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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Feb 10. 2024

클레임 무서워 장 못 담그나




일주일에 3번이던 클레임이 하루에 3번으로 늘었다.

주말에만 꺼두던 핸드폰을 요새는 7시, 8시 즈음이 되면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아서 남편에게 왜 너 핸드폰으로 검색하면 안되냐는 타박을 듣기도 한다. 그래도 좀처럼 핸드폰 가까이 가고 싶지가 않다. 

모든 형태의 물음표 공격이 무섭기 때문이다.


9월부터니까 근 4개월 째. 매일이 이렇게 바쁜 것은 처음이다.

보통은 시즌에 미친 듯이 바쁘고 다시 하루에 서른개 남짓 보내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8월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 판매량이 12월에 정점을 찍으면서 매일 100여개의 택배를 포장하고 있다. 

두 명에서 세 명, 다시 네 명으로 늘어난 사무실에는 하루 종일 박스를 꺼내고, 내려 놓고, 테이프를 붙이는 

소리로 분주하다. 그리고 어김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통 창구를 핸드폰으로만 두었더니 전문성이 부족해보이는 것도 있고 개인적인 연락과도 섞여버리니 안되겠다 싶어 설치한 회사 전화기. 작년만 해도 한 달에 두 세 번 울릴까 말까 했었고 그나마도 '사장님 광고하세요' 식의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랬던 애물단지 전화기가 이제는 내려놓기가 무섭게 울려대는 것이다.


처음에는 반가웠다. 고요한 사무실에 누군가 내보이는 관심. 그게 어느 방향이든 좋기만 했다.

고객님이 판매자에게 전화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인데 하나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문의이며 다른 하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클레임이다. 작년까지의 내 일상에서 전화가 온다는 건 거의 항상, 첫 번째 유형 뿐이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이상하게도, 요새는 두 번째 유형의 전화만 줄기차게 받는 것이다.


대부분은 누락에 대한 것이며 - 이렇게 꼼꼼한 사람들이 두 번 세 번 헤아리며 보내는데도 매일 한 두 개의 누락이 나오는 것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 불량 문의도 물론 있고, 또 엄청나게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언제 출발하나요' 앞에서 나는 쿠팡을 노려볼 수 밖에 없다. 로켓이 버릇을 망쳐놨다.


최근에는 정말로 세상이 흉흉하기는 한 모양인지 무논리의 고객 갑질도 있는데 다짜고짜 신고를 하겠다느니, 같은 말을 15분간 반복하면서 화를 내더니 자기가 하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불친절하다며 혼을 내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억지를 부린다. 여러 고객센터 통화 대기음에서 나오는 경고 비슷한 안내를 들으면서 도대체 누가 상담을 하면서 욕을 한담, 생각했지만. 세상에는 정말 그러고도 남는 이상한 사람이 많다.


수화기 너머 씩씩대던 사람들을 안타까워하면서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이 험난한 세상을 탓해보기도 했지만.

그 과격한 표현을 한 꺼풀 벗겨내면 배울점들도 있다. 제품의 그을음에 대한 클레임 덕분에 스티커를 제작하게 됐고, (당연히 만족도 역시 무한 증가!) 포장 상태에 대한 불만을 대응하면서 개선한 덕분에 엄청나게 많은 고객님을 만날 수 있었고, 가격이 잘못 설정되어 있다거나, 옵션을 선택하기 불편하다는 의견을 반영하면서 훨씬 입체적인 제품, 상세페이지, 쇼핑몰이 되어간다.


이왕 좋은 면을 발견하기로 한 김에 한 발 더 나가보면, 애초에 불만 조차도 고객님이 있어야 가능하다. 악플보다 무플이 슬프다고 했던가. 욕 한 번 먹어보려면 최소 10명의 고객에게 물건을 팔아야 한다. 일주일에 3번이던 클레임이 하루 3번으로 늘어난 이유는 그냥 판매량에 비례하는 것 뿐이다. 일주일에 100개 팔던 걸 하루에 팔면 응대해야할 고객의 수도 늘어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수순 아닌가.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실수를 지적받는 게 마음 아파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길 바라는 멍청한 사장은 없다. 

그릇 좀 깨지고 가끔 취객이 노래를 불러도 북적이는 가게가 무조건 나은 법이다.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내일은 좀 더 밝은 기분으로 시작해야겠다.


으, 그래도 전화벨 소리를 생각하면 아직 소름이 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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