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후의 햇살 Feb 07. 2024

봄은 고양이로다

고양이의 평온함과 자유로움을 닮고 싶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고양이보다는 강아지에 더 애정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아무 조건 없이 사람을 보면 무조건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강아지의 사랑스러움에 비하여, 도도하고 사람에 무관심해 보이는 고양이에게는 큰 호감이 가지 않았다. 사실 호감이 아니라 약간 무섭기까지 했다. '영물'이라는 말이 주는 왠지 모를 께름칙함과 함께 고양이의 날카로운 눈빛이 뭔가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하게 느껴져 눈을 마주치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 이사를 온 후, 신기하게도 아들과 함께 갔던 식당마다 고양이 가족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칼국수집에서는 주인 내외분들이 거리에서 떠도는 아픈 아기 고양이를 데려다가 자식처럼 돌봐주고 계셨는데 아들은 그 고양이를 참 좋아했다. 칼국수를 먹으면서도 창 밖에 있는 고양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들에게 "강아지와 고양이 중에 어떤 동물이 더 좋아?" 하고 물었더니 아들은 바로 "고양이!" 하고 대답했다. 아들은 고양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했다.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중에서도 자기는 '춘식이'가 제일 좋다며, 춘식이가 라이언의 애완 고양이라는 TMI를 알려주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후배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고양이를 테마로 한 예쁜 카페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후배에게 물어본 카페의 이름은 '봄은 고양이로다'. 참으로 문학적이고 따뜻한 이름이었다. 갑자기 왜 카페 주인이 고양이를 봄에 비유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차를 타고 시골에 있는 고양이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보송보송한 털을 가진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이 눈에 띄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고양이들 모두 한적하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따뜻한 난롯가에서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


 카페 안의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와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들의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워서 내 마음까지도 포근하고 편안해졌다. 나를 위한 쑥차와 아들을 위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문해서 자리로 갔더니, 그곳에서도 한참 낮잠에 푹 빠진 귀여운 고양이가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카페 주인분께 "혹시.. 고양이를 만져봐도 되나요?" 하고 여쭈었더니 주인분께서 "네, 머리 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세요." 하고 말씀하셨다. 아이와 나는 누워있는 고양이의 머리를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고양이는 귀를 한 번 쫑긋, 하더니 그대로 다시 단잠에 빠져들었다.



인형같은 고양이 앞자리에서 맛보는 달콤한 아이스크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잠에서 깬 고양이는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카페를 돌아다니다가 사뿐히 뛰어올라 다른 의자에 앉아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손님들이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이며 다시 노곤하게 잠에 빠져들기도 했다. 여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면서도 사람들과 잔잔하게 어울리는 고양이의 모습은 그동안 내가 고양이에 대해 가져왔던 편견을 완전히 깨게 해 주었다.


 문득, 고양이가 가진 저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고양이처럼, 때로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충전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어야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게 하루를 온전히 즐기고 있는 듯한 고양이의 모습은 나에게 굉장히 신선하고 따뜻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느긋하게 낮잠을 즐기다가 어느샌가 사람 곁으로 스르륵 다가오는 고양이는, 겨울이 지나고 시나브로 봄이 오는 따뜻한 풍경과 닮아 있었다.


 '봄은 고양이로다.'

매거진의 이전글 30대 후반, 내가 금수저였음을 알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