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한숨 쉬는 자영업자에게 청록이 하는 말

by 윤성씨

코로나가 제일 먼저 덮친 것은 노약자의 건강이었고 그다음은 자영업자의 생계다.
너 나할 것 없이 힘든 마당에 징징대는 것은 의젓하지 못하다.

할많하않.


예전에는 이 말이 어금니 꽉 깨물고 뱉는 분노의 단어 같았는데 요새는 말해 무엇하나 초탈한 한숨 같다.
입을 열어봐야 머리만 아프니 묵묵히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학원 5년 차 친구에게 넌 괜찮니 연락이 왔고 오늘 만난 친구의 지인은 몇 년 모은 돈을 쏟아부은 사업이 휘청인단다. 이런 속상한 이야기가 요새는 너무 흔하다. 뻔한 이야기는 뉴스가 되지 못한다. 들어줄 사람 없는 뉴스의 주인공은 나가봐야 돈만 쓰이니 허리띠 졸라매고 방구석을 닦을 뿐이다.

오늘은 25일이라 조금 이른 결산을 했다.
마이너스 118만 원, 마이너스 118만 원. 몇 번을 다시 세어봐도 바뀌지 않는 숫자를 한참 셈하다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지난달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조금 짜증은 났지만 딱히 죽을 만큼 속상하지는 않다.
사장님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다들 난리 난리인데 고작 이 정도로 죽겠다 하면 쓰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을 핑계로 우울해봤자 고스란히 내 손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잘나고 대단해서 의연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 의젓해져야 한다.

독수리는 새끼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칠 때 둥지에서 떨어뜨린다. 물론 연약한 날개가 스스로를 받치지 못할 때 엄마 독수리가 받아주긴 하지만, 조금 쉬었다 치면 또 떨어뜨리고, 또 떨어뜨린다.
그래야 제 날개로 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날개 없는 짐승이라면 모를까, 날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힘없는 날개로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공포는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저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잠깐 살겠지만 결국 나는 또 삶이라는 허공에 떨어져야 하고, 어떻게든 날갯짓을 터득해야 만한다.
주저앉아 울고 있을 시간이 없다.

사면초가의 상황에 마음은 가시밭인데 초연함까지 강요하다니, 이건 정말 너무하다.
도자기에게 1300도의 열을 견디라고 하는 것만큼, 야박하다. 누가 청자 만들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죄 없는 흙을 화끈하게 구워다가 천년 간 사랑받는 빛깔을 만들었다. 자토 입장에서는 조금 속상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먼 옛날 일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억대 몸값으로 전 세계인의 찬사를 받다 보니 견디길 잘한 것 같아, 하려나.

참외형화병 /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청자의 푸르름은 샛파랑보다는 초록에 가깝다. 그렇다고 푸르스름이 아예 없지는 않으니 청록이라 하자.

청록은 청과 록이 바다와 숲에서 주는 효과와 동일한 심신 안정과 집중력을 돕는 힘이 있다. 수술실의 가운이 청록인 것을 생각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천년 전 불가마에서 살아남은 청자는 청록의 정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묻고 싶다.
버틸만한 고통이었고 이제는 편안하다고 답한다면,
나에게도 그 초연함을 좀 나눠달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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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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