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이 단단한 어른이 되는 줄만 알았다
불안과 두려움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함부로 하는 말들에
감정이 휘둘리지 않고
덜 상처받는 줄만 알았다
웬만해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커다란 일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을 줄 알았다
더 많이 이해해주고
더 많은 사랑을 내어주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모두 착각이었다
그것은 세상이 만들어낸 어른의 기준이라는 틀이었을 뿐이다
내가 나이 들어보니
어른은 강한 게 아니고 유연함이 있을 뿐이었다
어른도 흔들리고
아프고 외롭고 두렵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고 눈물을 짓고
또는 한없이 따뜻해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저 의연함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물러설 줄 아는
더 깊이 더 넓게 생각하는
마음의 공간이 조금 더 있을 뿐이다
어른도 아프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아픔을 느낀다
다만
견뎌낼 뿐이다
조금 더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조금 더 견딜 수 있을 뿐이다
슬픔에게도
분노에도
상처에도
기쁨에도
조금 더 틈을 줄 뿐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람에게 세상에게
다가오는 모든 인연에게
공간을 내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 틈으로
더 많은 것들이 오고 가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