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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Apr 27. 2024

7. 내 사랑, 어디에 모여 사나요

세상은 넓고 채널은 많아

오일파스텔을 팔기 시작한 지 6개월 쯤 되었을까, 그 사이 여름과 가을을 지나 겨울 분위기가 돌고 있었다. 하루에 2~30개씩 판매되던 오일 파스텔도 한풀 시들해지고 여름에 열심히 팔았던 플루이드 아트와 섬유염색제도 판매량이 급감했다. 새로운 제품의 필요성만큼이나, 네이버 하나로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채널을 넓히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채널 확장의 단점은 이런 것들이 있다.

1. 수수료

2. 관리의 어려움(보다는 귀찮음)

3. 업로드(보유하고 있는 제품이 많을수록 더욱 귀찮음)

4. 내 고객으로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 (일회성 구매 이외의 연결고리 낮음)

5. 늦은 정산 주기


그래서 네이버나 쿠팡같은 유효 채널 몇 개에만 집중하시는 분들도 많다. 특히 1과 5번의 이유로 자사몰이 아닌 경우 수수료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낮고 빠른 정산이 적용되는 네이버를 주 매출처로 잡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에는 나도 동의한다. 지금도 이따금씩 내가 판매하는 게 새우였다면(?) 이라고 망상해보는데 아마 그랬다면 나도 채널을 한개, 많아야 두개 정도로 집중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절대 다수가 찾는 시장은 한 두개의 채널로도 승부가 가능하다. 그런데 화방용품, 이건 집계치도 잘 나오지 않으니 조금 더 큰 배후시장인 유아동용품을 예로 들어도 대중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다.

(2023년 기준 유아용품 온라인 시장은 5조, 패션 시장은 47조다.)


조금이라도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때 내가 바라보게 된 곳은 쿠팡이었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으니, 전국민이 한 번쯤 검색하는 크리스마스 관련 제품을 판매한다면 여기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당시 준비한 제품은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세트' 였다. 이 제품의 차별화 요소로 말할 것 같으면 고객이 할 노가다를 대신 해드립니다, 였는데 (덕분에 아주 많은 날을 새웠다. 깔깔) 크리스마스 카드에 들어가는 예쁜 요소들을 한 번에 모아둔 패키지와 비슷하다. 리본도 예쁘고 보석 스티커도 예쁘고 스크래치 페이퍼도 예쁘고 모양 펀칭기도 예쁜데, 보통의 카드들은 한 키트에 예쁜 요소 1개 + 카드와 봉투 정도의 구성이더라. 예쁜 걸 몽땅 모아서 2,4,6인 패키지로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분들을 만나기 위해 쿠팡에 입점 신청을 했고, 몇 가지 절차 끝에 상품을 업로드했다. 오일파스텔, 오일파스텔 스케치북, 크리스마스 카드들. 큰 기대 없이 상품을 올려두고 얼마나 지났을까, 카드가 팔리기 시작했다! 오일파스텔도 하루에 몇 개씩 꾸준히 나가는 것이 신기했다. 쿠팡에서 처음 월 매출 100만원이 되었을 때, 그럼 이런 채널 10개가 있으면 천만원이잖아!?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꼭 그렇게 1+1+1=3처럼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서도) 그 전에는 네이버를 이용하는 사람과 쿠팡을 쓰는 사람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두 가지를 같이 보며 비교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 채널만 주로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 외에도 채널을 입점하면 생기는 이점은 의외로 상위노출이 잘 된다는 점이다.


인터넷 바다의 여러 판매채널을 묶어 소개하는 네이버 쇼핑 입장에서는 11번가든, 쿠팡이든, 위메프든, 하나의 판매처다. 아주 큰 매출을 자랑하는, 판매처. 내 상품이 쿠팡에 올라가 있다면, 네이버 쇼핑이 보기에는 아주 큰 매출을 자랑하는 '쿠팡'이라는 판매처가 팔고 있는 하나의 상품인 것이다. 그래서, 네이버에서도 아주 작은 나의 스토어보다 쿠팡, 11번가, G마켓 같은 판매처에 업로드 된 상품이 위에 뜨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네이버 상품과 같이 묶일 때는 더 시너지가 나는데 쿠팡의 아이템 위너와 비슷한 느낌이다. 네이버의 수수료가 가장 낮다보니 타 채널에 비해 네이버의 판매가가 낮은 경우가 생기는데 그러면 네이버 입장에서 이렇게 쟁쟁한 판매처에서 팔고 있는 제품이랑 똑같은 건데 네이버 스토어가 제일 싸네? 하며 상위에 올려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2024년 1,2월~) 네이버에서만 판매하는 판매자를 우대하는 차원에서 타 채널의 상품들은 배송비가 상품가격과 묶여서 노출되고 네이버 스토어 상품은 상품 가격만 노출된다. 이러면 고객이 한 눈에 보기에는 네이버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훨씬 저렴하게 느껴진다. 특히 가격이 낮은 상품의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는데 개당 5천원인 상품이라면 네이버 스토어는 5천원, 타채널 묶음 상품은 8천원으로 노출되는 식이다. (네이버 스토어의 배송비가 4천원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일이 양날의 검이라고, 타 채널에 입점하여 상위노출의 이점을 노릴 수도 있지만 가격 비교에서 평가절하되거나 썸네일 클릭 시 바로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지 않고 전체 판매처를 보여주는 브릿지 페이지를 거쳐 가는 과정에서 구매전환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페이지!



그래서 필요에 의해 네이버 쇼핑으로 묶인 상품을 해제하기 위해 발버둥치기도 하는데, 내가 해봤던 것 중 가장 빠르게 해제되는 것은 아깝지만 다른 채널의 상품들을 삭제하거나 판매중지 하는 것이었다.

썸네일 이미지를 바꾸고 제품명을 다르게 수정하면 풀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100%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품이 묶이는 게 싫다면 애초에 네이버용 제목 - 타채널용 제목을 정해놓고 업로드 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시 2020년의 겨울로 돌아와서, 쿠팡에 올려둔 크리스마스 카드와 오일파스텔이 쏠쏠하게 판매되는 것을 보며 나는 다른 채널은 또 뭐가 있나 알아보기 시작했다.


1. 오픈마켓 - 여러 판매자가 입점하여 판매하는 몰들 (11번가, G마켓옥션(둘이 세트), 인터파크...)

2. 종합몰 - 네이버 및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사가 운영하는 몰들 (H몰, LF몰, SSG닷컴...)

3. 전문몰 - 특화된 카테고리를 가지고 운영되는 몰들 (바보사랑,1300K, 10X10,예스24...)

4. 폐쇄몰 - 특정 대상 중심 상품을 판매하며 오픈마켓에 공개되지 않는 몰들 (산업별 상이, 도매몰 등)

5. 소셜커머스 - 특가, 기획전 중심 (티몬, 위메프...)


아무래도 채널에 입점하게 되면 그 전에 생각하던 것과 수수료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마진에 손해가 생긴다. 아예 가격을 책정할 때 가장 높은 수수료를 가정하고 판매가를 결정하는 편이 낫다.


쿠팡에서 소기의 성과를 보면서 다양한 채널들에 신나게 입점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무릎을 치며 깨닫게 된 또 한 가지는 관여도 높은 고객이 모여있는 채널일수록 구매전환이 높다는 사실이다. 지금 주로 매출이 일어나는 채널을 우리 엄마나, 친구들에게 말하면 '그게 뭐야?'라고 한다. 반면 유치원 선생님들은 열 명 중 아홉명이 RGRG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무한한 바다에 누구라도 좋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뿌리는 것도 어떤 카테고리의 경우에는 정답이겠지만 (모두의 집에 한 두 개씩 있는 휴지,수건,칫솔 처럼) 특정 고객에게 소구하는 상품이라면 나와 잘 맞는 채널을 찾는 것이 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오프라인인데, 체험 요소가 많은 상품이다보니 이따금씩 마켓에 나가면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동네 아이들 시선 집중 담당이다. 이런 요소를 잘 살려내서 오프라인 길목에 보기 좋게 차려두면 참 좋겠는데,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몇 개 있다. 언젠가 이 산도 오르고 넘어서 공유할 날이 오면, 아이고, 좋겠다!


그건 그렇고 모든 채널에 제품을 진열하려면 하나로는 안 된다, 이름하여 '구색'을 맞춰야하는데 그건 또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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