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임성묵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임성묵 감독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배우 겸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성묵입니다. 전작 <에프 더블유 비>에 이어 <머피>로도 로터리 시네마와 함께 하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영화 <머피>는 청년세대의 고뇌와 시련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독립 단편 영화입니다.
Q2. <머피>는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임성묵 감독 : 원래부터 ‘청년’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간 제작했던 영화들 역시 ‘청년’이라는 소재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큰 틀은 동일했고, 뉴스 영상 중 실제 자살예방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문의량이 너무 많아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영상을 접했는데, 그 밑에 댓글에 ‘저러니까 사람들이 더 죽고 싶지’라며 센터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한가득이더라구요. 그러나 이어지는 영상에서는 자살예방상담센터에 일하고 계시는 상담원 분의 인터뷰였는데 본인도 너무 한 사람 한 사람 다 응대해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고, 그러다 보니 전화를 받으면 다짜고짜 엄청난 폭언과 협박, 저주를 하신다고 씁쓸해 하시는 인터뷰를 보고 이러한 사회 현상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되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어요.
Q3. ‘진심이 있다’는 의미를 가진 ‘유진심’이라는 이름이, 진심을 다해 꿈을 향해 달려가지만 좌절을 반복하는 주인공을 더 애틋하게 바라보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유진심’이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나요?
임성묵 감독 : 제 입버릇 중 하나가 ‘진짜’, ‘진심’ 이에요. 그만큼 제가 진정성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나 봐요하하. 그것도 그렇고 결국 이 영화의 가장 큰 뿌리이자 기둥은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정을 다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했기도 하고, 블랙코미디 장르에 걸맞기도 한 유진심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Q4.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는 엄마부터 대기업에 합격한 친구, 조연 배우 자리를 꿰찬 극단 동생, 새로운 연인이 생긴 전 여자친구까지, 진심을 괴롭게 하는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 집 안으로 들어오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진심의 고립된 내면을, ‘집’이라는 공간에 가둬 표현한 듯 느껴졌는데요. 이러한 방식으로 진심의 주변 인물들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장면은 어떤 의도와 과정에서 구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임성묵 감독 : ‘집’이라는 공간에 혼자 있다 보면 별의별 상념과 잡념부터 그로 인한 우울까지 끌어오게 되는 경험을 다들 한 번씩은 해본 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사회적인 쓸모’가 없는 상황에서 속해 있을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 집이기도 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사실은 통화로만 이루어진 대화이지만 인물이 통화내용에 자신의 생각과 해석을 더하다 보니 더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형태로 표현되니까, 그러한 지점에 판타지스러움이 가미되었으면 좋겠다 해서 인물들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설정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추가적으로, 전작들도 다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저는 제한된 공간이 주는 밀도를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해요.
Q5. 불투명한 창 너머로 보이는 희미한 ‘109번’을 향해 진심이 자신의 속마음과 원망을 쏟아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 문을 열고 들어온109번과의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진심이 나름의 치유에 이르는 듯 느껴졌는데요. 작품 속에서 진심과 ‘109번’의 만남은 진심에게 어떤 의미였다고 생각하시나요?
임성묵 감독 : 때로는 일면식 없는 타인에게 나의 심연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 놓는 것이 편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진심이의 상황이면 더더욱 주변 사람들에게 터놓기 힘들겠다라고도 느껴졌고요. 그리고 사실 진심이가 원하는 건 그저 마음 안에 있던 응어리를 폭발시키기였을 텐데,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위로와 현실적인 격려를 받지 않았나 해요. 결국 109번과의 만남은 진심에게 '가장 먼 타인을 통해 가장 깊은 자신을 대면하는 시간'이었고, 감정의 배설을 넘어선 뜻밖의 연대가 가져다준 따뜻한 구원이었다고 생각해요.
Q6. 작품의 엔딩에서 진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합니다. 이 대사는 자신의 진심이 끝내 꺾여버렸다는 절망이 담긴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동시에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이 짧은 말에 담고자 하신 진심의 감정과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임성묵 감독 : 사실 후자(동시에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의 뜻을 담고 엔딩의 대사를 썼어요. 그리고 제가 평소에 너무 애정하는 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요.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시련과 역경이 와도 나아갈 것만 같은 기분 좋은 기세가 느껴지는 것 같아 서요. 이 영화를 통해서 더 힘든, 어려운,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 놓이신 분들이 조금이나마, 미약하게나마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Q7. <머피>를 만들며 즐겨 들으신 음악이나 참고하신 영화, 책 등 제작 과정에 영향을 준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임성묵 감독 : <머피>를 준비할 당시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은 비투비의 ‘괜찮아요’인 데요, 가사가 주는 지지가 참으로 따뜻하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힘들어도 괜찮아 괜찮아 잘될 거에요 I Believe in You”라고 얘기해주는 게 꼭 진심이에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많이 들으면서 작업했었습니다.
Q8. 감독님께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임성묵 감독 : 이것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 것 같아요, 하하. 스텝들을 꾸리는 게 힘들어도, 제작비가 부족해도, 영화시장이 어려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Q9. 마지막으로 <머피>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임성묵 감독 : 행운과 불운보단 소소한 행복이 삶에 가득하시길 바라며, <머피>를 보시고 여러분들께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정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잘될 거에요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