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여행일기

by 배심온

순간이었다.


오른손에 든 칼이 왼손의 손가락 살점을 베어낸 것은.


앗,


따끔한 느낌과 함께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진다.


아이씨, 이런, 애들이 올 텐데,

밥은 먹어야 할 텐데...


우선 수돗물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고, 화장지로 상처부위를 눌러 지혈을 한다. 10여 분이 지나도 지혈이 되지 않으니 집에서 간단히 치료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이 된다. 일요일에도 진료를 하는 응급실을 검색하여 급하게 이동을 한다. 일요일 아침 응급실에는 초로의 환자가 이미 손을 꿰매고 있었고, 학원차에 접촉사고가 났는지 초등학교 아이들도 와있다. 발목을 다쳐 엑스레이를 확인하는 환자의 진료가 끝나고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 오픈된 상처를 소독하고 파상풍 주사와 항생제 주사를 맞은 후 처방전을 받아 든다. 사나흘 매일 드레싱을 하러 병원을 방문하라는 지시와 함께.


밥을 한 가지만 할걸. 괜히 찰밥을 하면서 또 굴밥도 하겠다고 준비하다가 그만. 요즘 굴밥을 맛있게 해 먹는다는 친구의 말만 없었어도. 그냥 외식이나 할걸.


사고가 나지 않을 상황으로 현실을 조작해 보지만 쓸데없는 후회다.


부엌칼로 굴봉지를 열면서 잠깐 삶기는 팥을 돌아보다가 그만 사고가 난 거다.


금방 병원을 다녀와서 함께 늦은 아침 식사를 했다. 벌려놓은 식사 준비는 아이들이 마저 하고, 다행히 왼손을 다친지라 별일 없는 듯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가까이 바로 달려갈 병원이 있어서 다행이지 않은가.

상처가 요만하길 다행이지 않은가.

다 함께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않은가.


병원에 있는 모든 환자들의 빠른 회복을 빈다.


2026.1.19. 새벽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