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by 김성희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이 단단한 어른이 되는 줄만 알았다


불안과 두려움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함부로 하는 말들에

감정이 휘둘리지 않고

덜 상처받는 줄만 알았다


웬만해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커다란 일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을 줄 알았다


더 많이 이해해주고

더 많은 사랑을 내어주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모두 착각이었다

그것은 세상이 만들어낸 어른의 기준이라는 틀이었을 뿐이다


내가 나이 들어보니

어른은 강한 게 아니고 유연함이 있을 뿐이었다


어른도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고 두렵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고 눈물을 짓고

또는 한없이 따뜻해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저 의연함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물러설 줄 아는

더 깊이 더 넓게 생각하는

마음의 공간이 조금 더 있을 뿐이다


어른도 아프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아픔을 느낀다

다만

견뎌낼 뿐이다

조금 더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조금 더 견딜 수 있을 뿐이다


슬픔에게도

분노에도

상처에도

기쁨에도

조금 더 틈을 줄 뿐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람에게 세상에게

다가오는 모든 인연에게

공간을 내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 틈으로

더 많은 것들이 오고 가는 것일 뿐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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