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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햇살 Apr 20. 2024

감사와 사과에 인색한 사회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를 못하는 사람들

 빗방울이 녹음을 더 푸르게 만들어주는 비 오는 주말, 아이와 함께 분위기 있는 브런치 카페를 가기로 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새로 생긴 맛집이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갔는데 가게에 들어가면서부터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사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나에게 가게 사장님으로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가 인사도 없이 나를 대충 쳐다보면서 "몇 명이예요?" 하고 물어보았던 것이다. 내가 두 명이라고 대답했더니 성의 없이 턱을 한번 위로 쓱 들었다 놓으며 자리를 가리키더니 사라지는 게 아닌가.


 게다가 메뉴 두 개를 주문했는데 음식이 나올 때까지 테이블에 물과 컵을 주지 않고 안내도 없어서 내가 일어서서 주방 쪽으로 가서 "여기 혹시 물이 셀프인가요?" 하고 물었더니 "네. 저기 있어요." 하고 손가락으로 물이 있는 장소를 가리킬 뿐이었다.


 음식이 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물과 컵도 셀프로 가져와야 하고, 게다가 그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는 상황이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너무 바쁜 상황이라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가게 안은 그렇게 바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그저 그 가게가 손님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그때, 아이가 말했다.


 "엄마, 여기 자꾸 날파리가 날아다녀!"


 가격에 걸맞지 않은 불친절함에 한 술 더 떠서 음식 주변에 계속 날아다니는 날파리까지..  우리는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황급히 식사를 마치고 음식을 반 이상이나 남겼다. 이건 마치 돈을 주고 스트레스를 산 상황이랄까.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해 달라고 카드를 내밀면서 "여기 식탁 주변에 날파리가 있네요." 하고 말했더니 주인은 "네, 아까 창문을 열어놨더니.." 하면서 말을 흐렸다.


 창문을 열어놨더니..?

 어떻게 여기에서 문장이 끝나지? 내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식사에 방해를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사과할 상황에서도 죄송하다는 말을 아끼는 가게 주인을 보면서 다시는 이 가게에 방문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아이나 어른이나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이나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에 인색한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알량한 자존심을 턱밑에 숨기고 마치 자신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지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때로는 이처럼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아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마땅히 죄송해야 할 상황에 죄송하다고 말하지 않거나, 고마운 일이 생겨도 고맙다는 말을 아끼는 사람과는 다시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방문했던 가게 사장님이 "손님, 날파리가 있어 즐거운 식사시간에 방해가 되었다니 죄송합니다. 다음번엔 그런 일이 없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하고 말했다면 나는 마음이 누그러져 다음번에 그 가게를 다시 방문할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진심 어린 사과나 감사의 말은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그 단순한 진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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