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이 쌓이는 공간
제10회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가 지난 8월 28일에 진행되었습니다. 함께해주신 감독, 배우, 관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현장 스케치와 리뷰, Rotary Sketch를 공개합니다.
2025년 8월 28일 저녁 7시, 혜화카페 애틀랜틱에서 제10회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가 열렸습니다. 이번 8월은 만남을 주제로 한 세 작품(<마음집>, <운동회날>, <홈커밍>)을 상영했습니다.
이번 달 진행은 수미와 용수가 맡았습니다.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가 늘 소중히 여겨온 ‘만남’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이번에도 애틀랜틱에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음집>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제주도 북스테이 ‘책 닦는 남자’ 속 쌓여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주로 배우로 활동하며 영화를 직접 찍기도 하는 배진주 감독님의 첫 다큐멘터리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대화형 GV에서 배진주 감독님은 관객분들께 각자의 ‘마음집’에 대해 물었습니다. 잃고 싶지 않은 나만의 ‘마음집’, 자신의 마음이 쌓여있는 공간을 사연과 함께 나눠달라는 감독님의 질문에 한 관객은 자주 가던 집 앞의 카페를, 또 다른 관객은 영화의 세계를 넓혀준 극장을, <홈커밍>의 이소윤 배우님은 학교 속 아지트 같던 작은 공간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신기하게도 세 분이 말씀해 주신 ‘마음집’은 모두 이제는 잃어버린 공간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아주 가까운 과거보다 조금 먼 과거에서 더 향수를 느끼는 것 같다는 감독님의 말처럼, 우리는 언제든 갈 수 있는 곳보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공간을 어쩔 수 없이 더 깊이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운동회날>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대학원생 혜원과 운동회에 가고 싶지 않은 유치원생 유정이 함께 보낸 하루의 이야기입니다. 김밥을 싸 들고, 그들만의 운동회날을 만들어가는 두 사람은 서로의 곤란한 전화에 거리낌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좋아하지 않는 피자의 올리브를 함께 골라내며 마음을 나눕니다. 하기 싫은 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서로의 태도는 두 사람 모두에게 위안이 되었고, 그 마음은 스크린을 넘어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홈커밍>은 이혼 가정의 13살 지안이 엄마와 함께 이사할 집을 보러 간 하루 동안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이준혁 감독님은 지금 아이들의 유년 시절이 아닌, 자신이 겪었던 유년 시절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자신이 어린 시절 하던 놀이를 알려주고, 지금 아이들은 잘 쓰지 않는 ‘짱’같은 말을 대사에 넣기도 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어릴 적 함께 놀았던 형, 누나들에게 놀아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는 말도 덧붙이셨습니다. 감독님의 추억과 마음이 가득 담긴 영화를 보며, 우리는 각자의 유년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감자탕집에서 만나 함께 놀았던 짧은 인연부터 함께 만들었던 우리만의 아지트까지, <홈커밍>의 이야기는 세대를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억이었습니다.
<마음집>의 배진주 감독님은 지난 8회, 음악을 주제로 한 작품 상영 당시 <요절 프로젝트>의 배우로 애틀랜틱에 와주셨던 고마운 인연이 있습니다. 애틀랜틱의 작은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니 관객들의 작은 숨소리와 반응도 신경 쓰며 보게 되었다던 배진주 감독님은 그날 GV를 마치고, 자신이 찍었던 다큐멘터리도 이곳에서 함께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씀하셨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집>은 애틀랜틱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마음과 만남을 중요시하는 ‘책 닦는 남자’의 공간은 애틀랜틱과 많은 면에서 겹쳐 보였습니다. 방문해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정하고 따스하게 대하도록 노력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곳. 영화와 다정한 마음이 가득한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추억들이 쌓여갑니다. 제게 애틀랜틱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집’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만 같습니다.
다가오는 9월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다음 10월에는 ’변화’를 주제로 한 작품을 상영할 예정입니다. 혜화동로터리 영화파티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갑니다. 9월 마지막 주 목요일, 1주년을 맞이하는 저희는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변화’ 속에서 새로운 만남과 마음이 쌓여가기를, 모두가 ‘사랑’하는 곳으로 지속될 수 있기를. 앞으로도 혜화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