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눈이 물방울을 마중 나가고 있어.
“혼자 계속 뛰면서……. 너무 무서웠어.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아까 지나온 곳을 또 지나고 있을 것만 같아서……. 널 찾으려는 그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될 것만 같아서……. 해가 져가면서, 네가 거기에 있단 걸 알려주지 않았다면…….”
‘이 이상 헛수고하지 않아! 다신 그럴 수 없어…….’
물방울이 결국엔 네 눈을 떨쳐버릴 때, 네 다리도 네 몸을 떨쳐버리곤, 풀썩거렸어. 분명 여름 장마처럼, 습하고 무거워지는 물방울이었어. 그리곤, 그대로 허리마저 무너뜨리고 말았지. 나도 모르게 같이 내린 무릎으로, 내던진 머릴 받으려 했어.
“그러고 보니, 이곳도 태양이 뜨고 져……. 아름다워…….”
오늘의 헛소리 시간이네. 네가 나보다 먼저 잠든 건 처음이었지. 내 하루는 좀 더 길었어. 네 코골이가 그칠 때까지, 그저 너랑 네가 준 풀 반지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오늘의 미친 행동을 시작했지.
(중략)
“흐음~~냐. 짭! 이건 왜 그런 걸까, 푸른아……. 후~~~ 말 좀 해!!!! 맞고 싶나……. 음~.”
ㅎ! 아~. 본심은 그렇다 이거지?
네 잠꼬대가 무색하게도, 네 몸은 날 따라가면 안 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어. 그 예쁜 갈색 머리가 헝클어진 건, 아무 문제도 아니야. 넌 눈에 띄게 수척했어. 내가 맘만 먹으면, 한 손으로 널 들어 올릴 수 있겠지?
차라리 내가 널 업어가는 쪽이 현명할지도 몰라. 가장 심각한 건, 네 발이거든. 네 발은 눈에 띄게 새까매졌고, 검댕이가 흐른 피를 겨우 굳히고 있어. 걸으면 또 벌어질 것을 뛰어다녔으니……. 넌 때로 발을 오므리면서, 그 고통을 꿈속에 가져간 거 같아. 네 표정이 딱 그만큼 일그러져 있거든…….
풀 반지를 두고 갈게. 이걸 본다면, 따라오지 말아 줘. 선물을 돌려주는 건, 이별의 표시잖아? 아마 그렇지? 아무튼 넌, 원래 네 집에 있어야 하는 아이야.
평소 같지 않지만, 평소처럼 걷고 있어. 어제처럼, 초록 형상이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지거든. 나도 네 온기를 느끼나 봐!
확실히 평소 같지 않아. 한 번 널 돌아봤단다. 마치 네가 일어나길 바라는 듯이. 넌 곤히 자고 있는데, 왜 화가 나지? 진짜 평소 같지 않아. 미친 거 같아.
그렇게 널 떨치고 돌아보길 세 번이란다. 이젠 네가 꽤 멀어. 슬슬 작아질 거리야. 이제 돌아서면, 소리쳐도 널 깨울 수 없겠지? 안 그럼 돌아가야 해.
‘그래? 그럴 순 없지.’
“그만!”
!!!
내 소리에 내가 놀란 만큼, 너도 놀라며 깨버렸어. 넌 갑자기 칼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지. 아, 반대구나. ㅎ, 참 끔찍한 일이야. 넌 곧,
“야! 또 나 버리고 가는 거냐! 혼나 볼래?!”
하면서 끔찍하게 뛰어오려 했어.
“그만하라고!”
“……?”
“걸어와!”
녀석도 나도 걸었어. 훨씬 낫네. 전혀 무섭지 않아. 이건, 남이 나한테 가까워지는 느낌이 아니야. 담부턴 절대 뛰어오지 말라고 해야지. 우린 곧 만났어. 난 우리 이마에 또 불똥이 튀기 전에, 선수를 쳤지.
“오늘은 여기서 쉬어.”
“음~~~~? 무슨 소리야? 걸어가야지! 아직 갈 길이 멀어, 그렇지?”
“아무 말 말아!”
긴장이 풀어진 널, 다시 붙잡고 말았네. 조금 희열을 느껴.
“그 발로 어딜 가겠다는 거야. 이틀은 다리쉼 하면서, 약이나 발라야 하는 판인데! 그리고, 네가 몰라서 하는 말인데, 이제 곧 도착이야. 좀 쉬어도 된다고!”
왜 이렇게 화딱지가 나!
“진짜? 벌써? 오…, 거긴 어떤 곳이야?”
아~나,
“시끄러! 이거나 발라.”
난 연고를 던져줬어. 이건 발바닥 상처에 직방이라고!
“우왕! 이건 또 뭐야? 어디서 난 거야?”
으!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네 표정은 벙해지더니,
“하여간 막무가내야.”
뭐라?
“누가 할 소릴! 빨리 약이나 바르라고!”
“치… 괜히 심술이야…….”
‘네 부어오르는 입술 반달칼 윤기 뎅겅!’
“그만하라고!!!”
“…….”
“하……. 소리 질러서 미안해. 좀 짜증이 나서. 일단, 더 걷지 않는 게 좋아. 네 발은 여행길을 위한 휴식이 필요해.”
하……. 그래, 네 표정이 밝아질 줄 알았어.
“그…럼 나 너랑 같이 다녀도 되는 거야?”
어이구! 눈 반짝이는 거 보소.
“내가 허락하든 안 하든, 계속 따라올 거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ㅎ! 내가 또 소리 지를까 눈치까지 보네!
“난 허락한 적 없는 거야.”
“……. 막무가내…….”
“이게, 진짜!”
또 헛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