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날>의 김주리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주리 감독 : 안녕하세요. <운동회날>을 연출한 김주리입니다. <운동회날>은 학교에 가기 싫은 유정과 혜원이 함께 보내는 하루에 대한 영화에요. 2022년 가을에 촬영한 영화인데,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팀 선생님들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금 상영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Q2. <운동회날>은 어떤 계기로 제작하게 되었나요?
김주리 감독 : 제가 유정이만할 때 운동회날에 작은엄마가 대신 와주신 적이 있었어요. 그때 작은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 마음을 가늠해보다가 문득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습니다.
Q3. <운동회날>은 어른과 아이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친구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만남의 의미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김주리 감독 : 예전에 <운동회날> GV를 진행하다가 문득 제가 그런 답변을 한 적이 있어요. 유정과 혜원은 어떤 부분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요. 단어의 어감이 제법 뾰족하기는 하지만, 저는 <운동회날>의 두 사람도 어쩌면 서로의 결핍과 욕망이 타이밍에 맞게 잘 맞아떨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어떤 만남이라도 그 이후에 서로가 함께하는 과정이 어떠한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무튼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결국 만남이란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추후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Q4. 유정과 혜원, 두 사람만의 운동회에 등장하는 게임이 인상에 남습니다. ‘땅따먹기’를 유정이 설명해 주는데요. 수많은 게임 중에서 ‘땅따먹기’로 결정된 이유가 있을까요?
김주리 감독 : 가장 먼저 유정과 혜원, 두 사람의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놀이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던 것 같아요. 또 운동회에선 여러 경기가 펼쳐지기도 하고, 두 사람이 어울리는 모습을 좀 더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공기놀이나 철봉을 했던 적도 있는데요, 어느 순간 하나의 놀이를 좀 더 집중해서 보여주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그게 땅따먹기였어요.
그런데 문득 떠올리고 나니 땅따먹기를 하다보면 깡총거리기도 하고, 돌을 던지기 위해서 팔을 멀리 뻗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니까… 이만큼이나 다양한 운동을 보여줄 수 있는 놀이가 또 없겠다 싶었어요. 또 흙과 돌, 나뭇가지를 활용해서 진행되는 놀이니까, 자연의 감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여겨졌고요.
Q5. “먹기 싫으면 안 먹어도 돼”, “샴푸로 감으면 더 부드럽다”처럼,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귓속말로 서로의 비밀을 알려주는 친구가 되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어떤 것을 중점에 두셨을까요?
김주리 감독 : 촬영감독님과 콘티를 만들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던 부분인데, 두 사람이 점점 더 눈높이를 맞추어갈 수 있도록,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갈 수 있도록, 서서히 정다워 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전체적인 샷의 흐름을 구성했던 것 같아요. 또 피디님과 같이 미술을 했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두 사람의 의상 색깔이 한데 잘 어우러지도록 시안을 만들었던 기억도 나고요. 덧붙여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밝고 포근했던 것이 좋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유정 역의 김아영 배우님과 혜원 역의 김다솜 배우님께서 사전 미팅과 대본 리딩, 그리고 현장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시면서 호흡을 자주 맞추어 주셨어요. 마지막 회차 대기 시간에 다솜 배우님이 아영 배우님을 그려주셨는데 현장에서 본 그 그림이 기억에 오래 남아요.
Q6. ‘운동회’라는 우리가 어릴 적 한 번쯤은 겪었을 공유된 기억을 건드는 영화였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영화를 보는 우리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작품에 다가서길 바라시나요.
김주리 감독 : 사실 영화를 완성시키고 나서 그걸 한번 떠나보내고 나면 관객분들의 감상을 추측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연출자가 온전히 관객의 입장이 되어서 자신의 영화를 판단하는 건 불가능한 것 같다고 느낍니다. 다만 좀 더 뭉근한 마음으로 즐겁게 영화를 봐주셨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Q7. 감독님께서 <운동회날>, 혹은 ‘만남’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시는 음악이 있을까요?
김주리 감독 : 사실 <운동회날>의 초고에서는 유정과 혜원이 실제로 운동회에 함께 가요. 음악에 맞춰서 갑작스레 춤을 춰야 하는 에피소드도 있었고요. 그때 호키포키라는 동요에 맞추어서 촬영을 진행하려고 했었던 터라 그 노래가 계속 생각이 나요. 그 과정을 추억하려고 파이널컷에서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호키포키가 흐르도록 해두었어요. 친구가 피아노로 연주해주었습니다!
또 <운동회날>과는 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만남'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을 때 곧바로 자우림의 "애인발견!!!"이 떠올랐어요. 아무래도 요즘 편집 중인 영화가 로맨스 영화라 그런 것 같은데요, 내년에 이 작품으로도 꼭 어디선가 만나 뵐 수 있도록 열심히 후반작업을 끝내보겠습니다….
Q8. 영화를 꾸준히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주리 감독 : 감사하게도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에서 <환절기>라는 영화를 상영한 적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그때 했던 답변과 완전히 같은 답변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잠시 고민을 해봤어요.
요즘은 여러 사람들에게 힘을 받아서 그 덕분에 영화를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의 주변에 기거하는 사람들과 부쩍 자주 교류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Q9. 마지막으로 감독님의 작품 <운동회날>을 향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주리 감독 : <운동회날>을 떠올리면 기쁘고 감사한 기억들이 자연스레 따라와요. <운동회날>을 함께 만들어주신 분들, 그리고 <운동회날>을 봐주신 관객분들께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운동회날>이 오랜만에 상영될 수 있게끔 초대해주신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 선생님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