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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Jun 29. 2024

살아남는 최선의 마음에게.

며칠 전에 상반기 결산을 했다. 작년 동월 대비 외형은 2배 가까이 늘었는데 수익률은 마이너스더라. 파랗게 뜬 숫자를 노려보면서 힘이 쭉 빠진다.


나는 아주 열심히 걸어서 마이너스에 도착했네. 


그렇게 생각하니까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졌다. 조금이라도 성장한 근거를 찾고 싶었다. 작년은 어땠지, 그 작년은, 또 그 작년은. 그렇게 2020년 1월까지 돌아갔다.


2020년 1월 2일, 2024년 1월 2일. 두 개의 날짜 아래 가지런히 놓인 그 날의 정산금과 잔액을 본다.

2020년 1월, 통장에는 40만원이 있었다. 뒤에 0을 하나라도 붙이고 싶어서 발버둥치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난다. 아주 조금씩. 정말 천천히. 하지만 하루도 쉬지않고 쌓고 쌓아서 150배는 더 쌓아낸 회사를 남들과 비교하면서 고작, 아직도, 이것밖에 못하냐고 질책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사실 작지 않은데. 살아남아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작은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커다란 이야기들이 많다. 거대한 회사도, 억에 억을 곱한 사람들도. 그 수가 열 손가락을 열 번 접어도 모자랄만큼 많아서 내가 경험한 것, 나의 매일은 정말 사소하게만 느껴진다. 행복을 느낄 사이도 없이 과거의 내가 그토록 바랐던 오늘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어쩌면 나는 내 주변에 이미 충분한 감사 거리들을 적어보고 싶었는 지 모른다. 충실히 살아냈다는 증거를 눈으로 보고 싶었다.


15개의 토요일이, 지난 5년이 그랬던 것처럼 성실하고 정확하게 찾아왔고, 흘러갔다.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내 안에 엉키고 설켜 먼지처럼 보이던 것들에 이름이 붙여졌다. 그렇게 차곡차곡 라벨링이 될수록 ‘고작’이던 나의 과거를 조금은 사랑하게 됐다.


일기로 적었어도 될 기억을 굳이 브런치 북으로 만든 것은, ‘기대’ 했기 때문이다. 혹시, 이 작은 경험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쁘겠다는 기대. 나의 바람이 충족되었을 지는, 모르겠다. 지금이 아닌 언젠가에라도, 이 곳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라도, 고군분투했던 기억이 돕는 재료로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


지루할수도 있는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고, 하트를 눌러주신 분들 덕분에 지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쌓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결코 완전한 생각이 아닌데 기꺼이 읽어주신 것에 감사할 뿐이다. 과거의 나에게 임박한 숙제들이 있던 것처럼, 오늘의 나에게는 그 때와 색과 양이 다를 뿐 비슷한 문제들이 있다. 아마 지금보다 150배 성장해도 모양과 형태만 다르지 그 날의 할 일들이 기다릴 것이 분명하다. 언젠가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되었을 때, 우리가 나눌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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