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외도를 저지르기 전부터 이혼을 꿈꿨다
결혼생활 중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둘째가 대학을 졸업하면
꼭 이혼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참고 참고 또 참고
참는 게 습관이 되어버리더니
습관은 내 삶과 그의 삶에 당연함으로
자리 잡은 듯했다
감정에 휩쓸려
이혼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냉정함을 되찾을 때까지
늘 기다렸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러다
함께 끝까지 사는 게 맞는 것일까?
이혼을 선택하는 게 맞는 것일까?
양가감정에서
고민하던 끝에 이혼을 요구했다
이혼이라는 말에
그의 대답은 늘 침묵이었다
그렇다고
서류정리도 하지 않고
감정대로 마음대로 집을 나가거나 하는 건
아니라고 여겼기에
다시 참고 또 참았다
이혼을 요구할 때마다 그의 침묵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협의 이혼이 이렇게도 힘든 것인가
감정대로 모든 것을 선택하기 싫었기에
나는 늘 숨 막히는 이 집의 문을 열고
들어와야만 했다
억지로 쉬어지는 숨 막히는 공간
그렇게 일 년, 이년이 지나니
이것 또한 무덤덤한 일상이 되었다
사람 참, 나 자신이 참 무섭다
죽을 것처럼 힘들어 숨이 쉬어지지 않았는데
참고 견디고 시간이 흐르니
이 시간마저 또 살만해진다는 것이
같은 공간에 서로의 얼굴도
말도 섞지 않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정서적 이혼 상태로 그렇게
남보다 못한 상태로 이렇게
그는 나와는 달리
자기감정대로 쉽게도 사는데
나는 왜 이토록 이성적으로 내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지
정말 한심하고 바보 같았다
그의 외도를 알아차렸을 때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조차 싫어서
그가 퇴근하면 나는 그대로 집을 나가
차 안에서 밤을 새우고
그가 출근하고 없을 즈음 집에 들어왔다
차디찬 한겨울 차속에서 두꺼운 겨울잠바와
겨울용 무릎담요를 돌돌 말아 몸을 감싸고
구져진 내 마음처럼 몸을 움츠려 새우잠을 잤다
나는 왜 이렇게 등신처럼 사는 것일까?
저 인간처럼 자신의 감정대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일까?
죄책감 없이도 저렇게 잘 보내는 그를 보며
똑같이 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바보천치 같았다
협의 이혼에는 상대의 동의가 없고
소송으로 가자니
증거와 시간과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필요했다
이렇게 질척대는 삶이 싫다
무엇하나 깔끔하지 못한 삶이 싫다
언제쯤이면 내 삶이 정리가 될까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가장 빠르고 깔끔한 정리가 되는 방법일까?
다른 이들의 이혼도 결코 쉽지 않았을 테지
질질 끌다가
모진 말들로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또는
서로의 행복을 위해 헤어질 수도 있었을 테지만
다시 사는 것과
이혼하는 것
어떤 선택도 쉽지 않았겠지만
가보지 못한 그 끝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사랑이 어려운 만큼
이별도 쉽지 않음을
내게 이혼은
왜 이토록 어렵기만 한 것일까
무엇으로도 발을 떼지 못하는 나는
내 마음은 어디를 향해 있는 것일까?
시간을 멈추는 일은
내 삶이 끝나는 그 순간뿐인 것일까
내 시간이 멈추는 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