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QIAPK+C에 대하여
LGBTQIAPK+C에 관한 논쟁을 보면 LGBTQIAPK+C를 옹호하는 편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왜냐하면 생각은 자유지만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5만 원짜리 지폐를 들고 시장에서 사과를 사면, 사장님은 사과를 주실 것이다. 내가 빈 A4 종이 한 장을 5만 원짜리 지폐 크기로 잘라서 5만 원이라 주장하며 '사과 주세요'라고 하면 사장님은 사과를 팔지 않을 것이다. 사장이 사과를 팔지 않는다 해서, 내가 빈 종이를 5만 원처럼 다루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다른 사람들도 빈 종이를 5만 원처럼 취급하도록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빈 종이를 5만 원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장님이 현금 혐오자나 종이 혐오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LGBTQ+ 논쟁은 이와 같다. 의외로 인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정의하거나 선언할 수 있는 점이 적다. 우리는 우리의 취향을 선택할 수는 있다. 지브리 영화를 좋아할 수 있고, 바밍 타이거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뱅크시의 그림을 좋아할 수 있으며, 자신과 성별이 같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결정할 수는 없다. 내가 아무리 성실하다고 생각해도, 성실함은 주변 사람이 결정해 주는 것이고 내가 아무리 10대라고 생각해도 내가 현재 서른에 가깝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상에 아무리 '난 차은우보다 잘생겼어!!! 난 그렇게 생각해!!!'라고 외쳐도 세상은 나를 차은우보다 잘생긴 사람처럼 대우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스스로 10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던지, 잘생겼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던지, 성실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LGBTQ+ 관련 주제에서 LGB와 TQ는 모두 소수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LGB는 취향인 반면 TQ는 존재의 정의에 가깝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이탈리안 사람이 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하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의 취향이기 때문에 아무리 이해할 수 없더라도 내가 신경 쓰거나 관여할 바가 아니다. 반면 자신이 여자이거나 남자라고 선언하는 것은 파인애플 피자를 포테이토 피자라 주장하며 파인애플 피자를 먹지 않으면 너는 피자 혐오자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은 자유지만 파인애플 피자는 파인애플이 올라간 피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누가 뭐라 해도 포테이토 피자는 감자가 올라가지, 파인애플이 올라가지 않는다. 파인애플만 올라간 피자를 포테이토 피자라고 주장하는 사람 앞에서 '난 이 피자를 포테이토 피자라고 부르지 않으며 난 파인애플 피자를 싫어하므로 이 피자를 먹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무리 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고 해도, 내가 피자 혐오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남자와 여자를 나누는 차이는 염색체이다. XX 염색체는 여자고 XY 염색체는 남자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는 XX나 XY로 구분되고 아무리 많은 호르몬 주사를 맞아도, 아무리 많은 옷을 바꿔 입어도, 아무리 길고 짧은 머리를 하거나 성형 수술을 하여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인간이 XX와 XY로 나누어지진 않는다. 세상에는 터너 증후군(여성 X 염색체 부족)이나 클라인펠터 증후군(남성 XXY)처럼 염색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예외인 것이지 법칙에 대한 반례가 아니다. 인간의 팔은 몇 개인가? 2개이다. 다리는? 2개이다. 눈은? 2개이다. 손가락 발가락은? 10개이다. 예외적으로 손가락이 9개인 신생아가 태어난다고 해서 인간의 손가락이 10개가 아니게 되진 않으며, 맹인이 태어난다고 해서 '인간은 눈으로 본다'는 문장이 틀린 문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염색체는 성별을 가르는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기준이고 이 기준에 예외가 존재한다고 해서 더 이상 이 기준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며, 심지어 존재하는 기준에 대한 새로운 기준으로 LGBTQIAPK+C와 같이 '기준은 없다!'를 선언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예외는 예외일 뿐이며, 예외가 있는 기준에 대한 대안은 더 나은 기준이 되어야지, 무기준이 되어선 안된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