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Rotary Sketch

가족이기에 더 말하기 어려운

by 로터리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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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가 지난 5월 29일에 진행되었습니다. 함께해주신 감독, 배우, 관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현장 스케치와 리뷰, Rotary Sketch를 공개합니다.


Rotary Sketch :

가족이기에 더 말하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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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9일 저녁 7시, 혜화카페 애틀랜틱에서 제7회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가 열렸습니다. 어느덧 2025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을 주제로 한 세 작품(<누구나 겨울이 오면>, <여느, 9월>, <브라보 마이 라이프>)을 상영했습니다.


상영 30분 전, 수미와 용수, 영수는 이제는 자연스럽게 애틀랜틱의 의자들을 하나둘 관객석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관객석은 금세 가득 채워졌습니다. 현장 예매를 문의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자리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아쉽게도 한정된 좌석 수로 인해 함께 하지 못한 몇몇 관객분들도 계셨습니다. 앞으로는 사전 공지를 통해 이런 불편이 없도록 더욱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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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상영된 세 작품은, 처음에는 그저 ‘가족’이라는 주제만이 공통점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애틀랜틱의 스크린 위에서 세 영화는 이번에도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누구나 겨울이 오면>의 섬세한 연출에 숨을 죽이고 집중하다가, <여느, 9월>의 몰입감 속에서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사랑스럽고 따스한 유머에 웃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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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진행을 맡아준 은채와 예송은 차분하고, 다정하게 대화형 GV를 시작해 나갔습니다. 연출의 디테일이 돋보였던 <누구나 겨울이 오면>은 흔히 다루어지지 않는 중년 남성의 갱년기와 노화를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스스로 가족과 거리를 두는 동시에 외로움을 느끼던 가장 ‘지환’은 종종 거울 앞에서 혼자만의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지환에게 거울이 있는 화장실은 자신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가장 약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거울 속 지환의 얼굴은 <여느, 9월> 속 ‘우현’의 얼굴과 자연스럽게 겹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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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9월>은 차 안에서 끝없이 다투는 부모 사이에서 조용히 눈치를 보는 아이, ‘우현’의 얼굴이 오래도록 남는 작품입니다. 어두운 밤, 영화는 앞 좌석에 앉은 부모님의 모습은 뒷모습과 옆모습으로만 비추고, 그사이에 놓인 우현의 표정은 선명하게 담아냅니다. 차에 고립된 채 귀를 막을 수도, 시선을 돌릴 수도 없는 우현을 보며 우리는 마치 그의 옆자리 앉아 있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날 애틀랜틱에는 극 중 우현의 부모님 역을 맡은 두 배우님도 함께해주셨습니다. 스크린에서 거의 목소리로만 존재했던 두 분의 얼굴은 무척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들려오던 그 목소리 그대로 답해주시는 배우님들의 음성 덕분에, 우리는 생경하고도 친숙한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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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기하게도 <여느, 9월> 속 우현의 얼굴은 또다시 <브라보 마이 라이프> 속 ‘옥분’의 얼굴로 이어졌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스위스로 떠날 계획을 세우는 할머니 옥분의 사랑스러움으로 가득 찬 작품입니다. 스위스에 갈 돈을 모으기 위해 친구 말숙과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들떠 하는 옥분의 모습에 애틀랜틱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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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분은 말숙 앞에서 마치 천진난만한 소녀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딸 부부 앞에서는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듯이 근엄한 말투를 씁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어색해서 연기를 하는 것만 같은 옥분을 바라보며, 우리는 모두가 첫 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려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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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9월> 속 우현처럼, 한때 우리는 어른의 뒷자리에 앉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런 우리가 어른이 되면 <여느, 9월>의 부모, <누구나 겨울이 오면>의 지환처럼 낯선 책임과 무거운 관계 속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옥분과 말숙처럼 부쩍 나이가 들어버린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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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너무 가까운 존재이기에 상처가 되는 말을 쉽게 내뱉기도 하고, 속내를 솔직하게 꺼내기 어려운 순간들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들으려 하지 않으면 닿을 수 없이 멀어지는 게 ‘가족’이라는 걸, 이날 나눈 대화와 스크린에서 마주한 영화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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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세대와 부모 세대, 그리고 노년 세대의 마음까지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그날의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는, 쉽게 끝맺기 아쉬울 만큼 질문과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오갔습니다. 다가오는 6월에는 ‘음악’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상영될 예정입니다. 애틀랜틱의 공간에 퍼질 음악과 이야기, 웃음과 공감의 순간들이 끝내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다시금 애틀랜틱에 앉아 6월 26일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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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차부터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의 티켓 요금이 ‘후지불 자율페이’ 방식에서 ‘선예매 10,000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저희 영화파티는 매 상영 후, 기본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상영된 영화 감독님들께 나누어 전달해 드리고 있습니다.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는 무엇보다도 영화인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영화가 애틀랜틱의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관객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자체가 소중한 만남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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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모인 관객분들의 선택과 마음이, ‘이 영화는 상영료를 지불할 만큼 충분히 가치 있다’라는 메시지로 감독님들께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변경된 방식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좋은 한국독립영화와 관객들의 만남이 이어지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저희 팀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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