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소개팅을?

by 센디

직장에 다닐 때, 소개팅 주선이 여러 번 들어왔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중히 거절하곤 했다.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했다.


첫째, 나에게는 일이 우선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심지어 퇴근 후에도 자기계발이나 일 생각으로 하루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신경을 쏟을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둘째, 주말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일주일 내내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쏟고 나면, 주말은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자연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그 평온함이 내게는 위로이자 회복이었다. 그런 시간을 누군가를 위해 나눈다는 생각만으로도 부담스러웠다.


셋째, 연애라는 관계 속에서의 감정 소모가 두려웠다.

좋은 순간도 물론 있겠지만, 갈등과 오해, 그리고 서로를 조율해야 하는 과정들이 떠오르면 선뜻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그 복잡하고 예민한 과정에서 내 마음의 에너지가 소진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나름의 이유로 소개팅을 피했지만, 지금의 나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에 또 한 번 소개팅 주선이 들어왔을 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나 지금 백수인데, 이걸 상대방에게 미리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렇게 말하고 다시 알려줘."


그랬더니 주선자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직 준비 중인 거고, 다시 그 일 하는 거지?"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어물쩍, "어... 그치..."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내 마음은 불편했다.


인정한다. 나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무엇을 시작하거나 도전할 때,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미리 말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실행에 옮기고 자리가 잡힐 때쯤 말하는 게 내 방식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무엇을 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대해 쉽게 판단하는게 싫었다.

"그게 될 것 같아?", "지금 하면 너무 늦지", "그거 하다가 시간만 버리는 거 아니야?"

그런 말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상처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주선자에게 내가 왜 그만두게 되었고 나의 미래계획은 이러하다고 일일이 말하랴

무엇보다 소개팅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모두 꺼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 답답했다.

아니면 한 번 뵙고 나서 마음이 맞아도 정중하게 거절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에 나간다는 것은 결국, 나를 설명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과정이다.

솔직함과 배려 사이에서, 또 내 마음과 남의 기대 사이에서 계속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애써 맞추려고 노력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서로의 부족함을 보듬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관계. 서로가 서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쨋거나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만나는게 더 어려워지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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