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카페는 나의 유일한 피난처

by 눈무리

눈물이 많아지면서 사람들과는 멀어졌지만, 반대로 지독하게 가까워진 존재가 있다. 바로 카페, 더 정확히 말하면 ‘스타벅스’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페에 몇 시간씩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의아했다. '저 사람들은 저 좁은 테이블에서 대체 뭘 저렇게 오래 하고 있을까.' 그런데 이제 내가 그 풍경의 주인공이 됐다. 가면을 벗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울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던 나에게 카페는 거대한 마인드컨트롤 센터이자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주문은 늘 비슷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작은 디저트 하나. 자리를 잡고 앉아 일기장에 엉킨 생각을 풀거나, 다음 주 일정을 체크하거나, 마음 아픈 구석을 블로그 글로 옮긴다. 거창한 건 아니다. 그저 혼자서 정리하고, 다시 되짚고, 써 내려가는 이 행위 자체가 요즘 내 마음을 가장 평온하게 만든다.


한두 시간 넘게 앉아있다 보면 내 주변으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게 된다. 참 다양한 사람, 다양한 관심사, 제각기 다른 인생의 속도들. 저마다 자기만의 우주를 살아가는데, 나는 왜 유독 ‘행복하게 결혼한 사람들’이라는 좁은 프레임에 나를 가두고 비교하며 작아졌을까.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다시 한번 자문해 본다.


뉴스에서나 보던 ‘카공족’이 되어보니, 내 영혼을 맡길 수 있는 카페의 조건들이 선명해졌다. 우선 의자가 너무 푹신한 소파보다는 테이블 높이와 적당히 맞는 곳,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충전할 콘센트가 넉넉한 곳, 배경음악이 너무 시끄럽지 않아 내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언제든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가 보장된 곳이어야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가장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기프티콘 호환성’이다. 그동안 생일이나 기념일에 친구들이 보내준 스타벅스 기프티콘들이 요즘 내 생존 아이템이 됐다. 이 기프티콘들을 하나씩 소진할 때마다, 나의 피난처를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을 얻은 기분이 든다. 누군가의 호의가 담긴 그 이용권으로 나는 오늘 하루치의 평온을 구매한다.


집보다 카페가 더 편안해졌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고 웃프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일기를 쓰다 갑자기 눈물을 흘려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곳이다. 마음껏 울다가 다시 모니터에 집중해 글을 써도 되는 곳. 나에게는 이곳이 그 어떤 상담실보다 훌륭한 ‘안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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