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대한 첫번째 기억은 블로그 마케팅 전화다. 아름답고 훈훈한 성장의 동반자로 기억되면 좋았을텐데, 모든 처음이 그렇듯 아쉬움으로 끝났다. 내 소중한 120만원도 그렇게 훌훌 하늘로 날아갔다. 별 성과를 남기지 못한 채 큰 돈이 날아가버리자 광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블로그 후기 많이 쌓이면 사장님 매출도 천만원 이상 무조건 느실거에요' 라는 말에 혹해 전화 한 통으로 덥석 120만원을 결제한 내 무지함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픈 손가락 같은 광고를 참 예민하게 다루었다. 광고 없이 노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홍보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면서 검색 광고도 해보고, AI 광고도 해보고, 인플루언서 협찬도 해보고, 페이스북 광고도 해보고, 카페 제휴 마케팅도 해보고, 이렇게 저렇게 5천만원 가량 써보고 나니 한가지 당연한 사실만 선명해진다.
'일단 제품과 상세페이지가 좋아야 광고도 효과가 있다.'
반대로 말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설득력있게 준비해 두고 나서 필요한 사람이 볼 수 있게 길목에 깔면 어떻게든 팔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신상이 나오면 당장 광고를 붙이기 보다 기존 고객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할인 헤택을 드리면서 첫 구매가 일어나도록 애를 쓴다. 사용해보고 만족한 후기가 한 두 개라도 달린 후라야 광고도, 노출도 효과가 있으니까. 아마 나의 첫 번째 블로그 마케팅 광고가 돈낭비로 끝난 결정적인 이유는 판매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덥석 알리기만 해서 인지도 모른다. 내 상품과 상세페이지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상태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유입 대비 전환율을 보면 된다. 네이버 검색광고로 광고를 할 경우 광고 관리 > 캠페인 > 소재에서 광고 노출수와 클릭수, 전환수, 전환율, 전환매출액을 볼 수 있다. 일주일 정도 상단에 노출을 시켰는데 구매 전환이 눈에 띄게 저조하다면 상세페이지로 설득이 안되거나 가격이 높거나 제품이 차별성이 없거나 아무튼 앞으로도 계속 돈 낭비만 할 확률이 높다. 그런 광고는 잠시 꺼두고 조금이라도 효율이 나오는 제품의 광고비를 올리는 편이 낫다. 상품이 많아질수록 매일 매일 광고 효율을 체크하는 게 더 중요해진다. 어쩌면 광고 그 자체보다 광고를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광고를 관리한다는 건 어떤걸까. 내 맘대로 정의하기로는 광고비가 10원 한 장 허투루 쓰이지 않게 체크하는 일이다. A상품에 3만원을 썼는데 1개도 못 팔았다면 그 광고는 광고비를 낮추던지, 광고 소재를 바꾸던지, 광고를 잠깐 끄고 상품 자체를 좀 개발한 다음 (후기가 더쌓이거나 썸네일을 바꾸거나 상세페이지가 설득이 되도록 고치거나) 다시 광고를 붙이는 게 맞다. 내 3만원이 너무 아까우니까. 광고 데이터가 말하는 것에 따라 내가 취할 액션이 조금씩 달라지긴 한다.
1) 분명 노출은 되고 있는데 클릭이 너무 안나온다면 썸네일이 구린거고
2) 클릭은 엄청 잘 되서 광고비는 쑥쑥 나가는데 구매가 안 되면 상세페이지를 바꾸거나 구매 건수가 적어서 고객님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인거고
3) 노출도 높고 클릭도 높고 구매도 어느정도 일어나긴 하는데 전에 비해 저조하다면 나랑 비슷한 경쟁사가 생겼거나 전체적인 시장 가격이 낮아졌거나 상황이 좀 바뀌었다는 소리니까 시장 조사를 다시 해봐야 한다.
위의 경우는 검색광고를 중심으로 한 생각인데 쿠팡 수동 검색 광고는 이 방식과 비슷하다. 제품마다 키워드를 넣을 수 있고 키워드별로 입찰가를 설정할 수 있어서 전환이 높은 키워드는 광고비를 더 붙이는 식으로 효율을 높여간다. AI 광고는 키워드 기준으로 설정하기 보다 일일 광고비를 설정해두면 그 금액 안에서 제품을 내 맘대로~ 홍보해주는 스타일이다 보니 전환이 안 나오는 상품들을 빼버리는 식으로 관리한다. 쿠팡이든 네이버든 광고를 돌릴 때 눈여겨 볼 점은 '키워드'다. 내 상품을 고객들이 뭐라고 검색하는 지 아는 것은 고객들이 자주 가는 길을 알고 있는 것과 똑같다. 내가 맨날 귤감귤 이라고 부르는 걸 고객은 사실 오렌지렌지 라고 부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귤감귤에 백날 광고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으니 하루빨리 오렌지렌지 라는 키워드를 발견해야 한다. 네이버 같은 경우 검색 광고 > 소재 > 상세보기 > 제외키워드 > 제외키워드 추가를 통해 키워드, 노출수, 클릭수, 직접 전환율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어떤 키워드로 노출되고, 클릭이 되는 지, 정확히는 고객이 이 제품을 뭐라고 부르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쿠팡에서도 비슷한데 광고 관리 > 광고그룹 > 키워드 보기에서 노출수와 클릭수를 볼 수 있다.
검색 광고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반면 페이스북 광고는 뭐랄까, 종합예술의 느낌이다. 컨텐츠가 좋아야 전환율이 좋아지다 보니 고객들이 어떤 단어, 어떤 영상, 어떤 말에 반응하는 지를 영원히 테스트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모루인형 키트를 판매하기 위해 몇 가지 컨텐츠를 만든다면 모루만 보여주는 광고도 만들어보고, 사용 후기 광고도 만들어보고, 만들어진 예쁜 모습만 와다다 보여주기도 해보고 하면서 전환율 좋은 컨텐츠를 찾아간다. 메타 광고는 다수의 사람에게 검색어로 다가가기보다 특정 타겟군에게 광고 소재를 통해 노출되기 때문에 내가 고객이 쓰는 언어와 반응하는 이미지, 영상, 상황을 알고 있을 때 효과적이다. 작년 크리스마스때는 트리 8천개를 검색 광고로 도저히 판매할 수 없어 온전히 메타 광고로 팔았는데,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제품-가격만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광고 소재를 사용해서 어찌 저찌 한 개도 안 남기고 다 팔았다. 이 광고 소재에 대한 건 제품에 따라, 고객에 따라 너무나 천차만별일터라 후기에서 고객님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 우리가 그동안 올렸던 인스타 게시글 중 반응이 좋았던 사진이나 영상 등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꾸준히 테스트하는 수 밖에 없다. 시간이 흐르면 효율이 좋았던 광고도 점차 시들해지다보니 꾸준히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게을리 할 수 없다. (바쁘다 바빠!)
돈을 쓰는 광고를 할 때는 매일 들여다보며 10원 한 장 낭비 되지 않게 끄고, 켜고, 소재를 바꾸고 하는 것이 숙제라고 할 때. 돈을 쓰지 않는 광고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왠만한 답은 매일 사이트에 들어오는 고객 통계에 있는데, 보다 보면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을 찾을 수 있다.
누가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검색 유입이 떨어졌다면 내 상품이 지금 순위에서 많이 밀렸거나 검색 순위는 그대로인데 유입이 줄었다면 지금 고객님들이 검색하는 물건을 내가 갖고 있지 않다는 소리다. 그럼 상품을 개발하거나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상품 중에 고객님들이 지금 검색하시는 키워드와 연결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야한다.
네이버 페이로 들어오는 분들은 장바구니에서 다시 들어오시는 분들인데 유입은 있으나 구매가 없다면 이것도 '지금 스토어에 살 만한게 없어용' 하는 사인이다.
카페,인스타, 블로그 등 콘텐츠 채널의 유입이 줄었다면 업로드 한 지 꽤 지났을 수 있는데 지난 업로드 및 협찬 후 구매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를 파악해서 같은 제품으로 계속 협찬할 지, 콘텐츠를 바꿔볼 지 결정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고객이 오고 간 자리에서 메세지를 발견하는 일이 나에게는 꽤 중요하다.
네이버의 경우 통계 > 마케팅 분석에서 매일 오늘 스토어에 방문한 고객이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 지를 볼 수 있다.
스토어에 유입되는 경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너무 검색에만 치우치면 검색 순위가 밀리거나 지금 시즌에 고객이 찾는 상품을 내가 보유하고 있지 않을 때 (사실 이럴 때는 뭔 짓을 해도 안 팔린다) 유입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카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입될 장치를 만드는 편이 좋다. 이 글을 시작할 때는 블로그 마케팅에 호되게 당한 아픈 기억을 먼저 꺼내들었지만, 최근에는 블로그 후기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블로거에게 업체를 통해 협찬해보기도 하고 직접 컨택해보기도 했는데 장단점은 아주 명확하다.
업체를 통한 협찬
장점) 방문자수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파워 블로거들에게 협찬, 소통
단점) 가격, 직접 소통이 어려움
직접 협찬
장점) 긴밀한 소통과 요청이 가능, 제품 협찬만으로 진행하기도
단점) 직접 소통하는 시간 소요, 우리와 색이 맞는 블로거를 찾아다녀야 함
블로그 후기는 한 번 생기면 사라지지 않고 해당 콘텐츠가 VIEW탭 상단에 위치할 경우 후기와 더불어 우리 상품 링크도 오래오래 상단에 노출되기 때문에 가격 대비 노출 효과가 좋다. 블로거들마다 3만원에서 20만원까지 원고료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우리 제품이 필요했던 분들, 블로그 유입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시는 경우에는 제품 협찬만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20분 정도에게 메일을 보내면 1-2분은 수락하시는 편이라 응답률이 아주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금 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아무에게나 제안을 하기보다 제품의 주요 키워드로 VIEW탭에서 검색했을 때 타사 제품 후기를 올리신 적이 있는 분, 해당 콘텐츠가 2페이지 이내에 있는 분들에게 메일을 보내면 좋다. 또 제안드리는 제품 이외에 관심있는 제품을 체험하실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상위 노출을 잘 잡아주시면서 우리 제품 사용을 즐거워하는(?) 블로거가 생기면 꾸준히 관계를 맺어 신제품을 띄우기에도 용이하다.
카페의 경우 내가 판매하는 제품을 주로 사용하시는 분들이 모여있는 곳일 때 아주 파워풀하다! 카페마다 홍보 규정이 다르긴 하지만 1년 내내 검색광고를 하는 것보다 카페 한 곳과 제휴를 맺어 홍보하는 게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내 제품의 주요 소비층이 누구인지, 그 분들에게 꾸준히 컨텐츠를 발행했을 때 구매전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라면 커뮤니티 광고는 분명 도움이 된다.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사실 결론은 돌고 돌아 앞서 내린 것과 같다. 일단은 제품과 상세페이지가 좋아야 한다. 좋은 제품과 상세페이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고객이 찾는 상품이 무엇인지, 그 걸 왜 필요로 하는 지 알아야 한다. 그 상품을 뭐라고 부르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려고 하는 지 이해한 상태로 똑같은 키워드와 문제해결 방안을 광고로 만들어 길목에 두면 팔린다.
- 선생님들은 수업용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 아이들 수만큼 많이 필요하다. 가격도 저렴해야 하는데 죄다 사이즈가 작은 것 밖에 없다.
- 우리 제품은 사이즈가 타사 대비 10cm 큰데 가격도 저렴하다! + 오늘출발!
간단해도 좋으니 제품의 팔릴만한 포인트를 찾고 잘 보일 길목에 부지런히 놓아두는것의 반복인 것 같다. 그렇게 계속 눈덩이를 굴리다보면 우리를 아는 고객도 많아지고 만족한 고객님들이 다시 찾아주시고 그러다보면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전체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선생님은 어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