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지탱해온 가장 단단한 기둥은 '노력'이었다.
공식은 언제나 명쾌했다. 시험 기간에 잠을 줄여 공부하면 성적이 올랐고, 회사에서 야근하며 행사를 준비하면 인정받는 성과가 나왔다. 세상은 참 정직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쏟아부은 만큼 반드시 돌려주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그래서 나는 늘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더 좋은 결과, 아웃풋을 얻기 위해 '나'라는 재료를 끊임없이 갈아 넣었다. 남들이 "운이 좋았네"라고 말하는 건 견딜 수 없었다. "너 진짜 열심히 하더라"라는 말이 내게는 최고의 찬사였다. 내 삶의 통제권이 온전히 내 손안에 있다는 감각, 내가 핸들을 잡고 엑셀을 밟는 만큼 목적지에 가까워진다는 믿음. 그게 나를 살게 한,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었다.
인간관계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먼저 연락하고, 내가 더 배려하고,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면 관계는 유지됐다.
나는 인생이 정교한 수학 문제 같아서, 공식대로만 살면 정답지에 적힌 '행복'이라는 결론에 무난히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딱 하나만 빼고. 바로 '결혼'이라는 영역이었다.
결혼은 내가 잠을 줄인다고, 나를 갈아 넣는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가 툭 튀어나오는 자판기가 아니었다. 상대라는 변수, 타이밍이라는 운, 그리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만 가지 감정이 얽힌 이 생경한 영역 앞에서 나의 만능 공식은 와장창 깨졌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노력과 의지가 전혀 통하지 않는 거대한 벽을 마주했을 때, 나는 공식만 믿고 정답지를 기다리던 모범생처럼 멍해졌다. 결과가 나와야 할 타이밍에 아무것도 손에 쥐어지지 않자, 나는 나 자신을 불량품처럼 여기며 자책하기 시작했다. 인풋과 아웃풋이 일치하지 않는 삶은 나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내가 나를 소진하며 지켜온 세계관이 무너지자, 갈 갈 곳 잃은 에너지는 그대로 눈물이 되어 터져 나왔다.
인생에는 아무리 나를 갈아 넣어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