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이별
다녔던 직장을 떠나, 몇 달간 제주도에 머물렀을 때 근무하던 곳에서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있었다.
'진화선생님'
모든 사람에게 유난히 살갑고 친근하게 대해주었던 그녀는, 마치 따스한 봄볕 같은 사람이었다.
언제나 환한 미소로 사람들을 맞아주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면접을 위해 제주를 떠나 육지로 향하던 그 날, 공항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안나씨 잠깐만!"
뒤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돌아보니, 손에 예쁜 포장지를 들고 있었다.
"이거 안나씨 주려고 챙겨온 팔찌랑 배찌예요."
그 전날, 내가 그녀가 하고 있던 동백 배찌를 보며 "정말 예쁘네요"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준 것이었다.
그런 작은 말까지도 마음에 담아두던 그녀의 세심함이 고마웠다.
동백꽃 장식이 달린 팔찌와 빨간 동백 배찌를 받아 든 순간,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너무 예뻐요..."
연신 감탄하는 내게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나씨 좋아할 것 같아서요."
비행시간이 가까워져 제대로 된 인사도 못한 채,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그녀와의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다시 취업 전 마지막으로 찾은 제주도.
이번엔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맛있는 간식을 준비해서 직접 찾아뵙고 싶었다.
근무하던 곳의 다른 지인과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다. 그가 무언가 말하려다가 몇 번을 망설이는 모습이 이상했다. 평소보다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시작하려다 삼키기를 반복했다.
"안나씨... 놀랄까 봐 문자로는 보내지 않았는데, 그래도 얼굴 보고 얘기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가슴 한구석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 안나씨랑 친하게 지내던 진화선생님 있잖아요..."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엊그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세상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커피잔을 든 손이 떨렸고, 그의 말이 귓가에서 맴돌기만 했다.
"네? 제가 아는... 진화선생님께서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응..."
그의 대답과 함께 현실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건강하고 활기찼던 그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바로 2주 전, 면접을 위해 급하게 떠나던 나에게 동백 팔찌와 배찌를 선물해 주며
"안나씨 좋아할 것 같아서"라고 말하던 그 따스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
이번에 제주에 왔을 때는 꼭 찾아뵙고, 그동안의 고마움을 전하려 했는데...
"갑자기... 왜...?"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겨우 삼키며 물었다.
"돌아가신 이유가... 어떤 건가요?"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어요. 다들 심장마비가 아닐까 추측만 하고 있어요."
늦은 저녁 9시, 그가 조금 걷자고 제안했다. 혼자 숙소로 돌아가면 하루 종일 울 것 같아서,
함께 밤길을 걸었다. 차가운 제주 바람이 뺨을 스쳤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슬픔은 식을 줄 몰랐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은 이렇게 잔인했다.
그녀에게 전하지 못한 고마움의 마음, 나누지 못했던 따스한 말들, 그리고 이번에 가져온 간식까지...
모든 것이 허공에 떠다니는 미완의 마음들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이 마음을 보내드려야 할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그녀가 평소 좋아했던 소품들을 하나씩 골라, 그녀가 잠들어 있는 곳에 조용히 놓아드리는 것 외에는...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작별인사일 것 같다.
그녀의 따스했던 미소와 "안나씨 좋아할 것 같아서"라던 그 마지막 말이,
이제는 가슴 깊은 곳에서 영원히 추억이 되어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