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커밍>의 이준혁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준혁 감독 : 안녕하세요! 영화와 관련된 여러 분야에 두루 관심이 많아 단편영화를 직접 연출하기도 하고 영화제에서 일하기도 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영화 일을 하고 있는 이준혁이라고 합니다. 주인공 지안이가 보내는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을 담고 있는 <홈커밍>은 2023년에 촬영한 졸업영화입니다.
Q2. <홈커밍>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이준혁 감독 : 제가 졸업영화를 만들 당시의 나이가 26살이었는데요, 제가 이 나이에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졸업영화로 하고 싶었습니다. 저의 삶을 돌이켜보던 중, 13살 때 저희 집이 이사를 갔던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이사라는 게 정말 큰 어떠한 사건으로 느껴졌어요. 이사를 하면 친구들과는 영영 못 보는 것 같았거든요. 감수성도 풍부하고 다소 예민했던 13살의 저의 모습을 담고 싶었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2010년 제가 실제로 초등학교 6학년 13살이던 시기의 이야기까지 도달하게 된 것 같습니다. 2010년을 살고 있는 13살의 저에게 13년만큼 더 살아온 26살의 저 자신이 해주고 싶은 말들을 영화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Q3. 아역 배우들의 케미가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사랑스럽고 좋았습니다. 지안을 비롯한 승희, 수영, 민수 역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셨는지,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준혁 감독 : 지안 역할의 문승아 배우, 승희 역할의 이소윤 배우, 수영 역할의 박소을 배우, 그리고 민수 역할의 최윤우 배우는 저에게 해당 배역의 캐스팅 1순위 배우들이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함께 해주셨어요. 이 네 명의 배우들하고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전부터 있었는데 졸업영화 때 함께 할 수 있어 무척이나 운이 좋았습니다. 배우들을 먼저 고려하고서 시나리오를 쓰는 편인데 그렇기 때문에 배역과 배우의 실제 성격과 성향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배우들이 친해질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만들려고 했습니다. 아이들끼리 노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배우들 사이의 어색함을 최대한 없애려고 했고 촬영 전에 같이 밥을 먹거나 공통된 관심사로 편하게 신나게 놀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이 화면상에서도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장면을 담기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도 배우들이 스텝들과 신나게 얘기를 나눈다든지 장난을 치는 등 배우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게끔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게 가능해질 수 있게 힘써준 스텝들과 아역 배우 어머님들과 아버님들께도 너무 감사하네요!
Q4. 극 중 아이들은 지안을 어른이라 여기지만, 오히려 지안은 그들 덕분에 이별과 변화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지안의 성장을 지안보다 더 어린 아이들을 통해 이루어지게 설정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이준혁 감독 :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라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저 역시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 제가 아이들이나 어린 친구들을 마주치거나 대할 때면 그때의 나처럼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이따금씩 ‘아이들은 뭘 모르니까 얘기해도 될거야’라고 생각하며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의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문승아 배우의 팬이라 문승아 배우가 나온 단편영화, 장편영화는 다 찾아봤었습니다. 문승아 배우는 유독 어른들의 사정이 있는 집안의 아이 역할을 많이 맡아 오셨더라고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던 어른 아이, 일찍 철든 아이 역할을 많이 연기해왔다보니 한 명의 관객으로서 문승아 배우가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일찍 철든 아이보다는 지안의 나이인 13살에 맞는 캐릭터의 배역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어른이 될수록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사실 관점 차이잖아요. 영화상의 어른들은 모두 ‘오르막길’이라고 말해요. 반면 승희, 수영, 민수는 내리막길이라고 말하고요. 주인공 지안이는 내리막길이 이제는 오르막길로 보이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도기에 있는 지안이가 느끼는 혼란과 힘의 부침을 오르막길을 아직 내리막길이라 말하는 아이들과의 하루를 통해 잠시나마 잊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어른들이 아닌 지안보다 더 어린 아이들을 통해 성장이 이루어지게 했던 것 같습니다.
Q5. 영화의 제목인 ’홈커밍‘은 집으로 돌아오다, 즉 귀향을 의미하지만, 정작 지안과 승희는 각자의 새로운 집으로 떠나는 인물들입니다. 감독님은 <홈커밍>이라는 제목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준혁 감독 : ‘홈커밍’이라는 단어는 원래 귀향 또는 본인이 시간을 보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해요. 학교에서 하는 동창회 자리를 홈커밍 데이라고 부르는 것 처럼요. 사전적 의미보다는 두 가지의 의미로 쓰고 싶었습니다. 한 가지는 지안이가 엄마와 함께 집에서 출발해서 바깥에서 하루동안 시간을 보내고서 두 사람이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의 홈(살던 집) 커밍의 의미였고, 다른 한 가지는 새롭게 살 동네를 보러 간다는 의미의 홈(새로운 집) 커밍의 의미였습니다.
더 좋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제목을 함께 찾아보자고 스텝들이 제안을 해줘서 같이 고민을 해봤는데 더 좋은 제목을 만나지 못해서 이 제목이 최종적으로 제목으로 하게 된 뒷배경이 있습니다.
Q6. <그녀의 이별법>(2021), <홈커밍>(2024), <각방>(2025)까지 ‘이별 3부작’을 만드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별‘을 주제로 한 3부작을 기획하신 건지, 아니면 작업을 이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별‘이라는 주제로 묶이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감독님께 ’이별‘이란 단어는 어떤 의미인지도 함께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준혁 감독 : 저는 유독 이별에 더딘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회복이 빠르거나 이별을 잘하지 못했어요.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담아두거나 홀로 힘들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은 누구나 알려주려고 하는데 이별은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을까. 사랑 영화는 넘쳐나는데 이별 영화는 왜 없지? 우리나라의 노래의 절반은 사랑에 관한 노래이고 다른 절반은 이별에 관한 노래라고 해요. 내가 이별의 순간에 찾아 듣게 되는 노래들처럼 그런 영화들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별 영화라고 우울하고 슬프게만 그리고 싶지도 않았고요.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이별이 있으니깐요.
앞으로도 이별영화들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장르도 다르게 설정도 다르게 해서요. <그녀의 이별법>은 남녀의 사랑을 다루는 이별로맨스 영화였고 <홈커밍>은 살던 곳, 동네, 친구, 가족과의 이별을 하는 아이들 성장 모녀 영화였어요. 최근에 만든 <각방>은 잠자리 방식에 대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커플이 이전까지 해왔던 두 사람의 잠자리 방식과 이별하는 이야기예요.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인물이 성장하기도 하고 변화하기도 해요. 제가 그런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보니 내 영화에서만큼은 캐릭터들이 해줬으면 좋겠나봐요.
Q7. 감독님에게 <홈커밍>, 혹은 ‘만남‘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을까요?
이준혁 감독 : 개인적으로 영화 작업을 할 때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편입니다. 배우들에게 공유하기도 하고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끝내주는 플레이리스트’ 그런 것처럼요. 이번 영화에도 플레이리스트가 있는데 몇 곡만 소개하자면 조덕배 선생님의 <나의 옛날이야기>(1985년도 버전이 아닌 1998년 버전!), Aimee Mann의 <One>과 <Wise up>, 드뷔시의 <Clair De Lune>(달빛) 정도가 되겠네요. 영화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노래들입니다. 영화의 엔딩곡은 <나의 옛날 이야기>와 <Clair De Lune> 둘 중에서 어느 것으로 할지 고민 많이 했었어요.
Q8.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준혁 감독 : 영화를 하면서 제일 재밌는 순간을 꼽자면 배우를 캐스팅하고 스텝을 꾸릴 때, 촬영하는 동안, 편집할 때 이렇게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직 영화로 하고 싶은 얘기, 카메라에 담고 싶은 배우, 함께 하고 싶은 스텝들이 아직 많기에 앞으로도 한두 편씩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단편이 될지 긴 호흡의 장편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뭐가 되었든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Q9. 마지막으로 <홈커밍>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준혁 감독 : 저희 영화에는 10명의 배우들이 나오고 20명이 넘는 스텝들이 참여했고 촬영하던 중 태풍이 오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무사히 촬영을 마쳤지 싶습니다. 매번 졸업영화를 볼 때면 감사한 마음이 제일 먼저 듭니다. 이 자리를 빌러 배우, 스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
2023년 뜨거운 여름을 담은 <홈커밍>이 어느덧 두번째 여름을 지나고 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 8월 말에 이 영화를 틀 수 있어 너무 좋네요. 관심 가져 주시는 관객분들과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에도 감사합니다! 시원한 여름의 마무리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