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의 김윤아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윤아 감독 : 안녕하세요. 이번 혜화로터리 영화파티에 상영되는 <여름방학> 감독 김윤아 입니다. 용인대 영화영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영어 교육 브랜드에서 마케팅 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2. <여름방학>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김윤아 감독 : 이 작품의 초고를 썼던 건 3학년 2학기 시나리오 수업 때 였습니다. 수업에서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발전시키고, 최종적으로는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게 수업의 마무리였어요. 당시 저는 첫사랑 영화들을 보며 엔딩이 항상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모든 첫사랑 영화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이 항상 서로 정말 좋아했지만 이뤄지지 않거나 이별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나더라도 아련하게 상대방을 보내주며 끝나더라고요. 그런 엔딩 또한 현실적이고 좋았지만, 상대방을 정말 좋아했다면 저렇게 보내줄 수 있었을까? 싶었거든요.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조금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진짜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과 용기를 가진 등장인물이, 늦은 것 같지만 끝내 사랑을 이루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Q3. 청량한 여름, 첫사랑의 설렘이 섬세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촬영하면서 작품에 꼭 담고 싶었던 이미지나 연출적으로 신경 쓰신 요소가 있을까요?
김윤아 감독 : 작품을 준비하면서 무드보드 만드는 작업을 했었어요. 머릿속에 떠다니던 그림들을 무드보드로 만들어보니 제가 원하는 영화의 톤을 잡기 쉬웠던 것 같아요. 그때 무드보드는 초록색 화분, 파란 여름 하늘, 노란색 우산, 두 남녀가 시선을 마주하고 앉은 모습 등이 가득했어요. 아무래도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첫사랑 영화이기도 하고, 제가 느끼는 여름이라는 계절은 모든 자연의 색들이 가장 강렬한 원색이 되는 때예요. 그래서 책방이나 인물들의 소품들도 색이 쨍하고, 여름의 싱그러움이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로케이션도 최대한 색이 알록달록하고 다양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소품들이나 색감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 푸른 여름의 야외를 많이 담고 싶어서, 촬영을 준비하면서 제작 PD와 촬영감독, 조명감독까지 로케이션 헌팅을 열심히 다녔습니다. 작품을 준비하던 그 해가 정말 더운 여름이었는데, 열심히 함께 해준 스태프들이 있어서 예쁜 장면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4. 정희와 이준을 연기한 두 주연 배우의 케미도 무척 좋았습니다.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김윤아 감독 : 감사하게도 많은 프로필을 받아서 정말 많은 프로필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첫사랑이 주제인 로맨스 영화인만큼 그런 무드가 느껴지는 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어요. 먼저 이준 역의 이명준 배우님은 프로필을 열자마자 이 분이다 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 머릿속에 그리던 이준이는 장난꾸러기 같은 외모지만 속은 여리고, 조금 신중한 인물이었는데, 명준 배우님의 이미지가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실제로 오디션 때 뵙고, 아무나 갖고 있지 않은 ‘멜로눈빛’을 가지고 계셔서 이준의 대사를 읽으실 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바로 캐스팅을 진행했습니다.
또, 정희 역의 박가영 배우님은 조연출과 함께 프로필을 볼때, 강력추천을 받았던 분이었어요. 이준이에 비해서 제 머릿 속 정희는 명확한 이미지가 없었거든요. 그래도 원하는 게 있다면 강단있고, 밝고 감정에 솔직한 캐릭터였어요. 자유분방하고 말괄량이 같은 그런 느낌. 갑자기 속이 뻥 뚫린다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 거든요. 원래 수정 전 시나리오에는 나무 그늘 밑에서 잠에 들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볼 때에도 명확하게 마음이 잡히지 않았는데, 가영 배우님과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제가 찾던 정희의 느낌을 발견했던 것 같아요. 캐릭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에 저와 굉장히 유사하게 답변을 해주셔서 이 분이라면 제가 그리는 정희를 완성해주실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배우분들이 촬영 당시에 케미가 좋으셨어요. 서로 티키타카도 많이 하시고, 장난도 많이 치시면서 함께 작업해주셔서 정말 힘이 되고 감사했던 것 같아요. 로맨스이기도 하고, 제 취향이지만 조금 오글거리는 대사들도 너무 자연스럽게, 더 예쁘게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Q5. 정희는 언제든지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지만, 이준은 정확한 타이밍이 오기 전까지 자기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감독님은 정희와 이준 중 누구에 더 가까운지 여쭤봐도 될까요?
김윤아 감독 : 저는 정희에게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아요. 평소에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고, 애초에 숨기지도 않고요. 한 번 좋아지면 정말 끝까지 좋아하는 편이에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저는 정희가 조금 특이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작품을 준비하면서 피드백을 받을 때 정희 캐릭터가 저와 비슷한 것 같다는 말도 들었던 기억이 나요. 잘 웃고 울고 화내고, 감정에 솔직한 편이라서 정희가 저와 더 비슷한 것 같습니다.
Q6. 감독님이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가 있으신지, 있다면 어떤 영화인지 듣고 싶습니다.
김윤아 감독 : 저는 대학교를 다니며 영화를 찍는 내내 로맨스만 찍었어요. 저 혼자 유일하게 로맨스 외길이었는데, 그만큼 로맨스 영화를 많이 보진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가 있다면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좋아해요. 그 영화의 여름 감성이 <여름방학>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가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다시 보는데 마지막 시퀀스는 매번 마음이 아리고 또 동시에 설레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그 작품도 타이밍이 안맞아서 서로 엇갈리는데, 그게 진짜 답답하면서도 이뤄지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것 같기도 했어요. 볼때마다 마음이 복잡미묘해지는 그런 영화인 것 같아요.
Q7.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윤아 감독 : 저는 학교를 다닐 때, 작품을 만들 때는 영화가 싫었어요. 그때는 그냥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잘하고 싶은데 그만큼 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내 생각과 철학이 담긴 이야기를 만들고, 머릿 속에만 있던 그림을 사람들과 함께 실재하게 만드는 과정이 정말 힘들지만 또 재밌어요.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고 가끔은 말도 안되는 스케줄에서 찍지만, 그래서 가끔은 그때가 그립기도 한 것 같아요. 마냥 재밌기만 한게 아니라 고통스러우면서 또 재밌으니까, 이렇게 힘든데도 놓지를 못하니 이만큼 좋아하는구나를 깨닫게 되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 게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Q8. 감독님에게 <여름방학>, 혹은 ‘청춘’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을까요?
김윤아 감독 : 시나리오 수정을 5~6개월이 넘게 했는데, 당시에 가장 많이 들은 노래가 인디고의 ‘여름아 부탁해!’였어요. 그래서 작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입니다. 최근에는 데이식스의 ‘그게 너의 사랑인줄 몰랐어’를 자주 듣는데 그 노래와 두 인물의 이야기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저는 청춘하면 잔나비의 ‘슬픔이여안녕’이 떠올라요. 평소에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한데, 가사가 마음을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어요. 청춘이라는 단어가 예쁘고 참 좋지만, 그때를 겪으면서 힘들고 슬픈 순간들이 많잖아요. 그런 순간들을 위로해주는 노래 같아서 ‘슬픔이여안녕’이 떠올라요.
Q9. 마지막으로 <여름방학>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윤아 감독 : <여름방학>의 작품 제목은 초고부터 여름방학이었는데, 함께 찍는 스태프 중에서도 왜 여름방학이냐고 많이 물어봤거든요. 영화에 여름은 있는데 방학은 없으니까. 하지만 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방학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학교를 다닐때 방학을 하면 그 쉬는 기간동안 외적으로 내적으로 성장하잖아요. 정희와 이준이의 사랑도 두 사람이 멀어져있던 그 때가 방학이라고 생각해요.
멀어져있던 시간들이 방학이었고, 그 시간을 견디고 지나고 나서 성장한 두 사람이 새로 사랑을 꽃 피우는 모습을 제목의 단어로 설명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꽃이 늦게 피는 화분을 설정하기도 했어요. 저는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놓고 있는 꿈이나 목표나 관계가 있다면 언젠가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별이 아니라 방학이라고 생각하면서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