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미켈란젤로가 사기를 친 적이 있다.
<잠자는 큐피드> 조각상을 만들어 고대 그리스 작품으로 속여 팔아먹은 것이다. 물론 주변에서 부추긴 사람이 있었고, 거간꾼이 있어서 로마의 추기경에게 팔리기까지 하였다. 자신의 작품을 골동품으로 속이기 위해 한동안 흙 속에 묻어두었다고 한다. 결국 들통이 나지만, 잠자는 큐피드를 사들인 추기경은 그의 실력에 반했는지 아니면 실력을 검증하려고 그랬는지 미켈란젤로를 로마로 불러들여 다른 작품을 의뢰한다. 그러나 추기경은 완성된 작품을 수령하지 않았고, <잠자는 큐피드>도 분실되었다. 2년 동안의 로마 생활을 마치고 피렌체로 돌아온 그때 미켈란젤로의 나이가 21살, 1496년이었고, 현재 피렌체 바르젤로 미술관에 있는 <바쿠스>가 그때 만든 작품이다.
그 후 23살에 바티칸 미술관에 있는 피에타를 완성하고 명성을 얻게 되었으니 이때의 경험이 헛되지 않은 듯하다. 여전히 젊은이의 치기가 남아있었는지, 피에타를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을 향해, “미켈란젤로가 만들었다”라고 성모마리아의 가슴팍에 확실하게 새겨놓았다.
고대 그리스 예술의 결정판으로 칭송받는 <라오콘 군상>의 작자 논쟁의 중심에 미켈란젤로가 있다.
고대 청동조각의 모사품일 거라는 주장도 있고, 세명의 공동작가가 거론되지만 공식적으로는 작가미상이다.
미켈란젤로는 라오콘의 오른쪽 팔을 높이 세울게 아니라 굽혀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뒤늦게 발견된 팔 조각이 그의 주장대로 굽혀있었다고 한다. 정확한 예측이 의심을 사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2005년도 컬럼비아 대학의 한 교수는 이 작품이 기원전 1세기의 작품이 아니며 몇 가지 증거를 들어 제작자를 미켈란젤로로 지목하였다. 미켈란젤로의 집에서 라오콘의 뒤틀린 근육들을 스케치한 작품이 나왔고, 미켈란젤로가 라오콘이 발견될 즈음에 라오콘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종류의 대리석을 대량으로 구입한 거래증서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1506년 <라오콘>을 발견한 농부가 그 사실을 맨 처음 미켈란젤로에게 알렸고, 그가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는 점도 의심의 근거로 삼는다.
젊은 날 자신의 작품 <잠자는 큐피드>를 고대 그리스 작품으로 속였던 전력은 그를 용의 선상에 둘 수밖에 없게 만들고, 이런 의심들은 모사품일지라도 미켈란젤로만큼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낼 사람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켈란젤로 메디시 다 카라바조도 <잠자는 큐피드>를 그렸다.
39세로 사망하기 두 해 전, 1608년에 몰타에서 그린 그림이다. 무얼 많이 먹었는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아기 천사가 모로 누워 깊은 잠에 빠져있다. 잠자는 아기 천사 주변으로 천사의 날개가 마치 후광처럼 그를 감싸고 있다. 잠이 든 큐피드의 손에는 활과 화살이 들려있다. 배경을 어둡게 하여 큐피드만 도드라지게 하고, 그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빛나는 천사의 날개와 사랑의 도구들을 찾게 하니, 테네브리즘 기법을 제대로 확인하게 된다.
큐피드는 잠들었고, 그의 손에 들려있는 사랑의 도구는 망가졌다. 끈이 끊어진 활과 버려진 화살은 세속적인 쾌락의 포기를 의미한다.
큐피드의 잠은 한없이 깊어 보인다.
2026. 3.27.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