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성씨 May 11. 2024

8-1. 상품을 제작하는 또다른 방법 3가지

사실 중국 사입에 눈을 뜬 건 2018년 즈음 이었다. 그 때는 파티용품 쇼핑몰을 했었는데 풍선이며 파티커튼이며 하는 것들이 국내 평균 판매 가격보다 10배는 저렴했다. 이런 세상이 있다니, 하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사들였지만 판매는 영 그냥 그랬다. 계속 하자니 방법을 모르겠고 그만 두자니 재고가 아까워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쇼핑몰과 재고를 그대로 받겠다는 사람에게 헐값으로 넘기면서 6개월도 못되어 정리했던 짧은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 때처럼 중국의 물건들이 몹시 저렴한가, 하면 제품에 따라 천차 만별이고 국내에서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소싱처를 찾는 게 나을 때도 많다.

세상에는 나보다 물건과 시장에 대해 고민한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아주 다양한 물건이 있다. 어떤 물건은 A시장에 쓰이기 위해 만들어졌고, B라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의외로 C라는 상황에 찰떡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계피처럼!  계피는 흔히 한약재나 식품 재료로 쓰인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가진 의외의 효능은 그 특유의 향이 벌레를 쫓는다는 것이다. 천연 모기 기피제로 기능할 수 있다. 대야 역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이는데 누군가는 이걸 세수 대야로 쓰고, 설거지 통으로 쓰고, 미술 선생님들은 티셔츠 염색용 통으로 쓰고, 뒷면에 눈붙이고 코붙여서 단체 수업용 캔버스로도 쓴다. 물건은 하나인데 용도는 무한할 수 있으니 내 고객에게 필요한 용도로 제안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기존에 있는 물건을 활용하는 다른 방법은 재 조합이다. 각각 다른 용도로 쓰이는 제품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목적을 강화하는 상품으로 만드는 형태다. 부재료로 있던 제품들이 모여서 하나의 필요를 채우는 강력한 무언가가 되는 것을 보면 흥미롭다. 예를 들어 꽃신 박스라는 키워드가 있다. 전역 꽃신, 꽃신 선물 등 육군 장병님들이 전역을 앞두고 기다려준 연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매하는 일종의 포장 박스인데 신발을 담기 위한 박스와 박스를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한 각종 소품들 - 조화, 비누꽃, 포장재, 리본 등이 구성품이 된다. 여기에 소기의 목적 -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극대화 시키기 - 달성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더해진다. 밤낮 어느 때 선물해도 아름답도록 LED 전구, 편지를 대신하는 상장, 트로피 등 개별로 존재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목적이 꽃신 박스라는 제품 안에서 구현된다. 구디백, 백드롭 페인팅처럼 소분해서 개인에게 나누어질 때 쓸모가 생기는 상품군들도 있다.

정리해보면 1) 누군가 만들어서 팔고 있지만 이런 용도로 쓰지 않는 제품에 새로운 용도를 부여하거나 2) 조합해서 팔지 않는 제품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제품을 차별화된 모습으로 판매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판매하는 제품과 거리가 있는 카테고리의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유용하다. 그 곳에 새 제품의 씨앗이 심겨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도매는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숨어있거나 오프라인 시장을 돌아다녀야만 찾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온라인에서도 폐쇄몰 형태로 운영하는 도매몰의 종류가 무진장 많다. 네이버보다는 구글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종류의 제품+도매'로 검색해서 이잡듯 뒤지다보면 시장가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도매몰들이 숨어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격이 공개되어 있지 않은, 사업자 인증 후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일수록 진짜일 확률이 높다. 정말 괜찮은 제품일 경우 전화해서 단가를 확인한다. 생각보다 100~300개 선에서 구매해도 10%정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런데 위의 방법으로 판매를 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것이 아주 많은 카피다. 생각의 전환으로 만들어 낸 상품이기 때문에 조금 반응이 온다 싶은 제품은 비슷한 방법으로 조합, 소싱하여 판매하는 곳이 우후죽순 생긴다. 처음 우리 제품과 조합이 똑같은 건 물론 썸네일까지 비슷하게 만들어 판매하는 곳을 보았을 때는 뚜껑이 열렸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한 내 책임이었다.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무언가를 작게라도 추가해야 한다. 제품 자체가 세상에 없는 온리원이면 좋겠지만 일단 그 전에 시장에 있는 제품에 목적을 강화하는 부재료를 제작하여 추가하거나 제품을 커스텀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들기 상품 중 족자 만들기라는 카테고리가 있는데 보통은 빈 종이로 판매한다. 여기에 도안을 여러 개 추가해서 구성할 수 있다. 족자 자체는 다른 판매처서도 구할 수 있지만 도안은 여기서만 구할 수 있으니 차별화 요소가 된다.
 박스 자동차의 경우에도 지금은 자체 제작한 제품을 쓰지만 맨 처음, 국내 생산된 다른 제품을 판매했을 때는 여기에 차별화 요소를 넣기 위해 박스를 꾸밀 수 있는 도안들을 제작해서 추가했다. 이 때 중요한 점은 내가 추가하는 제품으로 인해 고객의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가에 있다. 자동차 상품에 도안을 추가한 가장 큰 이유는 고객들의 후기에 원래 제품의 상자색 그대로를 쓰는 분이 한 분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색칠을 하거나 시트지를 사서 박스에 붙이거나 하는 식으로 제품에 색을 입히셨는데, 조금만 생각해봐도 한 면이 40cm가 넘는 박스 4면을 덮기 위해 집에서 칼로 자르고 붙이는 것은 너무나 번거롭다. 게다가 꾸미기 위해 여러 형태들 - 경찰차의 사이렌이라거나 응급차의 십자 마크, 타요 버스의 귀여운 표정들 -을 찾아보고 하나하나 프린트해서 오려 붙이기까지 하는데,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엄마들이 이 것까지 하고 있다가는 너무 스트레스 받겠다. 이런 식의 문제를 해결하는 추가상품들은 유용하다.
그렇다면 이런 아이디어 한스푼 커스텀 요소들은 어떻게 만들까?

가장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건 종이 출력물이다. 레드프린팅, 오프린트미, 비즈하우스와 같은 곳들에서 100장 미만 소량 출력물도 만들 수 있어 부담없이 시도할 수 있다. 카드를 만들 기 위해 오시를 넣거나 특정 모양으로 잘라내기 위해 도무송하거나 스티커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종이 외에 아크릴, MDF같은 소재로 커스텀 요소를 만들고 싶을때는 레이저공방을 두드리는 편이 좋다. 레이저 공방은 소량 제작 시 1분 가공에 1천원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100개 단위 수량이고 꾸준히 거래할 의사가 있을 경우 단가를 많이 낮출 수 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두께, 크기, 커팅 난이도에 따라 사용되는 기계가 다르기 때문에 발품 손품 파는 과정이 조금은 필요하다. 나는 지도에 '레이저 공방'을 검색하고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모든 곳에 제작 예정 파일을 보내 견적을 받았다. 이런 방식은 실제 제품을 제작할 때도 유사하다. 이것보다 조금 간단한 방법으로는 '아크릴 키링제작', '아크릴 커팅', '아크릴 티코스터'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여 노출되는 판매처에 커스텀 제작을 의뢰하는 방안이 있다. 이 경우 판매처에 공개된 가격을 기반으로 어느정도 예산을 가늠해볼 수 있고 결과물 포트폴리오를 상세페이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방법으로 조합도 해보고 내가 만든 요소를 추가해서 차별화를 해봐도 어느 순간이 오면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고 싶은 순간이 온다. 일상적으로 입고, 들고, 쓰는 오만 것들이 다 만들어 진 곳이 있고 그 규모도 물건 수만큼 다양하다는 건 놀라운 비밀이다. 꽤 유명한 제품의 실제 공장이 직접 찾아가보면 20평 남짓한 사무실인 경우도 많다. 일단 만들고 싶은 제품이 생기면 공장과 소통하기 위해 스스로 정리해야할 것들이 있다.

1)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정보
: 소재는 무엇을 쓰고, 크기는 어느 정도이고, 두께며 모양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툴을 활용해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한다. 일러스트나 캐드로 실제 제품의 도면을 그리면 가장 좋지만 어려울 경우 예시 이미지를 충분히 찾아서 결과물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개당 단가와 최소 수량
: 제품 하나를 위해 쓸 대략적인 예산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수량이 많아질수록 개별 단가가 줄어들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두는 편이 좋지만 재고를 보관하고 관리하고 많은 양을 배송받고 하는 수고까지 비용으로 치면 적정 예산을 책정하고 그 안에서 제작하는 게 낫다.

3) 제작 소요 시간
: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인데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시즌성을 띄고 있을 때 평균 제작 소요 일시는 퍽 중요하다. 1차 제작 수량에 이런 저런 홍보를 열심히 태워 지금 딱 팔아야 될 시점인데 재고가 없으면? 그 아까움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제작 공정은 보통 2-3주를 이야기하지만 제품에 따라 아주 빠르게 당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공장의 비수기 시즌, 추기 비용 지급 등) 미리 그 소요 시간을 알아두면 판매가 시작된 다음 재고 관리에 유용하다.

소통에 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나면 이제 제작처를 찾아나설 때다. 이건 정말 손품 발품의 영역인데 몇 군데 주요 제품의 제작처 위치들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먼 옛날 사회탐구 시간에 배웠던대로 비슷한 산업끼리 서로 모여서 타운이 형성되는데 그렇게 오래 전부터 ㅇㅇ단지 형태로 모여있는 곳이 전문성도 높고 단가도 좋다.

- 인쇄,출력 : 충무로, 을지로
- 종이 및 패키지(박스) 후가공 : 고양, 일산
- 재봉, 재단 : 동대문 지하1층, 창신동, 방산시장

처음에는 이렇게 유명한 ~거리에 위치한 곳이 더 비싸고 소통이 어려울 거라고 오해했었는데 옛말 틀린 말 없다고 구관이 명관이다. 가장 저렴하고, 결과물이 좋다.

제작처와 소통하는 것 역시 처음 발을 떼기 전에는 공포 그 자체, 미지의 영역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정리해두고 나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공장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대화가 이어지지 못할 때는 내가 뭘 원하는 지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뭘 만들고 싶은 지 그림도 없고 몇 개가 필요한 지 예산은 얼마인지 소재는 뭘로 할 것인 지 기본적인 기획이 서 있어야 공장에서도 대답을 해줄 수 있는데 어버버 하다보면 피차 답답하다. 간단하게나마 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나서 수화기를 들면 불친절하게 대화가 흘러갈 일은 없다. 물론 나는 100개가 필요한데 그 수량으로 제작이 안된다는 대답을 들을 수는 있다만, 그것도 일종의 수확이니까. 꼭 만들어야 하는 제품의 수량이 적어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때는 지금 이렇게 판매하고 있고 한 번에 이만큼 수량을 꾸준히 제작할 거라는 지속성을 들어 설명하면 그 노력을 가상히 여겨(?) 만들어주시는 사장님도 있었다.

 물건을 기획하는 건 내가 하더라도 책임감 있고 완성도 있게 만들어 주는 분이 없으면 반쪽 짜리 물건이 된다. 한 번 제작처를 정하면 큰 일이 없는 이상 꾸준히 거래하게 되다보니 피드백이 빠르고, 정확하고,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책임감있게 처리해주시는 곳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마전에는 4가지 종류의 상품을 각 3천개씩 제작해 받았는데 포장을 하면서 한 가지 디자인 제품이 1천개 가량 모자라다는 걸 발견했다. 물건을 받자마자 수량 체크부터 했어야했는데 수량은 많고 일정은 빠듯해서 일단
포장부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다행히 공장에서 빠르게 다시 제작하여 보내주신 덕에 납기일을 맞출 수 있었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문제 해결에 집중해주는 거래처를 만나는 것도 정말 행운이다. 그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겠지만 중국에서 사입처 찾을 때와 마찬가지로 제작 전에 얼마나 꼼꼼하게 소통하는 지는 유효한 지표다. 아주 작은 차이도 민감하게 체크해주시는 분이면 책임감있게 작업을 마무리해주실 확률이 높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친절과 존중의 마음을 가지고 제작처를 대하는 것도 기본이다.

이런저런 방법들을 통하면 머릿속에 있었던 제품을 손에 잡을 수 있다. 고객님이 불편해서 미쳐버리던 부분이 조금이라도 해결되거나 보시기에 예쁘고 좋은 디자인으로 나왔다면 분명 잘 팔려야 한다. 그런데 고객님을 만나는 일은 여전히 너무 어렵다!
도대체 어떻게 알려야하는걸까?

이전 09화 8. 상품개발, 이라고 쓰고 중국소싱이라고 읽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