…….”

아! 물론 그거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게 아니야. 대신, 인간이 처음 개발한 게임이 어떻게 나아가는지 알아봐야지. 그게 내 역할이거든. 난 미소의 엔돌핀을 분석해야 하니까. 고로, 오리엔테이션은 여기까지 해야겠어. 다들 안녕~. 좋은 밤!


“엥? 이제 시작인데?”

미안. 좀 길게 끌었지?

“아니, 그게 아니라.”

“뭐, 시간이 이제 없긴 하네. 이만 자야 해.”

“다들 진짜 너무해! 항상 이런 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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