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격주로 아들이 할머니댁에 가는 주말이다. 9시쯤 아들과 밖에 나가서 30분쯤 배드민턴을 함께 치다가 10시쯤 아들을 할머니댁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배드민턴을 조금 더 쳐도 좋을 것 같아 요즘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체육교육과 출신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후배는 서울에서 친구를 만나는 중이라고 했다.
치, 얘는 뭐 만날 서울이야.. 흥!
나는 알겠다고, 다른 친구를 찾아보겠다고 잘 놀다 오라고 얘기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보니까
아 맞다.. 나 여기 친구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년에 고향에서 직장 때문에 타지로 이사를 와서, 친해진 사람들이라고는 직장 동료들 뿐인데 다들 결혼한 아줌마 선생님들이라 주말에는 가정을 챙기느라 바쁠 것 같아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원래 고향으로만 돌아가면 당장 연락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스치듯 생각해도 서너 명은 되는데... 외지인의 설움이다.
아.. 진짜 동호회라도 나가봐야 하나.
진지하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그동안 쉴 틈이 없었는데 모처럼 주어진 여유이니까 오늘은 혼자서 집에서 놀기로 했다.
사실은 논다기보다 그동안 밀린 집안일을 하나씩 해치우기로 했다.
우선, 청소기를 싹 돌리고 물걸레를 빨아 깨끗하게 바닥 청소를 했다. 새삼 집이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과 둘이 사는데 33평이라니. 너무 궁궐이다.
평소엔 거실과 안방 위주로 사용하니까 집이 그렇게 넓다고 잘 못 느끼는데 청소할 때마다 20평대로 이사 가고 싶어 진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바닥♡
그래도 청소를 마치고 유리창도 활짝 열어 따뜻한 햇살을 가득 받고 선선한 바람을 듬뿍 맞으니 너무나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저거 뭐지?
거실 티비장 옆 조명에 뭐가 달려 있다.
에버랜드 체험학습 기념품으로 사온 판다 자석 인형
아들이 오늘 할머니댁 가기 전에 판다 인형을 조명에 붙여놓은 것이다.ㅋㅋㅋ
손발에 자석이 있는 판다가 조명에 찰싹 붙어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청소기 돌리기와 물걸레질을 마친 후에는 설거지를 했다. 뽀득뽀득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하면서 세탁기에 빨래를 돌렸다. 좋아하는 음악을 흥얼거리며 설거지하는 기분, 너무 좋다!
설거지를 마치고 커피 한 잔 하고 있을 무렵, 슈베르트의 '송어' 멜로디가 세탁기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다 된 빨랫감들을 커다란 바구니에 담아 햇살 좋은 베란다에 널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들
7년째 함께하는 구름 쿠션. 빨래한 거 맞아요..
부서지는 햇살 아래 뽀송하게 말라가는, 내가 좋아하는 옷들과 쿠션을 보면서 또 기분이 행복해진다.
아, 오늘 집에 있길 잘했어..^^
나, 사실은 내향형 인지도? 훗
하지만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내향형은 절대 자기가 외향형일 거라는 생각을 1도 하지 않는단다.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나는 내향형 탈락!
물을 듬뿍 맞고있는 우리집 식물들
"마셔라, 마셔라~!
물이 들어간다, 쭉~ 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분이 너무 좋아서 미친 것 같다..
베란다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서 식물들한테도 물을 듬뿍 주었다. 시든 줄기와 잎사귀들은 정원 가위로 싹둑싹둑 정리해 주었다.
식물들을 챙긴 후에, 우리 집에서 6년째 함께하고 있는 반려동물 거북이의 수조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물을 갈아주었다. 햇빛이 너무 좋아서 베란다 일광욕도 시켜주었다.
고개를 내밀고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거북이:)
이렇게 많은 일들을 했더니 배가 고파졌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추억의 떡꼬치를 해먹은 뒤 오후 네 시가 되도록 아무것도 안 먹었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마켓컬리에서 사놓은 해물 스파게티 밀키트가 있어서 옳다구나! 하고 요리를 시작했다.
오롯이 나를 위해 하는 요리라 더욱 정성을 들였다. 고생한 나를 위해 그릇에 예쁘게 담아 스스로 잘 대접해 줘야지!
청소 후에 요리해먹는 스파게티, 꿀맛!♡
해물스파게티와 호주에서 날아온 분다버그 핑크자몽 음료수, 그리고 후식 샤인머스켓까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ost를 들으며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이걸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지.
2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2차는 부추 딤섬&소스♡
내가 좋아하는 삼시세끼 프로그램을 보면서 부추창펀 딤섬 네 개를 따끈하게 쪄먹었다.
접시 위에 갈색 소스는 간장을 쏟은 게 아니라 달콤한 딤섬 소스인데 너~무 맛있었다!
(잘못 뿌린 게 아닙니다..^^)
동원 부추창펀, 꼭 사드세요ㅠㅠ
아, 진짜 행복하다..!
이런 게 행복이지^^
오늘 하루, 나는 혼자서도 참 행복하게 잘 놀았다.♡
*오늘 나는 머릿속에서 표현을 정제하지 않고, 형식에 구애받지도 않고 그저 내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써보았다.
그동안 애써 참고 인내하고 정제해 오면서 살았던 날들을, 한 번에 "안녕!" 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는 나도 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