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완연한 겨울이었다. 함박눈이 밤색 나무가지들을 소복히 덮었다. 그 사이 공방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 갔고 내 사무실은 작은 나의 방, 조금 있어서는 방 앞 책꽂이, 그리고 거실과 베란다까지 야금야금 진출했다. 손이 남는 저녁이면 엄마와 동생들이 거실에 둘러 앉아 카드를 접고, 스티커 개수를 세고, opp봉투에 담았다. 신개념 인형 눈 붙이기냐며 웃는 밤이, 나는 좋았다. 무어라도 할 수 있고 누구에게라도 쓸모가 있다는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더, 조금더 안정적인 판매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기서 조금만 더 매출을 높이려면 뭘 해야할까. 어디서 고민을 시작해도 생각은 돌고 돌아 상품으로 왔다. 백년 천년 잘 팔리는 스테디 셀러를 만들거나 매 시기마다 판매될만한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거나. 그렇지 못한 시기에는 늘 저조한 판매판을 바라보며 손톱을 뜯어야 했다.
어떤 물건을 만들까 하는 것은 지금도 늘 어렵고, 설레는 질문이지만 감을 잡기 어려운 때들은 항상 '누구'를 위한 제품인지가 빠져있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 요즘 좀 잘 팔린다고 하는 것, 내 눈에 예쁜 것들을 있는 돈 없는 돈 싹싹 긁어모아 사입해서 올려보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은 띄우기도 어렵고 팔린다 쳐도 그 양이 많지 않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팔고 싶지만 내 팔은 두 개고 입은 하나로 모두를 붙잡을 수도, 모두에게 말할 수도 없다. 좋든 싫든 선택을 해야한다. 고객을 정하고, 이런 제품을 팔아야겠다, 까지 결정하고 나면 새로운 관문이 열린다. 근데, 그거, 어떻게 만들지?
차고 넘치는 물건의 바다 속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4가지 방법
1. 누군가 만들었지만 대한민국에 없는 제품
작년 봄, 매출이 너무 저조해서 울상을 하며 어떤 MD님께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뭘 준비해야 좀 나아질까요, 하소연 하는 내게 그녀는 여름을 준비하기도 좀 늦었으니 차라리 가을 상품을 준비하라며 반짝이는 키워드 하나를 건네주었다. '저희는 가을에 전통 상품이 가장 잘나가요.' 거의 크리스마스 뺨친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전통 관련 만들기를 쥐잡듯 찾아보았다. 전통 놀이, 청사초롱, 조바위, 병풍, 없는게 없은데 예쁜 우리 문화재, 고려청자는 없었다. 아니, 있긴 있는데 3D로 된 것은 없더라. 그렇게 고려청자 찾기 삼매경이 시작됐다. 3D프린팅 업체, 사출 제작, 별의 별 곳을 다 뒤져봤지만 예쁜 단가로 맞추기가 어려웠는데 해답은 중국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서 다양한 물건을 사입한다. 비싸졌다, 비싸졌다 해도 여전히 중국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물건이 있고 어쨌든 국내보다 훨씬 경쟁력있는 제품이 많다. 테무, 알리바바, 1688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데 각각 채널마다 특징이 조금씩 다르다. 1688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데 바로는 안되고 경로하나를 거쳐야 한다. 각 채널별로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중국 물건 구매 채널
- 테무는 소규모 구매를 목적으로 하다보니 100개가 넘어가는 물건을 구매하기가 어렵다. 처음 샘플링으로는 좋지만 본제품 사입으로 하기에는 단가도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다. 장점은 결제가 편리하고 배송 관련 골치 아플 일이 적다.
- 알리바바는 도매 거래 중심의 글로벌 사이트이다보니 벌크 구매에 용이한 장점이 있다. 오픈마켓에서 구매하는 것처럼 숫자 입력하고 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판매자와 소통을 통해 구매한다. 영어로 문의하면 되는데 요즘에는 자동 번역도 잘 된다. 필요한 제품과 수량을 밝히고 단가를 물어보면 수량별 단가를 알려준다. 견적서가 오면 알리페이로 입금을 하는데 수수료가 은근 아깝다. (5~7%정도) 몇 번 거래를 해서 신뢰가 쌓인 업체라면 중국으로 직접 송금 (T/T)을 할 수도 있다. 은행 수수료만 발생하기 때문에 이 방법이 가장 저렴하다. 단, 알리바바를 통해 물건을 결제하고 제품이 배송되지 않거나 잘못된 물건을 받게되면 알리바바 고객센터에 항의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작년 7월 경 직접 상담을 통해 대답받은 내용) 은행 직거래를 하게 되면 말 그대로 무통장입금을 해외로 한 셈이기 때문에 물건을 못 받아도 따질 대상이 없다. 사기를 칠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 같은 건 세상에 없지만 나의 경우 꼭 T/T 를 하지 않더라도 아래 몇 가지 방법으로 거래처를 고른다
1) 알리바바에서 오랫동안 판매했나. 나도 판매자 입장에서 판매 추이가 높고 리뷰가 쌓인 채널은 선뜻 떠나기 아쉽다. 아니, 그 곳을 떠나면 손해가 막심하다. 그러니 오랫 동안 장사를 한 업체라면 알리바바와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서라도 나에게 문제를 안길 소지가 적지 않을까?
2) 회신이 빠른가. 기분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새벽 늦은 시간이나 공휴일이 아니고서야 (중국 업체들은 보통 토요일도 출근한다) 문의를 한 후 10분 내로 답변이 오는 판매자와는 거래를 했을 때 불량이나 수량 착오 이슈도 적었다. 알리바바에서의 판매를 위해 상담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빠른 응대가 가능한데 그정도 노력을 기울일 정도라면 문제를 발생할 여지가 적지 않을까?
3) 제품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하나. 우리 나라에서도 원도매를 찾는 것이 항상 가장 중요한데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제품을 이 곳 저 곳에서 사와서 알리바바에서 파는 업체도 많다. 그렇다보니 제품을 문의 했을 때 본인 공장에서 만드는 곳이라야 제품의 퀄리티도 가격도 가장 만족스럽게 받을 수 있다. 제품에 대해 사이즈, 무게, 소재, 이렇게 저렇게 사용이 가능한 지 등등 여러 가지 질문을 했을 때 답변이 미진하거나 어디를 거쳐 답변이 오는 경우 아무래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가장 믿음직한 경우는 직접 사무실에서 제품이 작동하는 사진 또는 영상을 보내주는 경우다.
위 3가지 기준으로 판매자와 충분히 소통한 후 거래를 하면 확실히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행히 매달 다양한 물건을 들여오지만 아직까지 전혀 이상한 것이 오거나 수량이 말도 안되게 적었던 적은 없다.
- 1688은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그리고 중국 지갑(뱅킹)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다. 그래서 중간에 도움을 줄 업체가 필요하다. 1688 구매 대행 업체를 검색하면 아주 다양한 업체가 나오는데 보통 수수료는 5~15%까지 다양하다. 구매 수수료는 낮을수록 좋기 때문에 무조건 저렴한 곳에서 한다, 는 생각보다 구매대행 업체도 얼마나 소통이 잘 되는 지, 적극적으로 물건 수배(찾아주는지)가 가능한 지, 국내로 들여올 때 필요한 서류 작업은 문제없이 처리되는 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매 대행 업체에 물건을 부탁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1) A라는 물건의 사진 또는 누군가 판매하고 있는 링크를 보내면서 이 물건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경우
2) 직접 1688에서 구매 원하는 제품을 찾아 해당 제품의 구매를 부탁하는 경우
나는 2가지를 모두 하는 편인데 나보다 훨씬 이 플랫폼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그들이 찾는 제품이 더 저렴할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언제나 '100%'라는 것은 없으므로 나도 다시 더블체크하는 정신..(!?) 그리고 내가 찾는 제품이 정말 맞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같이 찾는 편이 좋다. 1,2 두 가지 경우 모두 구매 대행 수수료는 같다.
물건의 종류가 구매 수량이 결정되면 업체에 물건 구매 단가에 수수료를 더한 금액을 이체한다. 1688에서 구매할 경우에는 구매대행 업체가 정말 믿을만한지, 수수료를 더한 금액이 다른 구매 루트보다 저렴한 지 확인한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물건을 받는 방법
이쯤 되면 이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은 끝이다. 이제 남은 건 무사히 내가 있는 곳에서 물건들을 받는 일이다.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구매하면 보통 배송까지 해주시기 때문에 물건 대금과 수수료를 이체하고 나면 물건이 올 때 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알리바바를 통해 구매했을 경우에는 중국의 판매자와 직거래를 한 셈이기 때문에 배송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배송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1) FEDEX,DHL 등 글로벌 특송 : 장점은 편리하고 비교적 빠른 대신 비싸다. 통관에 필요한 서류 작업도 비교적 간편하다. 물건의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우며 빨리 받아야 할 경우 이용한다. 물건을 보낼 때 특급(EXPRESS)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하면 3-4일 안에도 받아볼 수 있다. FEDEX로 판매자가 물건을 보내서 인천에 물건이 도착하면 카카오톡으로 친절하게 통관 정보를 입력하라고 알림이 온다.
운송장 번호와 제품 구매가격 및 용도를 기입하고 조금 기다리면 곧 도착!
2) 배송대행 업체 이용 배송만 대행하는 업체들도 많다. 흔히 우리가 배대지라고 부르는 곳들인데 개인 해외구매 시 이용하는 것과 똑같다. 단 기업 대상으로 하는 업체들의 역량은 내가 구매하는 물건이 세관에서 문제가 되지 않게 사전에 얼마나 잘 조율 해주는가에 있다. 예를 들어 KC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통관할 수 있는 전자기기, 식기류 등에 대해 안내를 해주는 식이다. 또 한 가지 업체 선정 시 생각해볼 점은 창고 위치인데 중국은 땅덩이리가 넓기 때문에 중국 판매자 위치와 배대지 창고 위치가 멀면 배송비도 들고 (보통 판매자 부담으로 해주지만 내가 부담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배송에 걸리는 기간도 늘어난다. 내가 주로 거래하는 곳이 이우, 항저우, 어디이냐에 따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배대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배송 대행 업체도 선정했다면 창고 주소를 판매자에게 알려주고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마음 놓기 전에 잠깐, 안전한 통관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 있다. 우선 중국에서 물건이 떠나기 전에는 아래 3가지가 꼭 필요하다.
1) 모든 제품에 made in China 라벨 부착 : 이 작업이 되어있지 않으면 인천세관에 가서 직접 라벨링 작업을 해야할 수 있다. (실제 사례!) 꼭 판매자에게 라벨링 작업을 요청해야한다.
2)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 받기 : 판매자에게 받을수도 있고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구매할 경우 업체에서 검수하며 측정하여 제작한다. 인보이스는 제품별 금액과 물품의 전체 구매 금액을 파악하기 위해 제출하며 관부가세 납부의 기준이 된다. 패킹 리스트는 어떤 박스에 어떤 제품이 몇개가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받는다.
3) 물건이 담긴 박스에 회사명을 기재하여 배송 시 식별이 가능하도록 할 것 : 배송대행 업체든 구매대행 업체든 여러 물건을 받기 때문에 박스에 우리 제품임을 식별할 수 있는 표시가 없다면 주문한 물건이 모두 제대로 왔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판매자에게 박스에 우리 회사명 기입과 더불어 박스 안에 어떤 제품이 들었는 지 적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여기까지 잘 왔으면 이제 물건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세관에서 제품 검사는 랜덤으로 이루어져서 어떤 때는 검사를 하고 어떤 때는 그냥 통과한다. 검사를 하게 되면 하루 정도 더 소요된다. 물건이 출발하고 인천에 도착하는 동안 관세사무소에서 관부가세 납부 요청이 오는데 제품 구매 대금의 부가세 10%, 제품 코드별 관세 8% +@가 부과된다. 내가 구매하는 제품의 관세가 궁금하다면 미리 관세법령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올 때는 구매하는 금액만 보면 엄청 저렴한 것 같이 느껴지지만 아래와 같이 붙는 금액들이 많기 때문에 눈이 휘둥그레지게 합리적인 제품을 찾지 않는 이상 엄청난 마진을 남기는 것도 아니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은 부가세 매입 처리가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판매 시 매입으로 잡지 못하는 금액까지 고려해서 판매가를 설정해야 한다. 부가세 납부하는 날 엉엉 울고 싶지 않다면 .. (엉엉)
물건 구매 금액 + 구매대행 수수료 또는 해외 결제 수수료 또는 알리페이 수수료 + 관부가세 + 인증이 필요할 경우 각종 인증/검사 비용 + 해외/국내 배송비
처음에는 이 모든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조마조마해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한 번, 두 번, 내가 생각했던 물건이 바다 건너 다른 나라에서 와서 내 손에 잡히는 경험을 하고 나니 조금은 자신감도 생기고 기획할 수 있는 제품의 범위도 넓어진다.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여러 걱정과 문제도 많지만 필요한 물건을 적법하게 들여와서 쓸모있게 판매한다면 매력적인 소싱처라고 생각한다.
왘 너무 길어져서 이번 편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는 중국 소싱 이외에 상품을 개발하는 3가지 방법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혹시 제가 이용하는 구매대행, 배송 대행 업체가 궁금하시거나 정리한 것 이외에 궁금하신 내용 있으시면 편하게 연락(feys514@naver.com)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