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애썼다. 그런데 왜?
꾸준함의 목적을 묻는 저녁
꾸준히 한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알 때 비로소 우리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나갈 수 있다.
사실 가장 좋은 건,
의식할 필요가 없이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열한 시 취침 여섯 시 기상이라거나
일어나자마자 십분 스트레칭이라거나
잔돈 모으기라거나 택시 줄이기 같은 것들.
며칠간 노력했다.
오늘의 할 일을 빼곡히 적고
아침에 정한 일정대로 살았다.
아 24시간이 이렇게 길구나, 이렇게 많은 것을 할 수 있었구나 싶은 놀라움이 든 건 사실이지만
오늘, 나는 내 몸이 외치는 피로를 들었다.
왜일까 내가 정하고
내가 계획한 일정대로
부지런히 살아간 것인데
나는 왜 피로할까 왜 지치는 걸까.
해야 하는 일에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알고
그 이유와 목적을 정한 게 나 자신이라는 것도 안다.
힘들 줄 알면서 계획한 것도 나고
그러기 위해 포기해야 할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던 것도 맞다.
잠, 식사 시간, 대화, 만화.
그것들이 줄어드는 것에는 상실감을 느끼지 않았다.
되려 홀가분하고 즐거웠다.
하지만 그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하늘을 바라볼 시간,
무심코 올라탄 버스에서 미지의 거리를 바라볼 시간이 포함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몰랐던 걸까, 모르는 척했던 걸까.
두 번째에서 세 번째 일정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차창밖을 내다보려던 나는
할 일에 치여 스마트폰 액정만 바라봐야 했다.
손가락으로 메모를 적고 내용을 정리하는 일보다
오늘의 태양을 바라보는 것이
오늘의 한강을 마주하는 것이
더 가치 있었을 텐데
나는 일분일초가 아깝고 급해
그러지 못했다.
그럴 수 없다면.
잠깐 펜을 놓고 감상에 젖을 수 없다면,
잠깐 이불을 깔고 앉아 강아지 배를 쓰다듬을 수 없다면.
무엇을 위해 달리는 걸까?
그렇게 달리는 끝에는 완전한 여유와 안정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