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미친 새끼야! 너는 나한테 뭐가 그리 당당해?
네가 나랑 살면서 못하고 산 게 뭐 있어?
여자를 안 만났어? 술을 안쳐먹었어?
니 놀러 가고 싶은걸 못 갔어?
돈지랄하면서 네 인생 재미있게 살고
나한테 그 짓거리를 해놓고 뭐가 그리 당당한데?
그리고 너 3개월째 생활비를 왜 이따구로 보내는 건데
이제 애들 성인 되고 독립하니 때는 이때다 싶은 거냐?
애들이 미성년자 때 내가 이혼요구 할 때마다
너 왜 안 해줬어? 니 새끼들 감당할 자신 없어서
여태 나 이용해 먹은 거야? 미친 새끼야?"
생활비 들어오는 그의 급여날 새벽 6시
나는 참았던 말들을 출근한 그에게
전화 걸어 미친년처럼 쏟아부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최고의 욕은 고작 '미친 새끼'뿐이었다.
그리고 광분해서 줄줄이 말했던 나의 말들에
그의 답변은 "나 너한테 당당한 거 없어."
한 마디뿐이었다.
"내가 너 외도 한 번에도 미친년이 되었는데
애들 때문에 죽을힘을 다해 버텼던 거
너는 모르지?
내가 매일매일 너한테 지랄을 떨었어야 맞았던 거니?
너 나한테 걸린 게 몇 번이야? 어?
넌 좋겠다 감정적으로
너하고 싶은 거 하며 인생 살아서!
그러면서 이혼은 왜 안 해 주는 건데?
니 눈엔 내가 멀쩡하게 사는 사람처럼 보이냐?
이 나쁜 새끼야"
몇 년 동안의 분노를 참아내고
가슴속에 담아 두느라
내 가슴은
내 몸은
이미 미칠 대로 미쳐있었고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스트레스를 감당하느라
머리칼은 갑자기 흰머리로 채워지고
생리는 멈추고
오른쪽 가슴은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내가 드디어 암에 걸려 죽겠구나 싶었다.
이대로 등신처럼 사느니
차라리 암이라도 걸려 죽는 게 낫겠다 싶었다.
한쪽 가슴이 온통 돌덩이를 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병원 가서 검사하는 것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1년 동안 점점 커져가는 오른른쪽 가슴의 멍울은
내 한쪽 가슴 전체를 집어삼켰다.
내 몸이 병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어느 쪽으로도 끝은 있을 거라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갑작스레 머리전체를 덮어버린 흰머리칼
한쪽 가슴의 돌덩이 같은 멍울
나는 괜찮은 척 살고 있지만
전혀 괜찮치 않았던 것이다
뇌를 속여도 몸은 절대 속이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 그에게 한마디로 개지랄을 떨은것이
나름 최고의 분노를 표출했던 것이다.
말하는 것조차 싫었고
마주치는 것조차 싫었는데
더더욱 싫은 건 어느 쪽으로도 결론 내지 못하는
그와의 인연에 질질 끌려가듯 시간을
걷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시간이
내가 나를 죽여가고 있었음을
난 어쩌면 정신적으로 이미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만
매일같이 떠지는 눈
쉬어지는 숨
본능에 의해 먹어지는 음식
내 몸속에 많은 장기들과 세포들
그 모든 것들이 그저 살아있음에
살고 있을 영혼 없는 삶일지도
미친 생각을 잠시 했었다.
내가 암에 걸려
조용히 사라져서
그가 평생을 지옥처럼 살기를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고 싶어도 잘 살지 못하도록
매일매일 울고 또 울고
가슴이 찢기는 고통을 받기를 말이다.
고작 그딴 인간 때문에
내 목숨을 담보로 벌을 주고 싶었던......
나를 미치광이로 럼 만든 것은
그였을까?
나 자신이었을까?
나는 매일 내 가슴속에
암덩어리를 품고 산다.
오늘 하루가 마치 시한부 인생인듯
위태위태함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