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성씨 Jun 01. 2024

세상에 열심히 남기는 흔적 - 상표,인증

 영원히 잊지 못할 봄날이 있다.

만들기 키트로 완전 방향을 바꾸기 전에는 키트 형태로 구성된 오만 다양한 것들을 팔았었는데 그 중 4-5월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가정의 달 겨냥 상품! 용돈 박스를 비롯한 아이디어 용돈 상품들을 시도하곤 했는데 2021년 하트 모양 용돈박스 반응이 좋았던지라 비슷하고 조금 가벼운 것을 디자인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리는 것에 착안해서 카네이션 모양의 용돈 브로치를 만들고, 결혼을 했다(?) 신혼여행에까지 브로치를 들고가서 먼저 꽃이 피기 시작한 제주의 노랗고 분홍 분홍한 풍경을 바탕으로 사진을 찍을 때 까지만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상상도 못했다. 돌아온 날부터 용돈 브로치 판매가 조금씩 올라오더니 어버이날이 가까워올수록 하루 100개, 300개, 450개까지 늘어났다. 공장에서 만들어온 제품도 아니고 우리가 직접 만드는 제품이라 도저히 세 사람이 감당할 양이 아니었다. 10평짜리 사무실에 열 사람이 들어가 복도에까지 박스를 깔아놓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포장하고, 제품 만들고, CS를 하면서 2-3주가 지나갈 무렵. 저녁을 먹고 오늘 주문 건까지 언제 출고 예정인지 상세페이지에 공지를 올리고 잘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데, ‘연관 상품’에 우리 제품과 아주 비슷한 제품이 보였다. 들어가보니 사진 찍은 방식부터 모양새가 아주 비슷했다. 어버이날까지는 일주일이 조금 더 남은 상황이었다. 그 동안에도 우리 상세페이지 사진을 캡쳐해서 썸네일로 쓴다거나 어디 무슨 수업의 자료 화면으로 쓴 게 블로거 후기에 올라온다거나 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지만 그건 ‘사진을 예쁘게 봐주셨구나~’ 하는 마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제품을 똑같이 만든 건 이야기가 다르다! 하루 4-5시간 자며 일하느라 항상 일자 눈이 되어있었는데 순간 레드 불 오백 개를 마신 듯 피가 거꾸로 솟으며 도대체 대항할 방법이 없는 지 찾아보게 되더라. 마침 작년에 알게 된 변리사님이 계셔서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염치 불구하고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제품과 해당 제품 사진과 링크를 보내면서 이러 저러한 상황인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지 문의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제품에 대한 디자인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 법에 기댈 수는 없지만 먼저 출시된 제품이고 계속 판매되고 있으며 모든 창작물은 만들어지면서부터 갖게 되는 저작권에 의거, 내용증명을 보내 볼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감사하게도 해당 업체에 보낼 메일까지 작성해 주셨다. 다행히 이 메일을 받으신 분께서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며 제품을 판매 중지하시면서 해프닝은 마무리되었지만 열심히 만들어놓고 그대로 카피 당하는 것이 한 순간이라는 걸 느꼈다. 디자인 등록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다.



인증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판매하기 위해 무조건 받아야 하는 인증과 필수는 아니지만 나의 잊지 못할 봄날 같은 상황을 대비해 미리 받아두는 인증이다. 디자인 등록, 상표 등록, 특허 등록이 예방 목적의 인증이라 할 수 있다. 특허 등록은 기능적 이점이 있거나 기술적인 면이 돋보이는 아이디어, 제품,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에도 특허 등록을 한다!) 에 해당하는 데 이 부분은 진행해 본 적이 없어서 패스(!) 하고 디자인 등록과 상표 등록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자.


디자인 등록

기존에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 차별점이 있는 제품이라면 디자인 등록을 받을 수 있다. 단, 국내 시장이 아니어도 해외에 동일,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이 기 판매 중이라면 등록이 어렵다. 이 경우 등록 수수료만 내고 등록은 어려울 수 있으니 정말 나의 순수 창작물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고, 혹시 비슷한 디자인이 등록되어 있는 것은 없는 지 알아보아야 한다. 등록을 의뢰하기 전에 이 절차를 요청할 수도 있다.

디자인 등록은 직접 할 수도 있지만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게 설정하고, 반려될 위험을 줄이고, 길~고 많은 서류 작업에 들어갈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것을 권한다. 변리사 사무소(법률 사무소)를 통해 등록을 의뢰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마다 각각 특화된 분야가 다르므로 되도록 디자인 등록에 특화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 전 등록 이력이나 변리사님이 디자인 관련 경험이 있으시다면 베스트.

비용은 1개 디자인마다 등록 면허세와 의뢰 비용을 포함하여 80만원~100만원 선이다. 우선 심사를 신청할 때의 비용이며 심사를 늦추게 되면 가격은 조금 내려가지만 최대 1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 우선 심사로 신청 시 오래 걸려도 2-3달 이내에 디자인 등록증을 받아볼 수 있다.


상표 등록

상표 역시 디자인 등록과 마찬가지로 등록하지 않는다고 해서 판매에 불이익이 있거나 당장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단지 누군가 내 브랜드명과 동일하게 판매를 시작하더라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등록한다. 조금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각나는데 백드롭 페인팅이 한참 유행할 때 어떤 사람이 백드롭 페인팅 키트를 판매하는 모든 사람에게 본인이 ‘백드롭 페인팅’에 대한 상표권을 가지고 있으니 제품명 및 상세페이지에서 해당명을 내려달라는 주장이었다. 실제 존재하는 상표권이 아니었기에 웃고 넘어갔는데 이런 류의 고유명사 – 수채화, 젓가락, 웨딩드레스처럼 – 는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 반면 ‘피포 페인팅’은 새로이 만들어 낸 단어라 상표권에 등록이 되어 있다. 무작정 검색량이 높다고 제품명과 상세페이지에 사용했다가 혼날 수 있다. (나처럼) 어쩌면 브랜드명이나 제품명의 인지도가 그렇게 높아져서 고유명사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겠다. 어쨌든, 그 모든 마케팅의 결과로 얻게 된 소중한 네이밍을 지켜주는 것이 상표권이라고 할 수 있다.

상표권 역시 법률 사무소를 통해 등록할 수 있으며 비용은 100~150만원 선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마크인포(상표등록 솔루션)로도 해봤는데 좀 많이 오래 걸린다는 것 빼고 등록이 되는 건 똑같았다. 마크인포에서 등록할 경우 비용은 20-30만원 선이고 우선 심사를 신청하면 가격이 조금 올라간다. 급하지 않아서 가장 저렴하게 등록한다면 정말로 1년이 걸린다. (ㅎㅎ)



상표 등록 시 이점 중 하나로는 네이버에서 브랜드 검색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전에는 그냥 많은 제품 중 하나였는데 판매가 꾸준히 이루어지면 브랜드 탭에 묶여서 우리 상품만 노출된다.


이런 것들이 예방 차원의 인증이라면, 안 하면 큰일나는 인증들도 아주 많다. 대표적인 것이 KC인증인데 요즘 떠들썩한 해외 직구 인증도 여기에 해당한다. KC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제품군은 전기용품, 생활용품, 어린이제품이 있다. 자세한 제품군은 제품 안전 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safetykorea.kr/policy/targetsSafetyCert

국가 기술 표준원에서는 좀 더 자세한 품목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kats.go.kr/content.do?cmsid=527&page=12 


여기에 나와 있지 않은 제품인데 인증이 꼭 필요한 품목들도 있다. 디퓨저, 세정제, 코팅제와 같은 제품은 생활 화학제품 안전 인증이 필요하다.

https://www.ktr.or.kr/certification/kc/contentsid/444/index.do 

내가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이 어떤 인증이 필요한 제품인지 파악하는 것은 유료 폰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100배 정도 더 중요하다. 유료 폰트를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사용했다가 120만원을 냈던 슬프고 어리석은 과거를 떠올리면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것처럼 인증이 안 된 제품을 별 생각 없이 판매했다가 문제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다시 KC인증으로 돌아오면, 전국에는 6개의 인증 기관이 있으며 인증을 대행하는 기관들도 많다. 인증 기관과 여러 개의 대행 기관 견적을 받아서 비교해봤는데 인증 기관에 다이렉트로 의뢰하는 게 저렴하다. 물론 양식을 제대로 맞추지 않거나 제품에 인증을 통과하지 못할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는 것을 대행 기관이 미리 파악해 주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부분도 그냥 인증 기관 연구원님께 직접 여쭤보면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의뢰서 양식은 제품 군 별로 조금씩 다른데 6개 기관 중 한 곳인 KOTITI의 양식을 참고해서 인증에 필요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http://www.kotiti-global.com/ko/service/request_form02.do 

인증 신청 시에는 인증 받을 제품을 연구소로 발송하고 의뢰서 양식을 채워서 메일로 보내면 끝이다.



생각보다 간단해서 놀랐다(?) 가격은 제품마다, 어린이 제품의 경우 연령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품목 마다 60만원~100만원 선이다. 인증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사업자들을 위한 지원사업도 있다. 연구소에 한 번 의뢰를 맡기거나 회원가입을 해두면 안전 인증 지원사업 공고를 알려주기도 하고 지원 사업 사이트에서 직접 찾아 신청할 수도 있다. (지원사업에 대한 건 또 다음 기회에 상세히 다뤄보겠다!)


마케팅, 홍보가 칼과 총을 사는 일이라면 인증은 방패를 사는 일 같다. 열심히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지키지 못하면 하루 아침에 열심히 쌓아온 것들이 사르르 무너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잘 싸우고, 잘 지켜서 화들짝 놀랄 일 없이 평탄한 매일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토록 작은 브랜드에도 할 일이 많으니 도저히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꼭 크고 작은 도움이 필요한데, 함께 일하기 – 이 어려운 일은 또 어떻게 한담?

이전 12화 학교는 없어도 선생님은 있음 - 롤모델 따라 걷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