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의 소동

여행일기

by 배심온

음악회가 시작되기 직전에 뒷자리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무슨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이 난리야. 내가 목이 말라서 물 좀 먹고 들어가겠다는데"


뛰어왔는지 숨이 찬 목소리로 여자는 끊임없이 남자에게 불평을 쏟아냈다. 아마도 여자가 약속시간에 늦어 물마실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의 다툼은 음악회가 시작되고도 한동안 계속되었고,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다툼이라기보다는 여자의 일방적인 짜증이었다.


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 그 정도면 음악회고 뭐고 공연장을 나갈 것 같은데, 그들은 객석에 앉아서 주변 좌석 사람들이 다 듣도록 말싸움을 이어갔다. 중간 쉬는 시간이 되니 또다시 시작이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여자의 주장은 결국 그거였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우선순위여야 하고, 상한 감정을 당장 토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이럴 때 뒤돌아보면 안 되는데,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불편함을 표하고 싶은 마음에 결국 뒤돌아보았다, (나도 참, 고쳐야 하는데)


그들은 서로를 탓하며 용서할 수 없다는 듯 기세등등한 말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글쎄 남자가 여자의 손을 꼭 부여잡고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그 손을 잡고 있지 않았으면 여자는 자기 성질에 못 이겨 공연장을 뛰쳐나갔을 텐데, 할 말은 하면서도 남자는 여자의 손을 놓지 않고, 두 손으로 꼭 감싸고 있었다.


음악회가 끝나고 장내에 불이 켜지고 모두들 일어나 퇴장을 하는데, 그들은 어느새 감정이 가라앉았는지 말소리가 부드러워진 채 여전히 대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은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괜히 주변 사람들이 불편했지만 그들은 해피앤딩이다.


내가 제일 우선이라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여자가 살짝 부러웠다. 남자가 끝내 그녀의 손을 놓지 않는 걸 보면, 그녀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나 보다 싶고, 끝까지 여자를 달래주는 남자가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겠지.


그래도,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사람들은 칠판에 이름을 적고 싶다.


2026.2.14. 저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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